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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 Dec 11. 2022

쉬라고요? 저 쉬어도 돼요?

휴식에 대해서

물리적으로 내 마음을 누가 팬 건 아니지만 사회라는 글러브가 있다면 그 글러브에 몇 대는 맞은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었다.

감각이 둔하고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에 워낙 느렸던 사람이라 나는 내가 지쳐가고 있는 것도 몰랐다.

사실 지친 건 알았는데 그걸 끌어올리는 방법을 몰랐다.

그리고 지치면 뭐 어쩔 건데. 그만두기라도 할 거야?

나이 서른이 넘었는데 힘들다고 그만두고 다시 이력서를 고쳐 쓰고 들어갈 기업을 알아보고 주어진 시간 안에 나불거리며 나를 어필하고..

도무지 그럴 힘이 생기질 않았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해야 하니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켜서 그렇게 꾸역꾸역 하기 싫은 일을 안고서 퇴근 시간만 기다리고 있던 나날들이 이어졌다.

보람된 일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게 싫었지만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더 절망적이었고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는 게 더 무섭다고 생각한 나는 텅 빈 사무실에서 혼자 퇴근 왕자만 기다리는 공주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설레고 두근거릴 수가 없어


쉬어가야 해요. 쉬어가도 돼요. 휴식이 없으면 사람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합니다라는 말을 인스타에서도 수없이 보고

휴식이라는 단어는 명언에서도 빠질 수 없다.

그 문구를 볼 때마다 ‘누가 몰라서 못 쉬나.. 다들 자리 잡고 있는 시간에 지옥 같은 회사라도 내가 다니고 있는 게 낫지’라는 생각에 그만둘 수도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내가 정말 좋은 ‘쉼’을 누려본 적이 있나? 가족들과 좋은 시간과 좋은 대화를 보내고 흘러가는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언가 쫓아오는 듯한 느낌을 버리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을까?

하고 싶고 좋아하는 걸 찾아본 적이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게 있기는 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지만 오래된 친구인 불안 새끼가 날 안았다.


아니 근데 내가 채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1년 쉰다고 내 머리에 구멍이 나서 알던 지식이 다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못할 게 뭐 있지?

공백기가 무서운 건 이력서를 보는 면접장들의 질문이 무서운 거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꼭 회사에서만 이루어진다는 보장도 없는데?


모든 게 짜증 났던 회사가 싫어서 생각해낸 합리화였지만

그놈의 휴식 제대로 쉬면 발끝에서 살려달라고 하는 내 마음이 좀 나아질까 의문심도 들었기에 2달을 고민한 후 나는 정했다.


내 인생 잠깐 쉬어 가보자

그렇게 퇴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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