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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Aug 06. 2024

절정

서양란이

끝자락 두 개의 망울만 남기고 

활짝 피었다. 


밤낮으로 기승을 부리는

8월의 더위처럼

열기에 열기를 더해간다.  


어린 시절 겪었던 

군사 문화(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제식 훈련, 매주 2시간의 군사학 수업, 여름 방학 때 군부대 입소 등)는 

거대한 충격과 공포로 이어졌고,


그것들을 이겨내기 위한 

종교로의 도피, 

그 도피는 또 다른 침몰을 가져왔지.(한 때 학업 성적이 학과 꼴찌 기록)  


늘씬한 자태,

우아한 미소,

어우러짐이 돋보이는 서양란


그야말로

찬사와 기쁨의 순간인

지금이다.


동시에 내일이면 

화려한 빛깔들이 

시들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몰아친다.


숨쉬기조차 버거운 날들이 이어지지만,

절정의 순간은

지나고 말리라. 


그것이 

슬픔이든 기쁨이든, 

힘겨움이든.


활짝 핀 서양란에 기대며

소소한 일상에서 승자가 되는 나를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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