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_48. 영화 <주토피아 2>
1.
속편의 공식은 사실 누구나 읊을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주인공은 같더라도 주변인물 한두 명 정도는 일행에 추가되어야 한다. 새로운 관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보통 추가된 인물이 해당 작품의 주요 키포인트 한두 개쯤 쥐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다음으로 그들이 여행하는 무대를 바꿔야 한다. 그것이 기존 공간의 확장이든, 아예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이든, 인물들이 전편에서 보여줬던 것과는 또 다른 역량을 뽐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주토피아>가 9년 만에 돌아왔다. 워낙 성공한 영화인 데다가, 오랜 기대를 엎고 나왔기 때문에 많은 부담이 있었을 것이지만, <주토피아 2>는 이런 속편의 공식을 훌륭하게 이행하며 닉과 주디의 새로운 모험을 성공적으로 풀어놓는다.
2.
영화는 첫 번째로 주인공들이 뛰어다닐 배경을 확장한다. 1편에서 뛰어다닌 공간뿐만 아니라, 습지 마켓으로 대표되는 전편에서 보여주지 못한 주토피아 내부 공간을 소개한다. 사실 '주토피아'라는 배경은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내기 편리한 면이 있다. 이번 편에서 소개된 '기후 장벽'이라는 설정은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한 도시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각 동물에 맞는 기후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한 도시 내에 각기 다른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개연을 부여하며 동시에 여러 기후 배경을 통해 모험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인물들이 그렇게 많이 이동하지 않더라도 열대 기후, 냉대 기후를 비롯한 전 세계 각지의 기후들을 오다닐 수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주토피아라는 한 도시라고 묶어뒀지만 사실상 그들이 모험하는 공간은 '한 도시'라는 설정에 갇히지 않고 마음껏 확장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꽤나 영리한 설정으로 보인다.
3.
두 번째로 이번 편에 새로 추가된 주요 인물 '게리'가 나온다. 게리는 뱀으로, 주토피아에는 100년 동안 파충류가 들어온 적이 없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물론 모두가 쉽게 유추할 수 있듯 게리의 역할은 단순 악역 정도로 끝나지 않고, 전편의 '편견과 극복'이라는 주제를 계승하는 주체가 된다. 간사한 말솜씨로 사람을 현혹하는 것을 보고 '뱀의 혓바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최초의 인간이 저지른 범죄가 뱀에게 현혹되어 선악과를 따먹은 것이기도 하니, 꽤 오랜 시간 뱀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를 생각해 보면 꽤 적합한 동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4.
이번 편은 개리를 위시하여 전편에서 다뤘던 편견의 범주를 조금 더 넓힌다. 주토피아 내에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파충류들이 도시 외곽에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자리 잡고, 그 공간을 소수의 엘리트들이 권력을 이용하여 밀어내려고 하는 것은 난민, 이민자, 원주민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강력한 비유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그것도 전체 관람가 애니메이션인 이상, 당연하게도 이 무거운 주제를 있는 그대로 무겁게 끌고 가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귀여운 캐릭터들의 스펙터클한 모험 속에 가볍게 녹여놓는다. 주제를 다루는 이야기 자체는 전작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일 뿐, 여전히 묵직하고 영리하게 작동한다.
5.
속편을 위한 설정 외에도 몇몇 긍정적인 요소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캐릭터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동물을 의인화한 것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티브가 된 동물의 습성을 인물 성격으로 끌고 왔다는 점이 흥미롭다. 주인공 닉의 경우, 단순히 어두운 과거로 인해 다른 인물들을 배격하게 되었다는 설정 정도가 아니라, 여우가 무리동물이 아니라는 현실의 특징까지 끌고 들어와 캐릭터 성격에 녹여놓는다. 인물 성격을 설계하는 과정에 있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6.
사실 이런저런 요소들이 있지만 <주토피아 2>를 보면서 많은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부분은 두 주인공, 닉과 주디의 관계성일 것이다. 전 편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투닥거리는 두 인물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편에서는 함께하는 과정에서 새로 발견되는 서로 맞지 않은 부분들로 인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로의 다름을 이미 안 상태에서 파트너로 일하게 되었지만, 사건을 대하는 방식, 각자의 우선순위의 차이점을 조금 더 극명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전편보다 두 인물 사이의 간극을 대비시키는 강도가 강하다. 두 캐릭터가 서로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또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리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어떻게 깊어지는지 살펴보는 것 또한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큰 재미 중 하나다. 다만, 반대로 영화의 단점 또한 같은 맥락으로 향하는데, 극 전반적으로 캐릭터에 의존하는 경향이 꽤 강하다. 이는 곧 이야기 자체의 짜임새나 흐름에서 아쉬움이 느껴진다는 의미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어느 순간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다 같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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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속편이다. 9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한다. 조금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최근 디즈니 작품들을 생각해 봤을 때 예상치 못한 성공이기도 하다. 사실 가장 큰 아쉬움은 이 속편이 9년 만에 돌아왔다는 것이다. 닉과 주디에게는 일주일의 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어느덧 30대가 되어버렸다. 40대가 되기 전, 다음 속편이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