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많이 있지는 않다. 그럼 겨울이라는 계절에는 왜 이리 감성에 푹 빠지게 될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따듯한 곳,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곳.
미술관에 제일 많이 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미술관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미술관은
화제가 되었던 책의 이름이기도 한 방구석 미술관!
우리 집에는 1년 내내 상설전시가 한참 중인 식탁미술관이 존재한다. 식탁에서 식사만 하라는 법은 없기에 나는 가능한 많은 작업들을 식탁 위에서 진행하고 있다. 식탁에 앉아 따스한 차 한잔 마시면서 벽에 걸린 그림을 감상하는 일은이 세상의 추위를 물리 칠 수 있는 작지만 강력한 에너지원이다. 특히 나라는 사람은 똑같은 음악을 10년째 들어도 좋고 , 똑같은 그림을 20년째 보아도 늘 좋기 때문에 우리 집의 방구석 미술관은 바깥세상으로 나가기 전, 나의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 나의 충전소이자 우리 가족의 사랑방 같은 장소이다.
아이는 내가 있는 식탁으로 와서 같이 앉아 밥도 먹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고, 인형놀이도 하면서 보내기를 5년 9개월. 그만큼 나의 나이도 더 얹어진 인생에서의 중년을 시작하고 있다.
나의 머리에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할 때쯤에도 여전히 식탁에 앉아 그림을 바라보고 있겠지.
그림을 바라보는 두 눈 속에는 세월이라는 것이 채색되어 있겠지. 그림을 바라보는 두 눈 속에는 인생이라는 것이 그려져 있겠지..
세월과 인생.
이 두 단어의 속을 헤집고 들어가 보면 아마도 내가 태어난 겨울에서부터 시작되면서 내가 살아왔던 시간과 장소, 그리고 나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 인터스텔라 영화처럼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며 나에게, 혹은 내가 그들에게 해줘야 할 말이 이렇게 남겨져 있을 것 같다. 모지스 할머니처럼 말이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을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에요"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할머니가 우리 집 식탁 미술관에 나란히 앉아서
나에게 말을 건네주는 듯한 따스함의 공감각을 느낀다. 그 따스함은 나를 채워주는 에너지가 되고 나는 그 에너지로 아이를 키우고 , 전업과 본업의 일들을 하며 남편과의 저녁식사를 준비하며 먹고 웃으며, 사랑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렇게 식탁에 앉아 그림을 감상하며 글을 쓰며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그림 속에 내리는 눈처럼 소리 없이 소복하게 꿈을 위해 한걸음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