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에 곰이라니
요즘 아이들 표현으로 이런 말이 있다. 뇌절도 이 정도면 예술이라고.
오늘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딱 저 말에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아직도 입가에 머금은 웃음을 참지못하고 리뷰를 시작한다.
작품의 내용은 어느 순간 사춘기 대신 동물기를 맞이하고, 정말로 동물이 된 아이들의
당혹스러운 일상과 이어지는 현실 적응기 및 사람 귀환기이다.
여러 아이들이 다양한 동물로 변화하면서 맞이하는 삶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어떤 아이들은 적응하고, 어떤 아이들은 두려워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그걸 악용하는 다양한 면모를
보이면서 그 중심에 선 곰으로 변한 아이, 태웅이의 이야기가 주된 흐름을 이룬다.
일단 아이디어에서 뭐라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기발하다는 점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 동화나 어른들의 우화도 아닌, 청소년 장르에서 사춘기를 동물기라는 개념으로 연결시킨 상상력은
대체 어떻게 해야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작가님의 그 틀을 깨는 발상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그리고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단순히 아이디어의 파격만이 아니라 작품이 가지는
소재의 활용도와 그에 담긴 의미 또한 절대 가볍지 않다.
불안하고 예민하면서 언제 튈지 모르는 청소년기 아이들을 뭉뚱그려서 사춘기라는 단어로 지칭하지만
그게 얼마나 다르고 제각각이며 포괄적인 범위인지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마치 이 작품에서 나오는 동물의 가지수만큼이나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아이들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작품은 동물로 함축된 이미지와 행동으로 간결하면서도 의미있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나는 그 시기에 대한 이런 깊은 관심과 세심한 시선이 좋았다.
그래서 자칫 너무 심각해지면 다운되기 쉽고, 너무 해맑으면 문제 의식을 상실하기 쉬운
청소년 소설에서 이 작품은 굉장히 중심이 잘 잡힌 전개와 묘사로 작품을 매끄럽게 이끌어간다.
그리고 틈틈히 악행의 말로와 얼핏 무의미해 보이는 선행의 의미도 담아가면서.
하지만 그런 동물화를 통한 메세지나 작품의 전개보다도 더 매력적인 부분은
역시나 이 작품이 보면서 계속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로 너무너무 재밌다는 것이다.
갑자기 베란다에 곰이 나타난 것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이나, 비둘기 커플의 웃프기 그지 없는 연애담이나
기린 소녀의 난감한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다... 그저 빵 터지면서 웃을 수 밖에 없다.
이 정도로 낄낄거리면서 웃게 만든 작품은 정말이지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오, 아직도 눈물이...
요즘의 동화나 청소년 소설들의 영역이 좀더 심오한 영역으로 들어가고
정신 세계가 어른들의 눈높이에 방불케하는 내용이 많아지며, 읽는 독자와 쓰는 필자 양쪽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시기에 보기 드물게 딱 좋은 눈높이에서 기분좋게 웃으며 읽은 책인 것 같았다.
올해 속편도 나왔다고 하니, 이어서 그 유쾌함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마친다.
P.S 1 의외로 사자 에피소드가 안나와서 놀랐다. 주인공이 좀 까불다가 사자보고
갑자기 분노조절잘해로 가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상상했는데... 음, 너무 개그 포인트만 기대했나?
P.S 2 아이들 사람 이미지를 나중에 보고 한번 더 놀랐다. 태웅이는 좀더 통통한 애로 생각했는데?
서우는 키작다면서 왜 이렇게 커보여? 그리고 영웅이랑 몽키 이미지는 왜 안나온건지 ㅜㅜ
#열다섯에곰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