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었다면

10월 29일 토요일이 아니었다면

이태원 밤거리 핼러윈 축제에 가지 않았을 것을


그날 시골에 사는 친구가 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번쩍이는 나이트클럽 구경 가지 않았을 것을


내 나이가 20대가 아니었다면

가족들과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을 텐데


내가 탄 지하철이 그 밤 이태원역에서 멈추지 않았더라면

홍대 밤거리나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을 텐데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었더라면

경찰기동대가 모두 용산으로 몰려가지 않았을 것을


이태원 내리막 40미터 도로가 없었더라면

내 친구와 손잡고 흥겨운 밤거리를 활보했을 텐데


누군가에 등 떠밀려 넘어져

겹겹이 쌓여 죽어가지 않았을 것을


그날에 내 운명이 그 좁은 길을 걸어갔기에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이었기에

늦가을 떨어지는 플라타너스 잎처럼

심장의 박동이 멈추고 말았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