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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물찾기 Jan 27. 2023

'내 몸 하나 씻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실컷 울어도 제자리... '육아의 시간들'

오늘은 내가 글을 쓰게 된 그 시작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글을 쓰고 싶어진 진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나에게 수도 없이 물었던 질문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40년 가까이 내 인생은 글과 거리가 멀었다. 학창 시절에는 독서가 제일 괴로웠고, 논술로 대학을 들어가야 했던 고3 시절에는 앞이 캄캄하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무엇 때문에 글이 좋아졌을까?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그것도 불쑥불쑥 수많은 생각들이 나를 찾아왔다. 내 평생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 적이 있을까. 왜 난 결론도 나지 않는 생각들을 밤마다 했던 것일까.


내 글은 바로 여기서 시작됐던 것 같다.

난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었다. 우린 모두 그랬다고, 지난 몇 년간 경험한 끊임없는 생각과 감정들이 절대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우린 그렇게 성장했다고,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 나는 도무지 쉴 틈이 없었다. 내 몸 하나 씻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지 어린 시절 나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잠깐 숨을 돌리며 문득 바라본 거울 속 나의 모습은 너무나도 꼬질꼬질하고 볼품없었다.


그러다 여전히 일도 하고 예쁘게 가꾸며 지내는 친구들 사진이라도 보는 날이면 푹... 땅으로 꺼지는 기분이었다.

나도 좀 달라지고 싶은데 방도가 없었다. 실컷 울어도 제자리. 그저 견디는 수밖에.


'난 잘 하고 있는 걸까? 그럼, 잘 하고 있어......

근데 왜 이렇게 외롭지? 아니야, 난 외롭지 않아.

내겐 아이들이 있으니.'


'그래도......

외롭고 힘든데 어떻게 하지? 다들 비슷할 거야. 힘내자!'


이렇게 날 다독였다.


그러다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 날엔 자책감에 괴로웠다.

내가 잘못 보살펴 아이가 아픈 것 같고,

내 육아가 잘못돼 아이가 밖에서 실수하는 것 같고,

내가 현명하지 못해 아이가 속상한 일을 겪는 것만 같았다.


물론 매일 매일이 그랬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평범한 나날 중 불쑥 예고도 없이 이런 생각과 감정들이 날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 주기도 강도도 예측할 수 없어 어려웠고 또 그래서 힘든 날들이 있었지만 별 일 없는 척, 괜찮은 척, 늘 긍정적인 척 지내려고 애썼다.


그래도 힘든 날은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누구에게 어디까지 내 이야기를 할까...... 너무 심각하진 않았으면 해서, 웃으며 쿨한 척 고민을 슬쩍 꺼냈다 슬며시 다시 넣는 날도 많았다. 생각이 많아지며 쓸데없이 어른스러워진 내가 안쓰러웠다.


어쩌면 내 고민을 불행하게 바라보는 엉뚱한 시선도 받고 싶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난 스스로 위로할 방법을 찾아 부단히 더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져버리는 밤이 내게는 계속 넘쳐나기만 했다.


매일 제자리 걸음 같던 그 시간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그 시간의 터널에서 제법 빠져나왔다. 그런데 내가 그 터널을 어느 정도 지나고 나니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가 다 똑같은 시간을 경험했다는 것을.


누군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며 그 시간 동안 혼자 바보같이 멈춰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제 안심했으면 좋겠다, 우린 모두 다 그랬으니까.


앞으로도 그런 날들은 줄곧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다. 그럼 그땐, 우리 다 마음껏 생각하고 고민하고 웃고 울었으면 좋겠다.


행복했다가도 불행하기도 하고, 속상했다가도 기뻐하는 것이 모두 일상이고 인생인 것 같아서.


문득 생각에 잠겨 혼자 외로운 밤이 있다면 염려하지 않기를.

어디선가 함께 밤을 지새우는 내가, 누군가가, 우리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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