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던가
남도의 끝 강진 땅에 유배되어 한양을 떠나오던 때가
까마득히 먼 세월 유배의 땅 백련사에는
오늘도 동백은 피었다가 지고 내 마음도 붉게 물들었구나
이 산속에서 지저귀는 동박새야
너도 임이 그리워 산속을 헤매며 울고 있는 것이냐
이 산길을 따라가면 나올 나의 작은 집
그곳엔 혜장이 보내준 고소한 죽녹차가 있을 테고
내 사랑하는 제자들의 글 읽는 소리
산속에 울려 퍼져 아름다운 화음이 될 터이니
내가 써 내려가는 목민심서에
조선의 관리들 모두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여 청렴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저 아래 강진만에 비추는 햇살도 지고
한순간 월악산 너머 보름달이 차오르리라
나는 너무 그리움이 많아 보름달을 보지 못하리
안타깝게도 그리운 이들 달 속의 그림자 되어
나를 내려다보기에
나는 여전히 고개 숙이고
솔뿌리에 발이 차일까 걷고 있다네
지나온 십 년의 세월처럼 또다시
유배의 날들은 이어지겠지만
남도의 끝 강진 땅
다산초당에서 나는 죽녹차 우리며 살아보려네
그리운 이들 다시 만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