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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덕 Dec 13. 2022

영화_경찰이 되기 위해 쥐가 된 남자

디파티드 < The Departed, 미국, 2006 >

우리도 가끔 생각할 때가 있죠. 아군일까? 적군일까? 같은 조직 내부에 있어도 내편 같지 않은 배신자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나와 반대 조직에 속해 있는데도 왠지 마음 통하는 친구 같은 사람도 있죠. 처음부터 빌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경찰이었지만 경찰보다 갱에게 더 친근한 인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바라던 경찰은 그를 외면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갱들은 오히려 그를 배신하지 않거든요. 그는 그토록 경찰에 속하길 바랬음에도.  



카스텔로가 조직에 숨어든 쥐(스파이, 배신자)를 연상하며 그리는 그림


시작부터 '주홍글씨' 가족의 이력도 자신의 일부

경찰대를 졸업하고 보스턴 특수수사팀으로 간 빌리는 첫날부터 가족의 범죄 이력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습니다.

Billy Costigan: Well, "Families are always rising and falling in America", am I right?
Capt. Queenan: Who said that?
Billy Costigan: Hawthorne. (호손은 주홍글씨의 작가입니다)
Dignam: Pfft! What's the matter, smartass, don't know any ****in' Shakespeare?


가족에게 범죄 이력이 있는 빌리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 선택한 것이 경찰학교였죠. 우수한 성적으로 보스턴 경찰이 된 자랑스러운 빌리..... 를 기다린 것은 너의 배경이 그러하니? 갱단에 잠입하라는 겁니다. '주홍글씨'를 언급하며 억울함을 이야기하지만 셰익스피어는 왜 모르냐며 비아냥거림을 당할 뿐 아무도 그가 경찰이 되고자 하는 진실한 마음을 알려고 하지 않죠. 스파이가 되는 것으로 경찰임을 증명하라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카스텔로(잭 니콜슨), 아이리시 마피아 보스

"I Don't Want To Be A Product Of My Environment. I Want My Environment To Be A Product Of Me.
난 환경에 지배당하고 싶지 않아. 내가 환경을 지배하길 원하지

디파티드에서 잭 니콜슨의 카스텔로 연기는 리듬감 있고 마피아지만 마치 광기가 들린 예술가 같습니다. 실제 그의 집 장면에는 피카소의 그림이 걸려있기도 합니다. 보스턴의 아이리시 마피아. 아이리시는 미국 역사에서 늘 이방인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카스텔로도 그런 인물이고 이탈리아 마피아에 맞서 보스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구축해 가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누구도 믿지 않고 콜린을 보스턴 경찰로 키워내지만 결국 빌리를 신뢰하여 자신의 비밀을 빌리에게 전하고 죽음을 맞습니다.

카스텔로의 집_(카스텔로 실내 가운이 오스카 의상상 감이죠)

콜린(맷 데이먼)_진짜 쥐 한 마리

콜린, 그 역시 아이리시입니다. 보스턴의 이방인이고 어린 시절 자신의 환경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일찍이 깨치죠. 그리고 정의와 불의의 경계를 인지하지 못한 채 경찰이 됩니다. 어쩌면 황금만능주의를 안고 태동된 보스턴 캐피털리즘, 혹은 마피아와의 전쟁(혼돈) 속에서 인간다움이 뭔지 조차 알지 못하는 말 그대로 쥐처럼 자란 사람이 바로 콜린입니다. 카스텔로의 후원으로 경찰이 된 그는 경찰로 승승장구하면서 양쪽을 저울질하며 살아남을 궁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승리할 거 같지만 결국 승리하지 못한 채 부조리한 세상의 구조 속에서 어찌 보면 가장 허망하게 사라지게 됩니다. (연인인 마들렌의 아이 역시 그의 아이가 아니라는 짐작도 가능합니다)

콜린과 빌리, 타의로 인해 정체성을 잃은 두 주인공

캐릭터들이 배우만 봐도 연기로는 영화가 일단 손색없겠다 싶은데 무간도를 리메이크했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카메라 워킹과 연출은 매우 할리우드식이며 블럭버스터의 전형적인 전개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무간도보다 이 버전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갱이나 범죄에 감정 이입이나 동정의 감정을 가질 여지없이 빠르게 서로를 추적하는 스파이물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인 거 같아요. 무간도의 누아르적 감상은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보면 맞습니다.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한 이야기죠.


영화의 뒤끝은 한 없이 씁쓸합니다. 그렇게 찾고자 한 신원 복원을 눈앞에 두고 경찰 내 카스텔로의 스파이를 알아보게 되는 빌리. 결국 그토록 바라던 자신의 진짜 신원을 찾지 못한 채 죽어서야 경찰의 신분을 되찾습니다. 콜린역시 죽음을 피하지못하기 때문에 억울한 마음이 다소 누그러지긴 하지만 카메라는 다시 한번 황금 지붕과 그 아래 쥐 한 마리를 비추죠. 세상에 쥐가 어디 거기만 있겠습니까.


누군가의 믿을 수 있는 친구라는 것이 과연 그가 몸담은 조직(경찰 또는 갱)으로 정해 질 수 있는 것일까?

사람의 인격과 성품은 그 보다 훨씬 내밀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그 사람의 진짜 진심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러니 증명된 신원이라고 믿을 수 없음을 알고, 거짓과 진실을 판별하는 눈이 중요한 거겠죠?


빌리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그녀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그 액자를 바로 잡아 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연인인 콜린은 그 액자를 꺼내지도 않고 숨겨버리는데 말이죠. 우리가 바로 보고자 하면 그 인간의 내면은 알아챌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지 못하고 놓쳐버리죠.


쥐를 잡아야 한다는... 카스텔로는 틀리지 않았어요. 쥐를 잡긴 해야 했는데 숨어든 쥐가 아니라 자신이 풀어놓은 쥐를 잡았어야 했나 봅니다

 



목요일 직장인의 스트레스가 정점일 때 디카프리오의 긴장감을 떠 올립니다.

내가 있는 직장에서는 나 역시 스파이 같기만 해서 그런가 봐요. 언제쯤 저도 진짜 나로 돌아가 살 수 있을까요?


#디파티드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 #마틴스콜세지 #심리 #스파이 #무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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