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 2
오랜만에 적어보는 영화 리뷰다.
뭔가 세상이 흉흉한 가운데 우리 가족까지 쳐져 있을 것이 뭐가 있나 싶어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를 하게 되었고, 보게 된 작품은 요즘 흥행 중인 모아나 2였다.
지난번 우리 아이들과 1을 극장에서 봤는데, 어느새 세월이 흘러 속편까지 다시 보게 되었다.
그게 8년전이라는데 아... 세월이 참 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린이 때 봤던 영화를 청소년기의 초입에 다시 아이들과 같이 본 후기 겸 리뷰를 적어보기로 한다.
영화의 내용은 지난번 1편의 이야기에 활약했던 모아나가 새로운 섬을 찾아서
그곳에서 주민들의 흔적을 찾으며 시작된다.
전편의 활약 덕분에 안주할 땅을 찾은 모아나의 부족이었지만, 모아나는 바다 어딘가에 있을
다른 부족들의 존재를 찾아다니고, 왜 그들을 만날 수 없는지 의문을 가진다.
그러다 우연히 찾은 사람의 흔적을 통해서, 과거 전설로만 전해지던 모투페투라는
모든 항로의 중심에 있던 전설의 섬이 있었고, 그 섬이 날로라는 신에 의해 바다에 가라앉아
바다의 민족들의 소통이 두절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그 가라앉은 모투페투를 찾아 떠나는 모험에 나서고,
이번에는 전편의 동료 마우이 뿐만 아니라 마을의 동료들도 가세해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길을 찾기 위한
새로운 여정에 오른다. 뭐, 내용은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사실 이번 리뷰에 앞서서 지난 전편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블로그 활동을 하기 전에 봤던 작품이라 리뷰를 쓰진 못했지만
그때 모아나를 처음 본 나는 상당한 충격과 감동을 느꼈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원래 좀 관심이 있었던 폴리네시아를 배경으로 한
항해의 민족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문화가 일단 매력적이었다.
거기에 과도한 보정을 받지 않은 디즈니 프린세스가 오롯이 자신이 구르면서 익히고 배운
항해 실력과 베짱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세상을 구원하는 서사도 훌룡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너무나도 청량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시원한 느낌의 영상과 속도감이
보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난번 전편은 더할 나위 없는 근래에 보았던 디즈니 작품 중에 베스트로 꼽고 싶었던
작음으로 아직까지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도.
그런데, 이번 작품은... 음, 좋은 작품이다. 정말이다. 세간에 도는 풍문처럼 영 못볼 작품은
절대 아니라고 단언하고 싶다. 작품 하나로서 보면 정말로 잘만들고 전편의 재미 요소들도 잘 살리고
새로운 서사들에 대해서도 흥미를 잘 끌어낸 작품이다.
그런데.. 자꾸 이렇게 말이 빙빙 도는 것은, 정말 안타깝게도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센스를 발휘해주었다면 소포모어 징크스 따위는 비웃는 후속작이
될 수 있었을텐게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 속편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나 역시도 글을 쓰는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다.
얼핏 전편의 베이스에서 적당히 부가적인 요소만 넣으면 좋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항상 속편은 전편의 그늘에서 신선하지 못하고 참신하지 못하다는 핸디캡을 깔고 갈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세세한 부가적인 이야기가 덧붙고, 전편의 설정을 붕괴하는 내용까지 나와서 거기에 반발이 나오면
사실 뭘 써야 할지가 애매해지는 것이 바로 속편인 것이다.
사실 최근에 글래디에이터2를 보면서 그런 속편의 고뇌가 거장 감독에게조차 얼마나 무거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그래서 이번 모아나 2에서도 참 안타까운 것이 그런 좋은 속편으로 가는 계단의 가장 마지막
한단을 밟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았던 것 같다.
내용면에서 보자면 사실 추구했던 목표는 의외로 이상적이었단 소통이 단절된 사람들을 잇는
길을 탐험한다는 내용... 이 얼마나 설레는 전제인가? 근데 문제는 이게 그 원인과 방해 요소였다.
전편에 당위성을 가졌던 빌런과 대비해서, 이번에 등장한 빌런은 뭐랄까나... 왜 그랬지?
그리고 왜 이러는 거지? 자꾸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거기에... 등장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왜 그랬을까? 3편을 염두에 둔건가? 그렇다고 해도 빌런의 무게가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동료들의 서사도 좀 안타까움이 남았다. 당연히 속편에서는 전편에 서사를 보충해주고
파티의 신선함을 환기할 새로운 인물의 출연은 긍정적인 요소이다.
근데... 뭔가 인물 하나하나가 다 능력이나 서사가 고만고만한 수준이라 이게 과연 의미가 있는 건지...
당장 내가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이런 말이 나왔다.
'그냥 여동생만 같이 가서 3명이 했던 일 혼자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게 더 그럴듯해 보이는데?'
아니라고는 못하겠네...
그리고 모아나 본인에 대해서도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사실 모아나를 높게 본 것은
다른 디즈니 프린세스와 달리 바다의 은총이란 능력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근본적으로 자신의 힘으로 도전하고 구르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인물이란 서사가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뭐랄까 그 해결방법이 좀 너무 몰아주기가 아닌가 싶다.
주인공에게 시련은 마뜩치 않은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하고 이겨나가기 위해
필연적으로 나와야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근데 이번에는 그런 시련의 요소가... 있었나? 빌런 중간 보스마저도 뭔가 친절한 조언자 포지션에
선조들을 이끌었던 길잡이도 그렇고 할머니도 그렇고, 엄마랑 아빠마저도 너무 모아나 온리를 외치는 건 아닌지?
아... 주인공 띄우려면 그렇게 하면 안되는데. 그런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뭐 그래서 종합적으로 말하면 이래저래 미묘한 아쉬움이 조금 남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건데 절대 재미가 없거나 망작으로 치부할 작품은 아니다. 개별적인 하나의 작품으로 보면
이 작품은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하지만 다만 하나... 단 하나의 계단만 더 올라갔으면 더 높은 경지가 바로 코앞이었다는 점에서
슬픈 안타까움을 느낄 수 밖에 없고, 그런 리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
부디... 여러가지 사회적인 이슈와 고민들로 속편, 그것도 동화적인 내용을 쓰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동심의 이상향이었던 디즈니가 좀더 분발해서
우리 아이들도 인정하는 지고의 작품으로 더 나아지기를 기원하며 리뷰를 마친다.
P.S 1 이 부분도 좀 쓸까말까 했지만 내친 김에 적어보기로 했다. 편견을 가지고 싶지는 않지만
LGBT 서사에 대해서 여전히 너무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에게 왜 저 청년이 마우이에게 저렇게
과한 관심을 보이는지 설명하기가 힘들었다는 점에서 그런 고민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P.S 2 대단원의 막이 내리고, 우리 집 따님께서 밝힌 감상이 압도적이어서 한번 적어본다.
'그럼, 이제 속편에서는 저 섬을 차지하기 위해, 부족들간의 전쟁이 벌어지는 거지?'
음... 딸아. 이거 총균쇠 아니란다. 너 대체 무슨 관점에서 영화를 본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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