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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les Blog Dec 18. 2022

다시 만난 슈베르트

Schubert Impromptu Op.90 No.1


슈베르트는 잘 알려진 대로 베토벤의 열성 팬이었다. 너무나 베토벤을 사랑한 그는 베토벤 옆에 묻혔다고 한다. 요즘 표현으로 진정한 사생팬.


슈베르트 즉흥곡 Schubert Impromptu Op.90 No.1은 역시 슈베르트의 다른 즉흥곡처럼 아름다운 화음과 다소 간단한 모티브가 특징이다. 그러나 이 즉흥곡은 스케일이 큰 서사시 같은 면이 있고  장엄해서, 이곡을 들으면 슈베르트에서 베토벤의 향기가 난다고나 할까.



첫 시작도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1악장처럼 빵~~~ 포르테 시모로 시작했다가 바로 피아니시모로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비장하고 격정적인 부분이 교차하여 생각보다 어려운 곡이다.


먼저 첫 음을 세게 치고 충분히 시간을 두어 여운을 느낀 후에 피아니시모로 오른손 멜로디를 친다. 이 멜로디가 이 곡의 모티브이기도 한데 이다음부터 같은 모티브의 멜로디가 삼도 화음으로 된다. 여기서 삼도 화음의 위 음을 살려서 쳐야 하는데, 리코딩을 들어보면 멜로디가 살아있어 코드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빨간색으로 표시한 위 음들을 잘 살리기가 어렵다. 처음엔 신경 써서 치다가 어느새 멜로디는 사라지고 화음만 둔탁하게 남기 일쑤다.


처음 모티브가 끝나고 나면 잔잔하고 평온한 다음 모티브가 시작된다. 이 모티브는 슈베르트 곡에 자주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교수님 말씀으로는 슈베르트가 노래를 좋아했다고, 그래서 그의 곡들은 노래하듯이 쳐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래 우리는 그를 '가곡의 왕'이라고 배웠었다  그래서 난 이 곡을 배울 때는 밥 하면서도 세수하면서도 멜로디를 흥얼거리곤 했다.


이 부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멜로디가 너무 서정적이고 정말로 노래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특히 빨간색과 파란색 부분의 주고받는 부분이 환상적이다.


다음은 슈베르트 식 격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왼손으로 감정을 북돋아주듯 세게 치는데 그 가운데에 멜로디 라인을 잡아주어야 한다 (빨간 표시). 여기서 감정을 한껏 고조시켜야 바로 다음에 오는 구슬같이 아름다운 구간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


다음은 이 곡 중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다. 좋아하지만 정말 치기 어려운 부분이다. 


빨간 표시된 부분을 살려서 멜로디 라인을 잡는다. 5번째 손가락으로 멜로디를 잡고 나머지 손가락으로는 음을 깔아준다고나 할까? 여러 가지 리코딩을 들어본 결과 모든 음을 살려서 치는 연주자도 있지만 역시 멜로디 라인을 살리는 게 더 예쁘다. 안다. 나도 그렇게 치고 싶으나 마음뿐이다. 음표를 치기 바쁜 나의 손가락들이여...


글을 쓰면서 Eric Lu의 연주를 듣고 있다.

이 곡이 이렇게나 슬픈 곡이었나?

위의 멜로디가 어쩌고 강약이 저쩌고 하는 말들을 싹 다 지우고 싶다.

이 분의 감성을 훔치고 싶을 뿐.


[내 나이에 피아노라니]는 오늘도 계속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3v2foBc5CQE

Eric Lu Schubert Impromptu No 1 in C Minor, Op 90, D 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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