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쪼개 '갬성'을 추구하는 어느 주부의 첫 일기장
나는 공개적인 곳에서는 어느 정도 적정 선까지만 나를 표현해왔다. 그러던 내가... 내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날 것'의 글을 쓰는 날이 오다니, 세상에! 감정이 묘하다.
올해로 나의 30대도 안녕이다. 나의 30대를 잘 보내주고 40대를 잘 맞이하고 싶지만, 나에게 12월이란 시어머니와 두 아들들의 생일 등 집안 행사가 잔뜩 있는 달이다. 그래서 난 12월도 오기 전에 한 해 마무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역시 아줌마의 삶이란 감성에 빠지는 것도 주어진 시간 안에 재빠르게 해야 한다. 그래도 내 아줌마 짬밥도 10년차에 접어드니 제법이다, 시간을 쪼개 '갬성'을 찾고 있으니.
내 30대는 참 쉽지 않았다. 육아, 일, 부모님, 경제적인 것들까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느 해인가 여름이 끝나갈 무렵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순간 절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 같던 남편 눈에서 눈물 한 줄기가 흘렀다.
"길고 긴 여름이 드디어 가나보다."
말 없이 서로 눈을 보고 웃었는데, 그날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우리 남편이 울었으면 말 다 한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위기들은 우리 가족이 서로에게 갖고 있는 사랑의 깊이를 직접 마주하게 했다. 여전히 우리는 책임져야 하는 많은 일들과 그 속에 아픔을 안고 있지만 그동안 지내온 것처럼 같이 또 잘 해내자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평범하게, 하지만 진심으로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반쯤 취한 상태에서 이런 얘기들을 나눌 때가 많지만 뭐 어떤가? 취중진진담이다.
이렇게 한 해 한 해를 보내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 끝에 우리에게 남은 것들이 있다. 어디가도 빠지지 않는 주량과 푸근한 살들, 그리고 무엇보다 '믿음'과 '감사함'이 아닐까.
요즘 난 40대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자꾸 떠올린다. 놀라운 변화다.
이런 글을 쓰게 된 것도 진솔한 내 이야기들을 해보자는 용기가 솟구쳤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내 이야기들은 때론 기쁘고, 때론 슬프고, 한 없이 가볍다가도 한 없이 진지할지 모른다. 내 글을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글 속에 담긴 모든 장면이 그냥 내 삶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우리 모두의 사는 이야기일거라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그래서 지금부터 내 얘기들을 하나씩 툭툭 꺼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