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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교리장 Jan 05. 2023

새벽을 밝희는 그대에게

더 인정받고 싶은 당신에게

브런치에는 퇴사 관련 글이 정말 많다.

아마 주제별로 빈도의 순위를 매기면 1위가 아닐 까 싶다.

여러가지 글이 있지만 색깔이 또 다 다르다.

그래서 각각의 글을 꼼꼼히 읽으면서 참 많이 배웠다.


아, 이래서 그 때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했구나.

그래서 그 때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했구나.

라고 여러 번 과거 우리 조직 내 누군가를 떠올리게도 했다.


다만 가슴이 아픈 것은 퇴사를 결심한 그 어느 누구도

입사할 때 퇴사를 꿈꾸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로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해소하고 나아가려다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어

결국에는 퇴사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일 것이다.


필자는 앞서의 글들에서 몇 번 언급하였듯

16년차 직장인이고 종합병원에서 내내 근무했다.

의사이긴 하지만 나의 직장 첫 업무는 선배들 점심 주문 및 치우기부터 시작했다.

MBTI는 INTJ로 내향적이며 조직생활이 썩 어려운 성격이다.


퇴사를 앞둔 사람들은 누구나

더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 마음에 이른 새벽 두꺼운 옷을 입고

온 몸을 덜덜 떨며 종종걸음을 옮기곤 했을 것이고.


그런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일잘러' 되기에 대해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 '터닝포인트'의 극복


입사 당시에는 누구나, 

윗사람들로 부터 인정도 받고 일도 잘 해서 

조직에서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상승에너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시점에서 상사에게 크게 혼나거나

기대보다 부족한 평점을 받는 등으로 좌절을 겪게 되는데

이 시점 (터닝포인트)에 상승에너지가 하강에너지로 전환될 위기에 처해지게 된다.


방향의 전환을 막지 못하면,

하강 에너지는 지속적으로 좌절을 발생시키고

조직이나 상사에 대해 투사 (남탓)을 하게 되는 상태로 진행되 이후에는 방향을 돌리기 어렵다.


필자는 10년전, 본인의 학술활동을 한 마이너 언론지에 꾸준히 연속글로 기고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무척 존경하던 선배님께서 어느날 대노하시며 (이미 기고하던것도 알고 있었는데도)

[이런 활동 하는 사람치고 잘 되는 사람 못 봤다, 이것을 그치지 않으면 너에게 연구거리를 주지 않겠다.]

며 일침을 가했다.

이는 '당장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너의 커리어를 끊어버리겠다' 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그 기고활동은 나에게 큰 자부심이었고,

그 활동으로 커리어가 발전될 수 있을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 마음에 칭찬해달라고 머리를 들이밀었는데 스매싱을 맞은 셈이니, 그 좌절은 상당했다.

이후 거의 6개월간 그 분을 피해다녔고, 간간이 마주칠 때도 이런저런 일로 욕을 먹기 일쑤였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 분은 여전히 나의 은사님이며

지난 10년간 여러차례의 추천서 및 좋은 업무거리를 주시면서 꾸준히 도움을 주셨다.

'터닝포인트'가 방향을 아래로 꺾지 않고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상승하게 된 것이다.


(터닝포인트를 잘 넘기기 위해서는 몸을 낮춰야 한다.)




위의 오토바이 사진에서와 같이,

급한 커브를 돌 때는 자세를 바짝 낮추어야 한다.

평소처럼 (일이 잘 되고 있다고 느낄 때처럼) 똑바로 서 있다가는 바깥으로 넘어지게 될 것이다.


자세를 바짝 낮춘다는 것은 겸손해진다는 뜻이다.

교만을 피하라는 말이다. 즉, 터닝포인트 극복의 핵심은,


내가 잘못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 질문은 말 자체는 쉽지만 마음 새기기가 매우 어렵다.

상사나 조직체에 대한 불신이 심한 경우에는 이러한 성찰이 불가능하다.


물론 어떤 상사들은 정말 당신을 해치기 위한 말이나 행동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것은 터닝포인트 이후의 일이다.

터닝포인트 이후 하강방향으로 에너지가 향하게 되면,

당신과 조직간에는 연쇄적인 관계의 악화가 발생한다.

터닝포인트 이전에는, 상사가 정말 싸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조직과 당신, 그리고 상사 자신이 공멸하지 않기 위한 수를 던지게 마련이다.


필자는 10년이 지난 지금, 과거 내 상사가 그렇게 일침을 가해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만약 그가 그렇게 나를 막지 않았더라면,

나는 본연의 학술활동에 더욱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고

본업보다 밖으로 나대기나 좋아하는 관종 정도로 여겨져

하류의 취급을 받았을 것이 지금의 시점에서는 어렵지 않게 예상된다.

(지금와서 보면, 그 때 자랑스럽게 기고했던 활동의 흔적들은 이불킥이 절로 나올만큼 유치한 실적의 자랑이었다.)


다만,  좌절하던  그 시점에는 그런 예상이 불가능하다.

상사의 의도를 모르는데 혼만 나니 억울하고 화가 난다.

그러므로 상사의 지시나, 조직의 평가에 대해 일단은 억울하고 화를 내더라도

내가 파악하지 못하는 나의 잘못이나, 나에게 상사나 조직이 원하는 장기적인 계획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정말로 저 질문을 마음에 새기면 한 6개월은 우울하지만,

2년 정도 뒤에는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저 질문을 안새기면, 6개월정도 여기저기 열을 뻗치다가

억울함과 불합리를 외치며 더 좋지 않은 을 하게 된다.




직장을 지옥으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주변 사람들을 미워하면 된다.

반대로,주변 사람들을 존경하고 좋아하면 직장은 천국이 된다.

직장이 행복해지면 승진이든 근속이든 크게 신경 안 쓰인다. 그리고 알아서 잘 따라온다.


젊고 유능한 직원들은 자신의 지적 우월성을 빨리 인정받기를 원한다.

자신보다 능력이 떨어져보이는 상사가 답답해보이고 그 때문에 억울해 하기도 한다.


직장에서의 업무성과는 실적이 반, 인사가 반이다.

2000년대 이전에는 인사가 70% 쯤 되었다.

실적을 정량화하고 사람을 평가하려는 시도는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우리의 상사들은 그런 부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분들이니, 정량화된 실적만 가지고 비교하여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서는 안된다.




다 써놓고 보니 왕꼰대가 따로 없다.

오래 버텨서 꼰대가 된건지. 내가 원래 꼰대였던건지 모르겠지만,

40대 이후의 직장생활은 꼰대끼리의 배틀이다.

이 또한 새롭고 흥미로운 세계이다. 여러 동생분들 잘 버티셔서,

새로운 배틀에서 만나 또 다른 재미를 함께 느껴봤으면 좋겠다.


(본래 이 글에서 여러가지를 다루려고 했는데, 터닝포인트 해설만으로도 너무 길어져서..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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