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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덕 Dec 12. 2022

크리스마스 그리고 영화_바베트의 만찬

바베트의 만찬 (Babette's Feast, 덴마크, 1987)

크리스마스이브에 누구와 식사를 하실 계획이세요? 특별한 날, 특별한 밤_ 테이블에 아름다운 식기들이 놓이고 샴페인 잔과 와인잔, 화려한 커트러리들이 찰랑찰랑 마찰음을 내는 빅 디너. 평소에 접하기 힘든 식재료들의 풍미가 혀에 닿고, 그 메뉴들과 어우러져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귀한 페어링 와인들이 함께하는 자리. 그리고 흥미로운 눈빛과 대화가 가능한 진실한 사람들과 마주한다면 이보다 더 완벽한 만찬은 없겠죠.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영화는 바로 그런 빅 디너를 만날 수 있는 영화 <바베트의 만찬>입니다.

이방인이 제안하는 새로운 식사

덴마크의 한 작은 마을. 이웃을 도우며 경건한 삶을 살아가는 마을 목사의 딸들인 노년의 두 자매에게 프랑스 내전으로 가족을 잃고 홀로 된 여인 바베트가 찾아오죠. 하녀가 되서라도 함께 살게 해 달라는 그 여인을 받아들이는 두 자매.


어느 날 바베트는 로또가 당첨되어 두 자매에게 자신의 요리로 목사 탄신일 만찬 준비를 하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준비과정이 화제가 될 수밖에요. 거북이와 메추리 등 마을 사람들을 좀체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동식물의 식재료가 마을로 들어오면서 마을 사람들은 불경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힙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음식은 그저 삶을 유지하는 수단일 뿐 미식은 탐욕의 일부였고 절제해야 할 미덕이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바베트와 함께 살게 된 노년의 마티나와 필리파 자매는 젊은 날 아름다운 미모와 재능을 지녀 다른 삶을 꿈꿀 수도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속세? 의 삶을 선택하지 않은 채 마을에 남아 종교적인 가치에 순종하며 경건한 생을 살고 있었죠. 바베트의 만찬 준비는 그런 그녀들에게 뜻하지 않는 도전이 되고 맙니다. 순진 무구한 마을 주민들과 두 자매는 식사에 대해 어떤 표현도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그녀의 만찬에 자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바베트의 만찬 준비과정은 섬세하고 유려합니다. 클래식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요리장면은 단연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cIAtfaLOh8

작은 마을의 기적이 된 만찬

이날 만찬에 초대된 또 한 사람. 젊은 날 마티나를 사랑하였던 로렌스 장군은 참석자 중 유일하게 프랑스를 경험한 이였죠. 진귀한 음식이 차려지고 하나씩 메뉴가 소개될 때마다 감탄하고 음미하고 찬사를 쏟아냅니다.

그리고 고급 와인의 가치를 알아보고 놀라워하죠. 실제로 그는 바베트가 최고 요리사로 있었던 파리 유명 레스토랑인 '엉글레'에서 이 요리들을 먹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로렌스 장군은 떠나기 전 이 경이로운 경험으로 깨달은 것을 마티나에게 이야기합니다.

You must also know that I shall be with you every day that is granted to me from now on. Every evening I shall sit down to dine with you. Not with my body, which is of no importance, but with my soul. Because this evening I have learned, my dear, that in this beautiful world of ours, all things are possible.      


자신은 하찮은 육신이 아닌 고귀한 영혼으로 매일 저녁을 그녀와 함께 할 것이라고 그리고 그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그 모든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오늘의 식사로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의 손길이지만 마치 신의 경지를 쫓는 듯한 셰프 바베트와 신성한 삶을 선택하여 고귀한 삶을 살아온  두 자매, 그리고 마을 사람들. 감독은 인간이 닿지 못할 거 같지만 인간이 또한 마침내 이루어 내고야 마는 작지만 경이로운 기적을 만찬을 통해 아주 천천히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한 잔의 포도주가 데운 피의 온도만큼이나 따뜻한 열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만찬 장은 인간이 가진 본래 그대로의 이해와 관용과 사랑의 마음으로 흘러넘칩니다.


이 작은 마을에 이토록 귀한 식탁이 차려질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식사로 거액의 당첨금을 모두 쓴 바베트, 그녀를 염려하는 자매에게 바베트는 말하죠.

“An artist is never poor.” 예술가는 가난하지 않다고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2022년 12월 여러분의 만찬도 이런 온기로 채워지기를 소망해봅니다.

종교가 있든 없든 그것이 바로 인류가 바라고 꿈꾸는 크리스마스 정신이니까요!   

크리스마스 시즌에 떠오르는 제 마음속 영화 <바베트의 만찬>이었습니다.  


#만찬#초대#크리스마스#프랑스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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