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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꼰떼 Nov 25. 2023

퇴사는 여행-정혜윤

경험의 점들이 선이 되어 가는 과정

브런치를 통해 저자의 구독자가 되어 그녀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 한 편을 읽었을 때 그동안 내가 발행한 글들이 부끄러웠다. 당장이라도 글을 내리고 싶었지만 꾹꾹 참았다. 매번 내 글을 올릴 때마다 맞는 행동일까 고민하며 발행을 클릭했다. 하지만 글을 발행하는 행동을 통해 더 성장할 것이라고 믿기에 오늘도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저자에 대해 호감이 생긴 나는 그녀의 출간 책들을 찾아보았다. 세 권의 책 중에 단연 '퇴사는 여행'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대(大)퇴사의 시대에 퇴사라는 키워드에만 끌려 선택한 것은 아니다. 퇴사보다는 오히려 여행이라는 단어가 끌렸다. 아니 어쩌면 퇴사와 여행이라는 단어 모두에 끌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퇴사, 여행 얼마나 매력적인 단어인가?

나에게 두 단어는 자유를 상징한다.


대학을 졸업할 때쯤 모두가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 나는 예외였다. 집안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도 아니면서 취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취업을 하게 되면 무언가에 얽매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나의 자유가 빼앗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피처로 대학원도 생각해 보았지만 학업에 뜻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 생각도 접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던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 년 정도 돈을 모아 여행을 다니며 살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10년을 한 직장에 있었다.

하지만 내면에는 항상 자유와 여행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물론 직장을 다니며 중간중간 여행을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모습의 여행은 아니었다. 여행이라는 단어보다는 관광에 가까웠다.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가슴속에는 사직서를 품고 있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매번 주저했다.


사람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삶을 대하는 자세와 살아가는 방식도 모두 다른데 우리는 타인과 비슷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 자신만의 나침반을 가지고 살아가면 되는데 타인과 비교하며 눈치 보기 일쑤이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에 내가 추구했던 삶의 모습에서 많이 멀어졌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나와 다르다.

그녀는 다른 세상으로 연결되는 퇴사라는 문을 열고 여행을 통해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몸소 체험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만들어 갔다. 타인과의 비교 없이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삶의 속도와 방향을 정하는 것을 보여 준다. 그렇게 조금씩 만들어진 경험의 점들이 선들로 이어지는 모습이 솔직히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배울 점이 많아 감탄을 자아냈다.

그녀를 좀 더 일찍 알지 못했음에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p157

바로 지금 무엇이든 시작할 권리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하면 된다. 무엇이든 시작할 권리는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 있다.


물론 미성년자의 경우 일정 부분 부모의 동의를 구해야겠지만 성인이라면 자신이 선택하고 시작할 권리가 있다. 물론 여러 가지 환경적 요소로 인해 시작이 어려워 주춤할 수도 있고, 아예 시작을 못 할 수도 있다. 반면에 모든 걸림돌을 이겨내고 시작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시작할 권리는 반대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을 권리이기도 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서 무엇이든 시작을 선택했다. 그리고 시작에 따른 결과로 발생된 점들이 훗날 여러 개의 선들로 연결되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결국 시작을 하지 않으면 어떠한 선도 그을 수 없음을 말해준다.


p293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 무수한 선택의 결과가 나라는 사람을 만든다.

이 말은 들을 때마다 섬뜩하게 느껴진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게 만드는 말이다.

지금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건 자신을 탓하란 소리다. 반면에 만족한다며 자신에게 칭찬해 줘도 되지 않을까?

나는 지금 내 모습에 만족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다행히 아직 내게는 게으름과 현실에 안주하여 멈췄던 일들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이제는 나의 길을 가기 위한 새로운 점들을 만드는데 내 시간을 할애하고자 한다.


p41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현재에 남아 있을 때 2~3년 후의 내 모습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비춰 상상해 보는 것이다.


지금 있는 회사는 처음부터 이직을 생각하고 입사했다. 일 년의 휴식 기간 동안 아무런 준비 없이 취업전쟁에 뛰어들어 초조한 마음에 이곳으로 왔다. 그렇다고 지금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도대체 몸속에 노동자의 DNA가 들어있는지 항상 소 같이 일한다. 대신 취업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에 안정된 마음으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서 2~3년 후의 내 모습은 그려 보지 않지만, 다른 곳에서의 내 모습을 그려 본다. 그리고 그려 본 내 모습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나는 회사에서 소 같이 일한다.


p107

노력하기를 잘했다 싶었다. 뭐라도 행동하면 된다는 걸 실감했다.


p207

적극적으로 집중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무엇이든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없다. 멋진 결과 뒤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핵착오, 과정이 있다.


나의 가장 큰 단점이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기 않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내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불평한 적이 많다.

그러다 얼마 전 뉴스에서 정치 관련으로 이런 말을 들었다.

'아무 말도 않으면 아무 일도 없을 것'

말을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 이 말은 다르게 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정작 내 삶에는 이 말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

로또를 사지 않으면서 로또에 당첨되길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로또가 노력을 의미하지 않지만, 어쨌든 로또에 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판매하는 곳에 가서 구입해야 하는 행동이 수반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요즘 나는 무엇이라도 하자라는 마인드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내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예전에 영어도 못하는 내가 이태리어에 꽂혀 공부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이 사실을 알게 된 주변사람들이 영어 공부나 하라며 비웃었다. 그 뒤 나는 소심해져 비밀로 붙이며 공부를 이어갔다. 느리지만 2년간 꾸준히 했다. 그 결과 매우 낮은 레벨이지만 CILS A2를 좋은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B1를 준비하다 열정이 사라져 멈췄지만 당시의 작은 성과가 나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무언가 자신 없는 일을 시작할 때는 그때의 경험을 상기시켜 자신감을 고취시킨다.


참고로 이탈리아에서 공인한 언어시험은 CILS, CELI 2개가 있고 레벨은 총 6개로 나뉘어 있다. A1, A2, B1... 이런 식으로 해서 C2가 최상위 레벨이다. 여기서 나는 A2에 합격했다. 매우 낮은 초급 수준이라 글에서 밝히기 부끄러웠음을 밝힌다.


p130

맨땅에 헤딩할지라도 눈앞에 놓인 과제를 스스로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할 수 없었던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나를 제한하는 하나의 경계를 무너뜨리면 자신에게 조금씩 믿음이 생긴다.


저자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행동할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음에도 실생활에 적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은 몸이 피곤해서, 어제는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그저께는 야근 때문에 나와의 약속을 어겼다. 그러면서 목표했던 삶에서는 점점 멀어진 것이다.


2023년 나의 과제 중 하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브런치 작가가 목표였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구독자가 생길까 고민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것을 하나의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누구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한 가수가 대중들이 들어주지 않는 노래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글은 음악과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다. 우선 아무도 내 글을 읽어 주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행위로 자신의 생각이 정돈되고 그로 인해 성장됨을 느낀다. (물론 내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도 이와 같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도 가수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글을 읽어 주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냥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것과 뭐가 다를까? 그래서 나는 내년 목표로 브런치 구독자 100명을 계획한다. 이를 과제로 삼고 해결해 보기로 결심한다.  


p.199

모든 일의 뒤에는 '사람'이 있다. 정성과 진심은 기본이고, 나에게 시간을 내도 괜찮을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답장이 오거나 만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고, 서로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나는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진심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건 바로 나에게 시간을 내줘도 괜찮을 '이유'가 없을 때였다. 생각해 보면 진심을 다해 간절히 원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상대가 나의 진심을 알 수 있겠는가. 나의 시간이 소중하듯 타인의 시간도 소중하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을 나에게 할애할 만한 사람이 되려면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은 여행에세이로 분류되어 있지만 내게는 자기 계발서로 다가왔다.

좀 더 빨리 접하지 않았음에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좋았다. 주변 아끼는 사람들에게 연말 선물로 줘야겠다.


그리고 나는 다짐한다.

지금 삶에 불안해하지 말자.

내가 꾸준히 노력하고 행동하고 있다면 자신을 믿어 보자.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고 나는 나답게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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