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네에서 작은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어쩌다 사장이 되었다.
지금은 가게를 운영한 지 1년 5개월이 되어간다. 체감상은 5년이 지난 거 같고 10년은 늙은 기분이다.(그만큼 만만치 않은 일이다.)
코로나로 한참 떠들썩하다가 백신이 나온다는 얘기가 나왔고 이제 백신이 나오면 코로나도 끝이겠지 하고 덜컥 가게를 인수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청 무모했었던 거 같다.
백신이 나와도 코로나는 잠잠해지지 않았고 백신패스니 집합금지니 하는 어이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나는 카페를 여는 게 맞았나 하며 매일 울 것 같은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 와중에도 고객님들이 오면 난 아무 걱정도 고민도 없는 사람처럼 큰소리로 웃으면서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 너~어~무 좋죠?"
"머리 자르셨어요?" 하고 말이다.
어떤 고객님은 세상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나를 보며 혹시 건물주냐고 묻기도 한다.(건물주면 정말 신나게 일할 거 같다.ㅋㅋ)
예전에 나와 사귀었었던 오빠는 내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것이 싫다고 했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를 탈 때 항상 버튼을 눌러주는 일이라던지 식당이나 카페에 가서 직원들에게 과도하게 친절하게 군다던지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직업병인 거 같다고 했다.
어쩌면 나의 20~30대를 공항, 호텔에서 보냈기 때문에 직업병이었다가 이제는 몸에 베인 친절인지도 모르겠다.(절대 가식은 아니다!!ㅋㅋ)
그렇지만 나도 모두에게 다 친절한 진짜 친절한 사장은 아니다. 예의 없는 사람을 싫어하는 나는 예의 없는 고객한테까지 친절히 대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예의 없는 고객들이란.. 친하지도 않은데 무턱대고 호구조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몇 살이에요?"
"결혼했어요?"
결혼을 안 했다고 하면
"에잉? 왜 아직 안 했어?(나이는 있어 보이는데 왜 아직 안 했냐는 뜻이다.)
"그전에는 무슨 일 했어요?(면접을 보는 기분이다..)
"아니 커피가 왜 이렇게 비싸? 다 똑같은 커피구만.."(다 똑같진 않습니다만은..)
직접적으로 얘기하진 않지만 내가 다 들리게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멘트는 "딱 3,500원짜리 아메리카노 맛이네!!"였다.
물론 좋은 고객님들이 훨씬 더 많이 있다.
맛있는 거 있으면 가져다주시는 고객님
사장님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장님 커피 너무 맛있어요.
절대절대 그만두시면 안 돼요.
오래오래 해주세요.
사장님 커피 마시려면 이 정도는 기다릴 수 있어요.
어찌 저리 예쁜 말로 사람 마음을 뭉클하게 할 수 있지?라는 궁금함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언제까지 이 일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지만
나의 작은 공간을 애정해 주시는 고객님들이 계시기에 나는 오늘도 새벽 6시 반에 눈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