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대 중학 생활
시리즈물은 가끔 TPO가 어그러지는 일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이 그랬다.
예전에 소개했던 사춘기 대 갱년기를 읽고 이어지는 시리즈를 다 읽어보려고 하였는데
어쩌다보니 두번째 이야기를 건너뛰고 세번째 이야기를 먼저 읽게 된 것이다.
하하하. 뭐 작품이 각각 독립적인 내용이라 큰 지장은 없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 루나가 5학년에서 6학년을 거쳐 중학교 1학년으로 1년마다 넘어오는 시간 흐름이
살짝 핀트가 어긋나버린 것을 난감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뭐, 전반적인 사정은 대충 그렇게 넘어가고, 일단 책을 리뷰해보자.
중학생활이다. 리뷰 끝!
이렇게 얘기하면 순서 건너 뛴 것도 모자라서 성의도 어디다 팔아먹고 왔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이 책의 리뷰는 저걸로 한줄요약해도 된다. 중학 생활이다.
아마도 초등학생이나 초등 자녀를 둔 부모라면 궁금해할 중학 생활의 처음과 끝을
루나의 시점으로 흥미롭고 유쾌하게 풀어낸 1년간의 이야기이다.
사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중학교 1학년은 인생에서 가장 예민한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바로 어제까지 초등학생이고 어린이였는데, 갑자기 뭐 계기도 없이 법적 근거로
청소년이자 중학생으로 위치가 달라진다. 일생을 어린이로 살아온 아이들에게 날벼락이 아닐까?
근데 그냥 위치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변화까지 오기 시작한다.
우리의 주인공 루나는 이미 5학년때 부터 선행하고 좀 어른스럽게 받아넘기고 있지만
예민하고 소심한 아이들에게 그런 변화는 두렵다 못해 아프다는 기분마저 드는 무서운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이제까지는 별로 와닿지 않던 장래 희망과 진로, 학교 성적과 교우 활동 등이
한꺼번에 들이닥치기 시작하면 어지간히 둔감한 사람이라도 패닉에 빠지기 쉽상일 것이다.
이 작품은 그래서 그런 중학 생활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유독 빛나리라는 생각이 든다.
내용이야 우리의 주인공 루나가 그냥 하루하루 중학생활을 보내는 일상을 소소하게 담고 있지만
그 시간 속에 의미와 느낌을 아이들의 시점으로 세세하고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고
때로는 심각해질 수 있는 이야기도 루나가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겨나가는 모습을 통해 두렵지 않게 보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중간중간에 삽입된 봇과의 대화를 통해서 현실적인 중학 생활의 가이드라인과
정보를 알려주면서 그것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대리 학습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아마도 저 나이대 아이들을 가진 부모라면 필수적으로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어질 내용이었다.
지난번에 읽었던 전작과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아이들의 사춘기도 다루지만 마찬가지로
엄마의 갱년기를 같은 시선에서 다루고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가지며 훈훈하지만 조금은 깊은 의미를
생각하게 했던 전개는 빠졌다.
대신에 아이에게 집중해서 즐거운 학교 생활에 포커스를 맞추고 동시에 미래와 진로와 같은
변화에 대한 태도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모습에서 이제는 아이들의 동화를 넘어서서 청소년 소설의 영역으로
작품 자체의 연령대도 높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 여러모로 흠잡을 곳이 없는, 아이들을 위한 유쾌하지만 동시에 유익하기까지 한
좋은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어졌다. 왜 전작들이 많은 곳에서 고학년과 청소년을 위한 추천도서로 호평을
받았는지 이해가 가는 시리즈의 걸작이었다.
나도 그렇지만, 이제 중학 생활을 앞둔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꼭 한번 아이와 같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조금 뜨끔하고, 조금은 이래도 되나 싶은 아이들의 속내를 웃음지으며
미리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P.S 1 준수 녀석, 너무 캐릭터 변화가 심한데? 내가 기억하는 전작의 수다쟁이는 어디 간거냐?
갑자기 애가 너무 차분해지니깐 같은 인물이란 매칭이 안될 지경이네. 못본 2편에서 뭔 일이 있었나?
P.S 2 루나는 여전히 천방지축에 발랄하더라. 시리즈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대학생까지?
왠지 그때가 되도 지금이랑 똑같을 것 같은 우리의 귀여운 주인공의 이야기가 정말로 계속 이어졌음 좋겠다
#사춘기대중학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