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les Blog Dec 18. 2022

슈베르트를 처음 만나다

Schubert - impromptu Op.90 No.2

50줄에 접어들어 다시 시작한 피아노 배우기에서 두 번째 만난 곡은 Schubert - impromptu Op.90 No.2이다.


기적같이 만난 러시아 차이콥스키 음악원 (Moscow P. I. Tchaikovsky Conservatory) 출신의 카밀라 선생은, 이 곡이 보기보다 쉽다는 말로 나를 encourage 하셨고, 이 말에 당차게 도전했었는데 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의 스케일에 좌절에 또 좌절했다. 


슈베르트는 모차르트, 쇼팽, 맨델스죤과 함께 짧은 생을 마감한 작곡가로 유명하다. 31세에 요절했으니 말이다. 사망 직전까지 여기저기 너무 많이 떠돌았다고 하여 더욱 가슴 아픈 작곡가이다. 모차르트, 쇼팽, 맨델스죤처럼 슈베르트도 이 짧은 생애 동안 수많은 작품을 쏟아냈다. 그의 음악의 특징은 천상의 아름다움, 슬픔이 내재된 영원한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슈베르트의 즉흥곡은 4개이다. 그의 사후에 브람스가 출판한 Op.946까지 합치면 5개지만, 슈베르트가 직접 출판한 것만 쳐서 보통은 4개라고 한다.

이 4개의 즉흥곡이 음악적인 은유적 표현과 장치들이 하나의 세트를 이루어 1번부터 4번까지 음악적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엮었다고 슈베르트가 출판사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럼 4곡을 다 쳐야 하나?

일단은 손가락이 굳고 악보도 잘 못 읽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악보 쟁여두기 장인답게 먼저 Henle 악보를 구입했다.

사자마자 대 참사가 일어난 Schubert Impromptu 악보


엘레강스한 푸른색 표지에 3가지 폰트로 쓰인 제목과 이름들. 속의 악보는 또 얼마나 이쁜지.

노리끼리한 바탕에 또렷이 인쇄되어 있는 음표들을 보았을 때 설레고 감격했다.


선생님의 지도도 받고 YouTube에서 유명한 Jane의 tutorial도 참고하면서 연습한다.


이 곡의 특징은 스케일이다. 곡의 거의 대부분이 스케일로 이루어져 있어서 또르르 굴러가듯이 가볍고 경쾌하게 건반을 달려줘야 하는데... 나의 뻣뻣한 손가락은 당최 비협조적이다.


손가락 번호를 대충 했다가는 나중에 고치지도 못하고 팔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에 동그라미를 치고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했다.


템포도 빠른데 왜 이리 검은건반이 너무 많은 건지, 또 좌절이 몰려온다.


세부적으로 내가 힘들어하는 마(魔)의 구간을 정리해 보면


어이없게도 처음 시작 B ♭이 어렵다.

이다음부터 이어지는 스케일의 분위기를 정하는 이 한 음이 잘 안 된다. 너무 강하게 쳐도 안되고 힘 없이 쳐도 안되고..


다음으로는 갑자기 검은건반이 추가되면서 오른쪽 5번 손가락으로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는 (혹은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내는) 이 부분이 어렵다. 26번째 마디부터... 연주를 들으면 빨갛게 표시한 음표들이 주 멜로디를 이루고 나머지는 부드럽게 깔리는 듯하게 흘러가야 하는데..


여기에 너무 집착하여 새끼손가락으로 건반을 세게 누르고 나머지 손가락을 쉴 틈 없이 움직이는데 손가락에 쥐가 나려고 한다. 선생님이 기분만 내야 한다고 하신다. 이젠 힘을 빼고 친다.


이 구간은 조가 바뀌면서 슬픈 느낌을 내어야 하는데...

스케일이 주를 이루는 첫째 섹션과는 전혀 다른 느낌인 두 번째 부분이다. 피아노 포르테이기도 하고, 무겁고 슬프면서도 리드믹 한 구성이라 신이 나기도 하는 구간이다. 우울을 좋아하는 내가 좋아하는 구간인데 이 리듬을 살리는 것이 참 어렵다.


그리고는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인데. 계속 높은음으로 올라가면서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빨간 부분). 피아노 포르테로 계속 가다 보면 어느새 내리막을 준비해야 하는 절정(파란 부분)에 도달하는데 여기서 휘몰아치듯이 내려와서 마무리를 해야 한다.


앞부분의 사랑스럽고 여리여리한 부분과는 엄청난 대조를 이루는 끝마무리인데, 섬약한 슈베르트에게 이런 열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하튼 여기를 치다 보면 손의 피로감이 장난이 아니라서 정말이지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과, 내가 이걸 쳤구나 하는 뿌듯함이 교차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이렇듯 아름다운 곡을 배우게 되어 감격스럽다.


Brendel의 아름다운 연주로 듣는 Schubert - impromptu Op.90 No.2

https://www.youtube.com/watch?v=wgjvbONtU5Y

[이 나이에 피아노라니]는 계속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