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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권태주 Apr 02. 2024

다산초당을 오르며

다산초당을 오르며




                               

언제던가

남도의 끝 강진 땅에 유배되어 한양을 떠나오던 때가

까마득히 먼 세월 유배의 땅 백련사에는

오늘도 동백은 피었다가 지고 내 마음도 붉게 물들었구나     

이 산속에서 지저귀는 동박새야

너도 임이 그리워 산속을 헤매며 울고 있는 것이냐

이 산길을 따라가면 나올 나의 작은 집

그곳엔 혜장이 보내준 고소한 죽녹차가 있을 테고

내 사랑하는 제자들의 글 읽는 소리

산속에 울려 퍼져 아름다운 화음이 될 터이니

내가 써 내려가는 목민심서에

조선의 관리들 모두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여 청렴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저 아래 강진만에 비추는 햇살도 지고

한순간 월악산 너머 보름달이 차오르리라

나는 너무 그리움이 많아 보름달을 보지 못하리

안타깝게도 그리운 이들 달 속의 그림자 되어

나를 내려다보기에

나는 여전히 고개 숙이고

솔뿌리에 발이 차일까 걷고 있다네     

지나온 십 년의 세월처럼 또다시

유배의 날들은 이어지겠지만

남도의 끝 강진 땅

다산초당에서 나는 죽녹차 우리며 살아보려네

그리운 이들 다시 만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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