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도희 Feb 04. 2023

신(新)과 구(舊)가 공존하는 도시, Stockholm

8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Looking at Strömbron bridge, Norrbro, Stockholm

 서울에서 광화문, 서촌 등 종로구 일대를 가장 좋아하는 나.. 그 이유는 신(新)과 구(舊)가 공존하는 모습이 아름답기도 하고 바쁜 도심 안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톡홀름에서도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있었는데, 사실 찾을 수 있었다기보다는 도시의 모든 부분이 그런 모습이라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왕궁과 운하가 보이고 번화한 거리조차 공원이 가로지르고 있어서 바쁜 도시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서 Fika (스웨덴어로 티타임, 하루 일과 중 커피 먹는 시간을 뜻하는 스웨덴의 카페 문화)를 즐기고 잔디에 자유롭게 누워있는 모습은 얼마나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Fika라는 문화도 스웨덴 사람들이 시간적 여유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Solsångaren

 유럽의 도시 대부분은 운하 옆에 큰 도로가 있는 법이 없고 사람들이 항상 강둑에 앉아있거나 노천카페들이 자리하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 중 하나이다. 날씨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노천카페에 자리하고 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은 그들에게 일상적이지만 나에게는 항상 어떤 낭만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스웨덴, 스톡홀름에 머무를 때 최대한 야외 자리에 앉아서 그날 그날의 공기를 누리고 갈 생각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항상 야외 자리를 찾았다.  

Under Kastanjen, Gamla Stan (Oldtown of Stockholm)  

 둘째 날에는 감라스탄이라는 구시가지를 걸어걸어 구경했는데 유럽 특유의 돌길과 노란 색감의 건물들, 무성한 나무가 조화를 이루어서 마치 잘 만들어진 테마파크를 걸어 다니는 기분이었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친구들과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셨을 때의 기분은 잊을 수 없다. 나무 아래 야외 자리에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앉아있자니 영화 속 장면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주위가 시끄러워도 다양한 언어가 섞여 알아들을 수 없어서 그게 배경에 깔리는 좋은 소음이 되는 것 같다.   

Inside the Royal Palace, Stockholm  

또 점심에는 도넛을 먹다가 왕궁 근위병 교대식을 뜻하지 않게 보게 되어서 얼른 뒤따라가보았다. 교대식에 꽤 많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한 것을 보고 아직도 옛 왕실 문화를 지켜내고 있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근위병들에게서 의무감보다는 자기 의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Skinnarviksberget

 스톡홀름 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친구들과 Skinnarviksberget이라는 전망대에서 연어와 맥주를 먹었던 순간이다.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서 시장에서 연어를 포함해 이것저것 구매하고 전망대에 올라가 바위에 자리 잡고 앉았다.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왼편에서 해가 서서히 지면서 하늘은 분홍색으로 물들고 건물들이 빛을 받아서 반짝반짝 빛났다. 지금 생각하면 스톡홀름을 내려다보며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은 정말 찰나의 순간같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이날은 해가 지면 웁살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운 마음에 시간이 천천히 흐르길 바랐지만 시간은 언제나 잡고 싶을 때 더 빨리 간다고 해가 순식간에 져버렸다. 스톡홀름 구석구석에 발자취를 남기고 왔으니 앞으로 다시 가면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Somewhere near the Strömkajen


작가의 이전글 Just Chillin’ in Copenhage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