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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앤 Aug 24. 2024

日, 유영하다

유영하다 「동사」 물속에서 헤엄치며 놀다.


(…)


행복은 별거 없다지만, 너에게는 유독 그 행복이 너그럽지를 못했다. 그 참을 수 없는 불합리함을 아무렇지 않게 수용하는 너라서, 나는 너를 다정한 사람이라 불렀다.


겨우 ‘다정하다’는 말에 행복해하는 애였다. 내가 해준 모든 말 중에서 그 말을 가장 오래 머금고 있는 애였다. 그딴 말 몇 번이고 더 해줄 수 있는데. 더 좋은 말, 더 예쁜 말을 건네줄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겨우 저 ‘다정하다’는 말에 기뻐할 너라서. 그 말이 너를 이곳에 붙잡는 족쇄인 것 같아서. 나는 두려웠다.


나는 너 대신 울었다.

사람 앞에서 울지 못하는 너를 대신해서 울었다.

슬퍼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힘들어도 괜찮아.

나는 여기에 있어. 나는 계속 이곳에 있을게.

그러니까 울지마.


(…)


우리 둘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다. 세상에 미련이 너무 많고, 그 미련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푸른 예민함과 새까만 괴팍함을 품고 있고, 미련이란 이름의 달빛에 의존해 거대한 바다에서 살아간다. 각자의 돛단배에, 각자의 것을 올려놓고 때로는 파도에 부딪혀 휩쓸려 멀어지고, 때로는 열심히 노를 지어 다시 함께 항해한다.


네가 바다에 가겠다면,

푸르른 물이 보고 싶다고 말한다면,

나는 몇 번이고 너를 따라갈 것이다.


몇 번이고 바다에 갈 테니, 두려워 말고 있는 힘껏 잠수하길 바란다. 헤엄치지 못하는 이 친구를 불쌍하게 여겨서라도, 너무 깊은 바다에는 가지 말고 다시 돛단배 위로 올라와 주기를 바란다. 그러니 몇 번이고 바다로 가자. 아니, 한강이어도, 수영장이어도, 욕조 물이어도 함께 가줄 테니 두려워 말고 잠수했으면 한다.


나는 너의 미련이어서 영광이었고 감사했으며 미안했다.

나는 너의 친구이기에 행복하고 미안하다.


신이 너에게 선고한 죄는, 나 같은 걸 친구로 두었다는 것.

신이 너를 용서하는 이유는 나를 친구로 두었다는 것.

그러니 겁을 먹지 말고 나아가길.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말고 마음껏 유영하길.


헤엄칠 힘이 없다면, 내가 붙잡아 줄 테니 나를 꼭 바다로 데려갈 것.

혼자 바다에 가버렸다면, 남겨진 내게 길잡이가 될 등대를 전하고 갈 것.


울지 못하는 너의 눈물을 어렴풋이 알고 있으니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살고 싶어 하는 너를 알고 있으니까.

너에게 맹세할게.

나는 너 때문에 울지 않아.


이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너에게 이 글을 바친다.







-유영(헌사), 조앤 (24.06.24), 일부 발췌

-游泳 (獻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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