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7년 동안 간간히 연락하며 지내온 동기를 얼마 전에 만났다. 마지막으로 만난 게 6년도 전이었던가
늘 내가 먼저 연락해야 연락이 되던 극 I 성향의 친구인데, 웬일로 나에게 먼저 연락이 와서 반갑게 얼굴을 보았다. 못 만났던 시간이 무색하게 우리의 수다는 끊김이 없었다. 친구는 갑상선암 수술로 목에 무리가 가면 금세 목소리가 잠긴다. 우리는 친구의 목이 잠길 정도로 많은 수다를 떨었다.
갑상선암은 완치라는 것이 없는 병이라서 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어차피 잠귀가 밝아 새벽에 깊게 잠드는 일이 별로 없어 5시면 기상한다고 하는 이야기에 정말 깜짝 놀랐다. 아직 우리가 새벽잠이 없을 나이는 아니지 싶었는데, 그렇게 일찍 기상하다니 말이다.
너무 안타깝다. 잠귀가 밝고 예민해 잠을 푹 잘 수 없다니! 하루에 평균 8시간을 자는 나로서는 너무 슬픈 이야기였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밤에 얼마나 소리로부터 자유롭게 깊은 잠을 자는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삐레! 인공와우라고 알아??"
"어어. 그거 귀에 뭐 심는 거 아니야?!"
"어 맞아 맞아. 내가 그걸 했거든?"
"어...??!! 무슨 소리야??"
내가 인공와우 수술을 한 지 6년 차가 되었고, 우리는 내가 수술 후 만난 적이 없어서 친구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으니 나의 뜬금없는 고백에 친구는 진심으로 놀라고 말았다. 친구의 놀란 그 얼굴에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친구를 놀라게 할 마음은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
"아이들 낳으면서 세 번 다 전신마취로 제왕절개 했거든. 근데 그때마다 진짜 청력이 뚝뚝 떨어지더라고. 원래 귀가 안 좋았는데 아마 마취랑 수술하면서 안 좋은 부분이 더 안 좋아졌던 거 같아~ 그래서 이쪽은 수술했고 이쪽은 보청기 했어!"
"그래 맞아~ 개경 대학교 때 잘 못 듣고 그랬잖아.." 이 말을 하며 친구의 두 눈에 눈물이 차 올랐다.
"아니 왜~~ 나 진짜 괜찮다고!! 아니 그래서 나는 잘 때 이걸 빼고 자면 진짜 아무것도 안 들리거든~~ 그래서 나는 밤에 진짜 잘 자! 한 번도 안 깨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친구는 나의 장애가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나 보다.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친구를 보니 내 눈에도 눈물이 차 올랐다. 난 슬프지도 속상하지도 않은데 왜 눈물이 차 올랐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아니~~ 나 진짜 괜찮다니깐?!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병원 다니고 있어? 병원 꼭 가! 진짜 병원 귀찮아도 맨날 가서 진료받아 ㅜㅜ" 갑상선암 친구에게 병원 진료를 제대로 보라는 충고와 잔소리를 들었다.
친구 덕분에 미루고 미뤘던 진료 예약을 했다. 마지막 진료가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인공와우로 듣는 것에 익숙해지니 관리에 소홀해지는 아이러니. 올 여름에는 기계 점검도 받고 보청기를 사용하는 오른쪽 귀의 청력상태도 확인해야겠다.
86 데시벨의 오른쪽 청력으로 듣는 작은 소리는 아주 소중하다. 이 작은 청력마저 떨어진다면 나는 다시 한번 내 장애를 받아들이는 어렵고도 힘든 시간을 또 겪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