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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수현 Dec 24. 2024

리얼 마래

리얼 마래

오늘 소개할 작품 리얼 마래는 최근에 읽어본 동화 작품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작품 중에 하나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렇다는 입소문은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접해보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그 파격의 산미를 만끽하며 리뷰를 시작해 본다.


일단 이번 리뷰는 내용 소개에 앞서서 한번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한번 이 질문에 스스로 대답해 보기를 바란다.


아이에게 공부를 강압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키우는 것이 옳은가?

집은 오래 머무는 곳이 아니라, 마음이 가는 곳이어야 하는가?

삶은 자유롭고 사회의 주어진 굴레나 속박에서 벗어나서 사는 것이 멋진가?

부모는 아이들의 삶을 하루하루 소중히 되새기며 아끼고 기억해야 하는가?


아마도... 거진 대부분의 부모들은 저 위에 질문들에 대해서 Yes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게 모범 답안이니깐. 실제로 행하기는 쉽지 않지만.


요즘 나오는 에세이와 자녀교육이 추구하는 이상향에 가까운 질문에 대해서 감히 아니라고

의견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부모의 딜레마라는 것을 나 역시도 부모이기에 잘 알고 있다.


그럼 여기서 다시 질문을 하나 해볼까? 만약 저렇게 사는 집이 있다면...

그 집과 아이는 행복할까? 교육에 이상을 논하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

과연 아이의 삶은 행복할 것인가? 그 감히 생각하기 어려운 화두에 대해 이 작품은 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마래는 그런 삶을 사는 아이다.


부모님은 뭔가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 마음이 가는 곳에 살아야 한다며 여러 곳을

이사다니며 살았다. 덕분에 마래에게는 오래된 친구가 없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겨우 만난 친구 다은이와 결이가 소중한데, 그 와중에 부모님은 또 한번

파격적인 말을 꺼낸다. 바로 캠핑카를 사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1년 살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겨우 정을 붙인 곳을 떠나게 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마래. 그리고 그것 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자신의 일상이 하루도 빠짐없이 블로그에 기록되어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고,

자신의 삶이 엄마가 쓴 에세이를 통해 베스트셀러가 되서 입소문을 타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불만을 친구들에게 토로해 보지만 친구들은 오히려 부럽기만 한 삶에 투정하는

마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 어느날 자신의 집에서 놀러온 친구들과 진실 게임을 하게 되고

그러다 생각치도 못한 비밀을 알게 된 마래.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비밀은 엄마의 칼럼을 통해

세상에 퍼트려지고 그 사실에 다은이는 격분한다. 그리고 결이의 행동도 뭔가 심상치 않다.


과연 마래는 자신을 둘러싼 범상치 않은 삶의 흐름 속에서 과연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어딘가 결여되고 빠져버린 자신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서두가 길었는데 사실 이 작품은 소통의 단절과 상실된 자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근본적인 내용의 흐름은 마래가 진짜 자신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주변에 사람들과 마찰을 빚으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다른 감상평에서도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사실 저 주제 의식보다도

더 읽는 독자 아이와 부모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 양육의 방식에서 오는 충격일 것이다.

사실, 마래가 처한 환경은 어쩌면 친구들의 말처럼 이상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거듭 언급하지만 모든 교육과 양육 관련 스피커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이상적인 교육과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으니깐.


하지만, 그게 정말 정답일까? 그런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는 행복할까?

이 작품은 그에 대해 무거운 주제 의식을 가지고 아니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마래의 삶은 결핍되어 있다. 주거지는 불안정하고 자주 옮겨다니는 탓에 정붙힐 동네도 친구도 없다.

그리고 부모의 과한 사랑은 일방적이어서 자신의 모든 일상은 노출되어 블로그에 공개되고

삶을 집대성한 이야기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사람들의 시선에 고정관념으로 굳어진다.


남들은 부럽다고 하지만, 안정적이지 못하고 혼란스럽고 노출된 삶은 결코 행복하지 못하다.

그것을 입증하듯이 마래는 자신의 물건을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끌어안고 살고 있다.

단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을 주장하면서. 마치 피폐의 시신을 보여주는 것처럼.


작품에서 등장하는 마래의 부모님은 이상적인 부모로 보이지만, 세밀하게 따져보면 극단적인

에고이스트들이다. 자신의 자아를 성취하기 위해 좋은 부모라는 역활에 심취해 있기는 하지만 사실 마래의

생각은 큰 관심사가 아니다. 되려, 자신들이 더 아이처럼 마래에게 넘쳐나는 에고를 강요하고 있다.


이게 무슨 지옥일까? 책을 읽으면서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을 느낀 것은 오랜만이었다.

작가님은 담담한 이야기 속에서 한 아이가 겪고 감당하기 힘든 지옥도를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주장하고 있다. 삐뚫어진 자아를 가진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이고

세상에 보여주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대상을 피폐하게 만들수가 있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읽으면서 요즘 벌어지는 세상의 세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계와 정치계에서 보여주는 극단적으로 자아만 비대해져서 자신의 이상에 빠져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조금도 자신의 문제는 인정하지 않고 타인의 문제가 스피커로 요란하게 떠들면서 원칙과

질서를 붕괴하는 현상이 유독 올해 많았고 그것을 보면서 이 작품과 연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학이란 그런 세상의 보편적인 흐름 속에서 어딘가 엇나가 있는 지적해야 할 조류들,

하지만 비난받고 싶어하지 않는 것에 글로서 논의에 올리고 그것이 옳은지를 세상에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진정한 동화의 영역을 넘어선 걸작이라고 평하고 싶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점점 더 삐뚫어진 자아를 가진 자들이 많아지는 흐름을 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악한 자들이 아니다. 차라리 악하다면 그것은 경고가 되고 제어가 되지만, 자신을 선이라 믿는

과대망상적인 자아를 가진 배타적인 영향력을 가진 자들이 커지는 시대에 일반인은 고통받을 수 밖에 없다.


나는 그래서 이 작품을 통해서 이 세상과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너의 사고와 행동은 옳은가? 그걸 절대적으로 믿고, 보편적으로 인정받으면 그것이 옳은 걸까?

때로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기를 권고하고 싶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어쩌면 그것이 가깝게는 너의 마래를 상처입히고, 멀게는 이 세상에 큰 해악이 될지도 모르니깐.


이 작품에서 마래는 결말에 결국 진짜 자신을 찾기는 한다.

하지만 다소간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결말이라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상과 현실은 항상 멀고 쉽지 않다는 것을 되새긴다.

어쩌면 올해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리뷰를 하면서 지독한 성찰과 연민,


그리고 세상에 대한 그릇된 자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면서 마치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내년에는 좀더 좋은 일이 많아지기를.

미리 새해 축하 인사를 읽는 독자분들에게 선사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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