2025_47. 영화 <나우 유 씨 미 3>
1.
전작 <나우 유 씨 미 2>가 개봉한 것이 2016년이니 기다림의 시간이 벌써 9년이나 되었다. 우선, 오랜만에 돌아온 시리즈인 만큼 반가움이 크게 느껴진다. 예고편 시작과 동시에 나온 아틀라스의 대사 "It is very good to be back!"은 비단 아틀라스뿐만 아니라 속편을 기다려온 관객들의 마음도 대변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마술을 소재삼아 보여주는 화려한 눈요기일 것이다. 이번 편 또한 전작들과 동일하게 볼거리가 풍부하다. 한층 더 커진 규모의 마술들과 다양한 국가를 배경으로 한 로케이션 촬영은 확실히 이목을 끈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면은 의외로 영화 말미가 아니라 영화 중반 여덟의 마술사가 모여 각자의 마술을 뽐내며 인사를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들은 이 영화의 정체성을 한 장면에 압축하고, 새로운 캐릭터들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의지가 확연히 드러나는 장면인데, 적어도 이 장면에서 만큼은 모든 인물들이 매력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더라도 마술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던 전작들에 비해 이번 편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은 그런 요소들이 비교적 적다. 마술이라는 요소가 비교적 덜 느껴지는 여타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액션들이 많이 보였다는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
2.
사실 이 시리즈를 보며 깊이 있는 철학이나 메시지, 복잡하고 풀어가는 재미가 있는 이야기 구조를 바라는 관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단순한 권선징악 스토리에 하이스트 장르를 입히고 (마법에 가까운) 마술을 얹어 그럴듯하게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어준다면 영화는 본인의 소임을 다 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역할이 커지는 것은 캐릭터다. 이야기가 단순해지면 이를 끌어가는 인물의 힘이 있어야 밋밋해지지 않고, 하이스트 장르는 애초에 각자 캐릭터들의 특징과 매력이 중요 포인트인 장르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번 영화가 잘 수행했느냐,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기존 캐릭터들을 불러온 것은 좋다. 그러나 기존 캐릭터들을 망가뜨리는 방식으로 전작과의 텀을 메꾸는 것은 게으른 변명쯤이다. 물론 캐릭터에 어떤 서사를 부여하는지는 제작진의 몫이지만, 고민의 흔적 없이 '그들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화려한 과거 명성과 정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준비한 새로운 캐릭터들을 한번 만나볼까요?'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관객들 입장에서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새로 추가된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냐 물어본다면 그 부분에서도 공감되지 않는다. 비록 앞서 2편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시리즈 자체가 오래되었으니 세대교체의 필요성은 느꼈을 것이다. 세대교체까지 안 가더라도 세 번째 속편쯤에 새로운 인물 한두 명 추가시키는 것은 시리즈를 이어가는 전형적인 규칙이기도 하고. 문제는 단순히 새로운 인물을 비춘다고 해서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이어가는 방식 중 안 좋게 보는 방식이 기존 인물들을 평가절하하거나 병풍처럼 활용하고 심지어 의미 없게 퇴장시켜 새로운 캐릭터들을 띄워주는 것인데, 이번 영화가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속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3.
전작들에 비해 아쉽지만 시리즈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보이는 속편이다. 어찌어찌 한두 편 정도로 끝날지, 제대로 활력을 불어넣을지는 다음 속편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루벤 플레셔 감독은 현재 <나우 유 씨 미 4> 각본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어쨌든 속편 제작이 확정되었고, 이번 3편에서 나온 인물들이 꾸준히 활용될 것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인물들에게 어떤 매력을 불어넣을지, 그리고 기존 인물들을 포함한 캐릭터 각각에 어떤 차별점을 부여할지 조금 더 고민한다면 더 매력적인 속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