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알바생이 왔다. 해야 할 일을 이것저것 인수인계 해주다가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선배 알바생이 A4용지(재고 목록)를 들고 재고 확인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것과 사장님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며 묵묵히 일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속으로
'나도 언젠가 실수하지 않고 긴장하지 않고 저렇게 어려운 일을 묵묵하게 하는 날이 올까?'
생각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카페에서 월급을 두 번이나 받고 이제는 새로 온 알바생에게 내가 아는 것과 해야 할 일을 인수인계 하고 있었다.
세상 어떤 일이든 하면 되는구나.
어려운 일이란 없어!
누구에게나 처음은 낯설고 어설프지만
시간 지나면 다 잘하게 되어있어!
그러니까 새로운 일에 겁먹지 말자!
정신없는 출근 시간대 카페일이 끝나고 잠시 여유로운 시간이 왔다. 점심시간 전 오전 10시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는 조금 여유 있는 편이다. 그때 신입 알바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는 11시 30분부터 슬슬 바빠지기 시작해서 손님 몰려오는데 엄청 땀나요.. 진짜 바빠요.. 정신없어요."
아찔했던 지난날 점심시간의 폭풍을 이야기했다.
"어떡해요.."
신입 알바생은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손님이 몰려올 것이라는 나의 말에 걱정하는 듯 보였다.
11시 40분.. 슬슬 손님들이 몰려올 때가 됐는데..
11시 50분.... 왜 안 오지?
12시... 스읍... 왜 이렇게 한가하지?
"오늘은.. 조금 한가하네요..ㅎㅎ 공휴일 다음이라 그런가~"
점심시간에는 땀이 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쁠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너무 한가했다. 마스크 뒤로 하품하는 신입 알바생을 보고 민망해졌다. 오늘은 한가하려나 보네.. 역시 장사란 알 수 없어.. 손님의 마음이란 알 수 없어..
허풍쟁이가 되기 5초 전
"배달의 민족 주문! 배달의 민족 주문!"
정적을 깨는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배달이다!!!!! 드디어!!! 손님이!!!!
와플 3, 토스트 1, 샌드위치 1, 에그타르스1, 음료 6개.
감사의 마음으로 와플을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카페로 들어오는 손님 무리의 얼굴이 스쳤다.
배달 손님, 포장 손님, 매장 손님이 단체로 들어오면서 역시나 땀이 나게 정신없는 점심 카페 일이 시작되었다. 배달 기사님이 일찍 도착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포장 손님들도 기사님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매장 손님은 음료가 언제 나오는지 물어보았다. 어떡하지? 과연 마지막 손님까지 음료가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 어쩌지..? 어쩌지? 하는 찰나에 다행히 모든 주문표가 마무리되었다.
신입 알바생은 한차례 폭풍을 겪고 그저 웃었다. 후.. 한편으로는 점심시간에 바쁘다는 나의 말이 허풍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오늘도 역시나 아찔하고 땀났던 하루였다. 금요일은 부디 손님이 적절하게 나눠서 와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한가한 것보다는 손님이 많이 오는 것이 좋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