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늘 공간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어떤 장소는 우리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공원의 잔디밭, 첫사랑과의 설레었던 카페, 그리고 스트레스로 가득했던 사무실 책상까지.
이 공간들은 나의 기억뿐 아니라, 내 감정의 흔적을 간직한다.
연구를 하며 내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점은,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 구조를 넘어서 감정의 층위를 형성한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우울과 불안을 겪을 때, 흔히 정신적 문제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2019년 번아웃과 공황장애를 경험했을 때, 나 역시 이 사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내가 갇혀 있던 공간은 단순히 작은 방이 아니었다. 그곳은 내 불안과 두려움이 축적된 감정의 방이었다.
그러나 나는 연구 통해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을 접하면서 공간과 감정의 과학적 연결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뇌과학과 공간 디자인의 접점에서, 우리의 뇌는 특정 공간의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 자극을 통해 호르몬 분비를 변화시키고, 이는 곧 감정의 변화를 야기한다.
이는 단지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공간의 형태와 색감, 조명의 강도, 그리고 공간에서 나는 향기와 소리가 인간의 감정 상태를 실제로 변화시킨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나는 공간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가 불안감을 느끼던 공간을 변화시키기 위해, 새로운 '감정적 리추얼'을 적용했다.
작은 향초를 켜고, 차분한 음악을 틀고, 따뜻한 색감의 조명을 설치했다.
이 미세한 변화들이 모여 내 뇌가 공간을 다시 인식하게끔 했다.
기존에 축적된 불안과 스트레스의 감정은 서서히 완화되고, 공간은 새로운 감정의 무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감정을 다룰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감각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은 감각적 경험을 통해 보다 명확히 전달될 수 있다.
부드러운 천이 주는 안정감, 따뜻한 조명이 만들어내는 편안함, 그리고 자연의 소리가 주는 안도감 등은 모두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기억하는 감각적 자극들이다.
이런 요소들을 신중히 선택하고 배치하면, 공간은 우리 내면의 감정을 치유하는 '정서적 기지'가 된다.
특히 나의 연구에서 중요하게 여긴 것이 바로 반복적인 감정 패턴과 특정 공간 구조와의 관계다.
예를 들어 좁고 폐쇄적인 공간은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반대로 높은 천장과 개방된 시야를 제공하는 공간은 안정감을 준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공간을 디자인할 때 '어떤 감정을 유발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접근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미적 디자인이 아니라 인간의 정서적 회복을 촉진하는 심리적, 생리적 디자인이다.
Forestus 프로젝트는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태어났다.
나는 Forestus를 통해 사람들이 공간에서 겪는 감정의 고통을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 한다.
공간이 단순히 감정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감정을 회복시키는 적극적 도구로서 작동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이런 감정과 공간의 깊은 연결성을 이해하면,
우리는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받아들이고 치유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공간을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감정을 위한 맞춤형 공간 디자인을 통해, 삶의 질과 정서적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바탕으로 얻은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감정이 흐르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사람의 삶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간과 감정이 서로를 회복시키는 무언의 언어로 작동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과 깊이 연결될 수 있다.
Forestus 한 문장:
"공간은 감정의 흔적을 품고, 또 감정을 회복시키는 무언의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