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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리모아 Dec 08. 2022

똑똑한 칭찬이 똑똑한 학생을 만든다

강화하고 싶은 역량에 칭찬하기

  긍정과 칭찬이면 반드시 학생은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만 가지고 교육업에 뛰어든 초보 선생이었던 나에게 놀라웠던 경험이 있다.


  내가 3년째 가르치고 있는 한 학생은 공부를 너무너무 싫어하고 포켓몬과 게임 곤충 공룡을 좋아하는 여느 초등학생들과 다를 바 없는 아이다. 한가지 특징이 있다면 자기마음에 들지 않으면 충동적이고 과격하게 행동하는 기질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ADHD약을 복용중이고 복용하지 않은 날은, 한 문제 풀고 포켓몬 얘기 10분하고 한 문제 풀고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를 또 10분 씩 하는 통에 도무지 진도를 나가지 못할 지경이다. 수학 문제집을 풀다가 잘 안풀리면, 선생인 나는 전혀 혼내지 않고 격려와 칭찬으로 "다시 풀어볼까?" 라고 말을 건네는데도, 학생은 자기 분을 못이겨서 책을 찢거나, 연필을 쾅쾅 내려찍어 부러뜨리곤 하는 식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점은 이 학생이 초등학교 5학년임에도 아직 파닉스는 커녕 알파벳 대소문자도 제대로 다 쓸 줄 모른다는 점이었고, 내가 벌써 2년째 이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부모님께 매달 돈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부모님은 오히려 전적으로 나를 믿고 지지해주시고는 있지만, 교육자로서 나의 능력과 수업방식이 아이에게 전혀 효과를 못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했기에 나의 마음은 늘 불편했다.  


  서론이 길었는데 아무튼 그 초등학생에게 영어 듣기 수업을 처음 하게 된 어느날이었다. 내가 듣기평가 녹음파일을 들려주려 핸드폰을 여는 동안, 공부라면 치를 떠는 그 학생이 문제를 듣지도 않고 답을 마구 고르는 것이 아닌가? 대체로 남아들이, 마음이 급하고, 읽고 듣는 것을 귀찮아하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행동이었다. 나는 학생에게 "어어? 그럼 안되는데?"라고 말을 하다가, 듣기평가에서 나오는 안내음성을 쭉 들으며 아이가 찍은 번호가 정답과 일치하는 것을 보고는 대단히 놀라워하며 아이에게 "오~ ㅇㅇ아 방금 너가 찍은 것 다 맞췄네! 대단한걸?"이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숙하고 웃기는 반응이지만, 내 교육철학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칭찬과 격려에 대한 맹신이 그런 반응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런 나의 반응으로 아이가 너무나 하기싫어하는 문제집 풀이를 조금이라도 흥미있게 하게되지 않을까 했던 기대감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그뒤로 아이는 듣기평가를 영어시간 중에 제일 재밌어했다. 왜냐하면 내가 "잘 찍었다"라는 행동을 칭찬해주었기 때문이다. 학생은 그뒤로 몇 번의 수업동안 항상 듣기평가가 나오면 미리 번호를 고르고, 당시에는 나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했던 나는 그런 학생을 제지하다가도 학생이 찍은 문제가 맞으면 놀라운 척 칭찬을 남발했다. 며칠이 지나자 아이는 영어가 아니라 찍기를 좋아하게 되었고, 나는 나의 교육방식의 실패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어머님께 솔직히 현상황을 상담드렸고, 아이는 나에게는 수학만 배우고 영어는 영어학원에서 배우게 되었다.


  그뒤로 나는 칭찬을 함에 있어서 항상 조심히 두번 세번 고민하고 칭찬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어떤 행동을 해도 아이에게 칭찬한다면 아이는 정말로 아무 행동이나 해버리고 말 것이다. 어떻게 칭찬하는 것이 좋을까 찾아보다가 어떤 강연에서 힌트를 얻게 되었다.

  아이에게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칭찬하면 아이는 오히려 불안해진다고 한다. 칭찬을 아이에게 건넨 것이 아니라 점수에게 칭찬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칭찬을 들은 아이는 다음에 이 점수를 못받으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에 오히려 불안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아이의 노력에 칭찬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노력을 할 수 있었어?" 그런 칭찬을 들은 아이는 점수에 상관없이 다음에도 그런 노력을 보여주려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나는 그제야 내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가 깨닫게 되었다.

  아이를 가르치려고 돈을 받아놓고는 오히려 내가 아이에게 배우고 있는 꼴이라니...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아이에게 배운 교훈을 가슴에 새긴다.


결과가 아닌 아이의 노력에,

우연히 나온 정답이 아닌, 아이가 보여주는 좋은 행동에 칭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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