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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오 Nov 01. 2017

손 끝으로 만드는 편안함

브랜드텔링 10. 편리와 편안의 단상 2.

후각, 시각, 평형의 세 가지 기능 중추로 분류되어 있는 파충류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생존에 필수적인 본능적 프로그램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기억하고 생각하는 기능이 거의 없다.

Robert Jastrow



우리의 감각은 좋은 것을 보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 쓰이기도 하지만, 사실 생존을 위한 위험 감지가 더 우선합니다. 감각은 위험을 감지하고 본능은 우리가 위험을 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니 위험한 것을 감지한 순간 본능의 뇌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최대한의 활동을 자신의 몸에 지시하는 것이죠. 그래서 본능의 뇌는 어떠한 동물에서든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지켜야 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본능을 제어하는 뇌는 뇌의 어느 부분보다 가장 대선배이자 조상 격입니다.  

파충류의 뇌는 후각 기능을 맡는 부분, 시각 기능을 맡는 부분, 몸의 평형과 조정 기능을 맡는 부분으로 나뉘어 위험을 감지하고 생존을 위한 조정 역할을 한다 합니다. 생존을 위한 본능적 프로그램을 갖고 있기에 가장 강력하게 신체 모두를 제어합니다. 파충류의 뇌는 인간을 제어하지만 인간은 파충류의 뇌를 제어할 수가 없죠. 생존보다 앞설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파충류의 뇌(Robert Jastrow 저THE ENCHANTED LOOM: Mind in the Universe, Simon & Schuster, 1981)


삶의 순간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마음과 몸이 움직일 수 있도록 제어하기 때문에 파충류의 뇌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Blink라는 저서에서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은 2초이다.”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바로 본능이 감지하고 호불호를 결정짓는 시간일 것입니다. 

편리한 경험과 편안한 경험의 차이를 보려면 피쳐폰과 스마트폰 UI(User Interface)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피쳐폰과 스마트폰은 약간은 다른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스마트 폰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붙여진 피쳐폰이란 이름은 전화통화 중심의 폰에 기능이 더해졌다는 의미라 합니다. 전화통화 중심으로 만들어진 폰에 편리한 기능이 더해지면서 추가된 인터페이스는 UI(User Interface)의 개념 중심으로 만들어졌죠. 단어 그대로 UI의 핵심은 Interface입니다. 사용자보다는 인터페이스를 편리하게 만드는 쪽에 초점을 둔 거죠. 

반면 스마트 폰은 아이폰을 중심으로 UX(User eXperience) 개념이 등장합니다. 사용자의 경험에 초점을 맞춘 겁니다. 그래서 동작 방식이 미세하지만 다릅니다.


피쳐폰 동작방식


UI는 사용자가 사용할 때 직접적이고 신속한 피드백을 주어 편리함을 더합니다. 선택하고 누르면 신속하게 다음 화면으로 이동합니다. 이전 화면은 신속하게 사라져야 했죠. 

UI의 동작 방식은 신속하고 깔끔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숨겨진 한 가지 불안함이 존재합니다. 신속하게 사라진 이전 화면 때문에 사람은 당혹스러움을 경험합니다. 정확하게 원하는 메뉴를 선택했다면 원하는 페이지로 이동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사용자는 순간적으로 길을 잃고 당황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전 페이지가 사라지는 상실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실 올바른 곳을 찾았다 하더라도 전 메뉴가 사라지는 것으로 불안감은 항상 내재되어 있습니다. UI는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취소 키 혹은 이전 화면 키를 두어 사용자의 실수를 보완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스마트폰 동작방식


반면 UX는 사용자가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면 이전 페이지는 왼쪽으로 사라지면서 선택한 페이지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 동작 방식의 경우 사용자는 이전 화면이 왼쪽에 가려져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옆에 존재하고 있음에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만일 잘못된 메뉴를 선택했다면 왼편에 이전 페이지로 간다는 화살표만 누르면 됩니다. 

편리하지만 상실감이라는 걱정거리를 주는 UI보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UX 중심의 인터페이스 설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사람들은 편안함을 더 선호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 편안함이 파충류의 뇌 즉 본능을 만족시키는 경험이기 때문이겠죠.


잘 설계된 스마트폰의 UX는 내 손끝으로 마술을 부리는 듯 짜릿합니다. 


UI와 UX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화면은 편리한 기계 중심에서 편안한 사람 중심으로 관점을 바꾼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바꾼 관점 하나가 모든 디테일을 바꾸고 있죠.  


브랜드의 마음이 사람에 관심을 갖고 배려를 담아둔 마음이라면 브랜드텔링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고 본능을 만족시키는 경험을 안겨줄 겁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한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그 마음을 나눠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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