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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les Blog Dec 15. 2022

봄봄 김유정 지음

북리뷰

김유정의 '봄봄'의 주인공인 순박하고 어리숙한 나는 점순이의 장래 남편이 될 것을 철석같이 믿고 3년째 데릴사위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교활하고 이기적인 장인어른(봉필) 점순의 키를 핑계로 성례를 시켜주지 않는다


마을 구장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해 보기도 했지만마름 지위를 가지고 있는 장인에게는 구장도 힘을 쓰지 못한다점순은 나를 바보라고 놀리며 혼인을 부추기고이에 자극을 받은 나는 장인과 몸싸움을 벌인다장인의 몸싸움에서 이기고 있는 나는 내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었던 점순이 장인의 편을 들자 충격을 받았고장인은 이번 가을에는  성례를 시켜줄 것을 약속한다


'봄봄'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봄봄에서는  안 되는 등장인물과 별일 아닌 사건을 통해 시대상과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만날 수 있다


우선 장인어른을 만나보자


장인어른은  셋을 밑천 삼아  사위는 10년 동안 돈 안 주고 머슴으로 부리고둘째인 점순이의 사윗감인 나를 3년째 부려먹고 있다


셋째 딸의 나이가 6살밖에 안되었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나의 데릴사위 생활이 앞으로 4년 정도는  될 것 같다는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이렇게 총각들의 약점을 쥐고 착취하는 모습의 장인어른은 직업 또한 마름이다. 마름은 양반이나 높은 직책이 아니고 지주의 대리 감독인으로서, 지주의 토지가 있는 현지에 거주하면서 추수기의 작황을 조사하고직접  소작인으로부터 소작료를 거둬들여 일괄해서 지주에게 상납하는 것을 주된 직무로 하였다.

 마름은 소작인의 생산 활동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드물지만추수기의 소작료 징수만이 아니라소작권의 박탈작황소작인의 평가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있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마름)]


이렇듯 마름은 지주와 달리 같은 농민이면서도 농민을 착취할 수 있는 계급으로 부상하였고이에 장인은 마을에서 함부로 할 수 없는 권력을 갖게 되었다장인은 끝까지 나를  달래고 윽박지르고 위협해서 무보수노동의 데릴사위 짓을 이어가게 한다.


주요 인물로 거론되지는 않지만내가 장인과 한바탕 싸우게 되는 불씨는 뭉태에게서 나온 것이다. 뭉태는 장인의 속 보이는 행태와 나의 호구 짓을 일깨우는 말들로 나를 들쑤신다. 그러나 나는 뭉태 때문이 아니라 점순이의 ‘ 바보야~’ 하는 소리에 장인과 몸싸움을 한 것이다. 점순이의  바보야~ 나를 한없이 슬퍼지게 하는 감정적인 불씨였던 것이다. 물론 뭉태는 속이 푸련할 정도로 장인에 대한 날 선 비판과 비난을 퍼부어주기는 하지만.


점순은 또한 아버지 몰래 나에게 언질을 주어 성례를 독촉케 하고는 아버지 앞에서는 다시 아버지 편을 들어 나만 얼빠진 등신이 되게 했다나와의 관계보다는 아버지의 편을 드는 점순이가 어느 모로 보나 당연하다고 느꼈지만 그런지는 정말 설명하기가 어렵다. 점순이는 나를 좋아하기는 하는 걸까? 이 처자의 마음이 궁금하다.


말로만 듣던 데릴사위는 봄봄의 시대적 배경인 1900년대 초의 농경사회에서 아들을 낳아 농사꾼으로 써야 하는데 딸만 있는 집에서 결혼을 미끼로 미리 데려와서 일을 몇 년 시키다가 딸이 나이가 차서 시집을 가게 되면 돈도 주지 않고 머슴으로 부렸던 데릴사위와 분가하게 하여 혼례를 시켰던 관습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소설의 제목이 왜 '봄'이 아니고 '봄봄'인것에 의구심이 들기도 하다. '봄'이라고 하면 잡아 끄는 맛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따스함과 희망의 상징인 '봄'을 한 번만 부르는 것은 성에 차지 않아서 굳이 두번 되뇌어야만 했던 것일까?


지금의 시대에서 보면 예비 장인인 봉필은 딸을 팔아먹는 부모라고 욕을  수도 있을 것이고노동력을 착취하는 신종 사기꾼이기도 하다.  이전에 데릴사위를 하다 좌절하고 노임도 받지 못하고 그만둔 데릴사위가 둘이나  있다고 하니 말이다


봉필은 정규직이라는 당근을 코앞에서 흔들며 갑질과 초과 근무, 야근, 휴일 근무를 시키면서 수당과 보너스를 깜박하는 요즘 고용주의 모습이기도 하다. 점순이와의 혼인이 무슨 일을 '달성'한 것 처럼 여기는 주인공처럼 정규직의 높은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청춘과 정열을 바쳐 일하는 요즘 젊은이의 모습이 겹쳐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유정의 봄봄이 100년이 지난 아직도 사랑을 받는 이유는 머슴처럼 부려도 가끔씩 사위 대접해주고 토닥여 주는 장인의 인간미아버지 몰래 성혼을 독촉하도록 하는 점순이의 되바라짐친구의 일에  일보다  화를 내주는 뭉태의 의협심 등에서 슬그머니 웃을  있는 해학과 유머 때문이 아닐까 싶다가장 암울하던 시절가장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흘러나온 사람 사는 내음이 제목인 봄봄에서 느껴지는 봄 내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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