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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여유 Dec 08. 2022

이건 엄마도 두렵고 슬프다

죽음에 대한 아이와의 아무말 대잔치 1



“엄마, 우리 죽으면 어떤 느낌이야? 죽을 때 많이 아픈거야? 무서워”     

올 것이 왔구나.

나 역시 나이 마흔이 넘어도 죽음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두렵다.

내 존재의 사라짐보다도 나의 가족과의 이별이 너무도 슬프다.


문득 ‘엄마, 아빠가 없으면?’ 나는 무너지지 않을까.

한편 이런 생각이 혹시라도 그 곳으로 더 빨리 끌어당길까 두려워 애써 외면하고는 한다.

그리고 유난히도 빨리 흘러가는 시간이 참 야속하기만 하다.     


걱정을 사서 하는 나의 또 하나의 걱정, 내 아이의 마음.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함께 살을 부대껴 온 분들.

엄마, 아빠 못지 않게, 어쩌면 그보다 더 넉넉한 품을 내주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떠나신다면 그 마음은 어떨까.

할머니가 끓여주신 뜨끈한 김치찌개에 밥 한공기 뚝딱하며 엄지손가락 척.

목욕 후 할아버지가 수건으로 툭툭툭 털어주시는 물기를 맞으며 짓는 행복한 미소.

두 분 손을 양손에 꼭 잡고 아름다운 빛깔 머금은 숲길을 거니는 시간.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을 지켜보며 한없이 행복하다가도 문득 마음 한켠 어두운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답이 없어 수시로 생각을 미루어 둔 지 9년째가 되었다.     


유치원 시절에 단순 호기심으로 물어올 때면 “저기 보이는 별이 되어서 지켜주실 거야”라는 설명에 안심하고 끄덕끄덕 넘어가고는 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책을 보다 갑자기 떠오른 죽음에 대한 두려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4살 떼쟁이 이후 보지 못한 울음이 터져 나온다.   

       



죽을 때 고통에 대하여     


“죽을 때 숨 못 쉬게 되면 힘들어서 어떡해. 수영장에서 잠수할 때도 힘든데”     



"우리가 놀이동산에 갔을 때, 사실 엄마는 너무 두려웠어. 바이킹, 롤러코스터 한번도 타본 적이 없었거든.

우리 OO이가 같이 타고 싶어해서 어쩔 수 없이 용기를 냈지. 그 전에 무서움이 가득했어. 그런데 막상 타고 보니 생각보다 탈만 하더라.      


또, 엄마들의 공통점이 뭐지? 아이를 낳는 거지.

우리 OO을 낳기 전에 이미 엄마가 된 분들은 아이를 낳는 것은 최고의 고통이라고 해서 너무나 걱정이 되다가도, 그까짓 꺼 모든 엄마들이 다 하는데 그걸 못하겠어? 하는 생각에 버텨졌어. 그리고 OO을 잘 낳았지.    

이처럼 누구나 해보지 않은 경험에 대해서는 두렵고 무서운 기분이 들어. 지금 이 세상 사람 모두 죽음을 경험해 보지 않아서 다들 같은 마음일 거야.      


엄마는 죽음에 대해 두 가지의 두려움이 있는데 이중 첫 번째 두려움은 지금 OO처럼 아픔에 대한 두려움이야.

그런데 이것은 그냥 받아들이려고 해.

누구나 겪는 것이고 실제로 놀이기구 탈 때, 아이 낳을 때처럼 별 게 아닐 수도 있으니 미리 걱정하지 않을 거야.

     

다른 하나, 두 번째 두려움은 후회가 남는거야.

사람은 죽음 직전에 영화처럼 지나온 시간들이 스쳐지나간대. 그때 나 이때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이때 잘했어야 했는데 후회가 남을까봐 그게 제일 두려워.

그래서 엄마는 이것만큼은 내가 노력해서 후회하는 두려움은 없게 하려고 해.


그리고 선물. present 알지? 그게 현재라는 뜻도 있어. 현재가 선물이다. 감사히 생각하며 살라고 이런 단어가 있는가봐. 와 소름"


    

“영화처럼 보인대?”

“응. 엄마는 그때 후회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고, 효도하면서 지낼 거야“

“나도 후회하지 말아야지”

갑자기 그동안 관심도 없던 쓰레기를 버리고 온다고 한다.

이제 괜찮아졌구나. 미션 하나를 해결함에 뿌듯해 하며 잠을 청한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아직 괜찮지가 않다.

눈을 뜨면서부터 죽음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이렇게 죽음에 대해 한달에 걸친 아무말 대잔치가 시작되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2편에서 이어집니다.

우리는 지구별 여행 중이야. 꼭 다시 만나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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