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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오 Nov 08. 2017

내가 만들어가는 '책'

브랜드텔링 사례. Moleskine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브랜드텔링입니다. 다만 사람들은 일대일 대화로 소통하지만 브랜드는 일대다 대화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그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눈을 마주치고 말을 하는 직접적인 대화는 어렵죠. 게다가 다수의 브랜드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한 마디씩 말을 하고 있습니다. 소통의 부재가 아니라 소통의 난제입니다. 

브랜드텔링의 첫 번째 난관은 거기서 시작됩니다. 브랜드가 말을 하고 있어도 들리지 않거나 듣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브랜드의 텔링을 듣게 할 수 있을까요?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에겐 참고서가 있습니다. 이미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한 브랜드의 과정을 살펴본다면 참고할 만한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사라진 제품을 부활시켜 시대에 맞는 브랜드 컨셉으로 정체성을 확립한 몰스킨 Moleskin이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몰스킨은 어떻게 브랜드텔링 했을까요.


귀 기울이는 사람을 정하다. - 창조계층 Creative Class

몰스킨은 ‘쓰여지지 않은 책, Unwritten Book’이라는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몰스킨이 말을 한다 해서 들리거나 듣는 것은 아니기에 귀 기울여줄 사람들을 정하고 그들을 향해 텔링하기 시작합니다. 몰스킨이 주목한 대상은 창조계층 Creative Class입니다. 

문장 하나, 긋는 획 하나가 인류에게 소중한 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기록은 중요한 행위입니다. 자신의 기록이 책이 된다는 몰스킨의 텔링은 설레는 말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몰스킨이 하는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Moleskine = Unwritten Book’이라는 메시지를 들은 창조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보답이라도 하듯 자신의 기록을 몰스킨 안에서 꽃 피우기 시작하죠.   


몰스킨을 이용한 다양한 창조적인 기록들


브랜드 메시지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을 찾고 그들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시작은 소수에 불과해도 좋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어 누군가 열심히 들으면 같이 들으려 하죠. 그래서 그저 귀 기울이는 사람에게 집중해서 말하면 됩니다. 

귀 기울이는 사람을 정하고 가시화하는 방법 - 페르소나
브랜드가 보내는 메시지를 가치라 느낄 수 있는 실제 혹은 가상의 한 사람을 페르소나로 만들어 참고하는 방법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및 성향, 습관, 태도 등을 한 명의 페르소나 분석을 통해 작성하고 가시화하여 브랜딩의 컨셉과 목표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멤버들의 혼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귀 기울일 만한 이야기 들려주기

Unwritten Book 이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몰스킨은 진정한 책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책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제품에 담아냅니다. 몰스킨은 노트임에도 책을 파는 서점에서 판매를 시작합니다.

그 공간에서 몰스킨은 ‘책’이라 말합니다. 책으로 판매하기 위해 띠지에는 국제 표준 도서 번호 ISBN((Internation Standard Book Number)까지 넣어 디자인되었습니다. 공간과 시각물을 이용해 ‘쓰여지지 않은 책’을 만들어 낸 겁니다.

이후 판매점이 확대됩니다. 좋은 디자인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에서 몰스킨을 판매하기 시작한 겁니다. 

창조계층들이 즐겨 찾을 만한 적절한 공간을 찾은 겁니다. 


띠지의 ISBN과 서점에서 판매되는 몰스킨


면지에는 잃어버린 몰스킨을 찾아주는 사람에게 자신의 책을 찾아주면 보상하겠다는 내용을 적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록에 가치를 스스로 매겨 쓰도록 만들어 놓은 겁니다.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그들의 기록이 한낱 낙서에 불과한 것이 아닌 ‘가치’라는 것을 몰스킨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책에 가치를 매김으로써 ‘내가 만들어가는 책’이 되는 거죠.


나는 그 노트들에 일련번호를 붙여놓았다. 
첫 장에 내 이름과 주소를 쓰고, 찾아주는 사람에게 보상하겠다고 썼다.
여권을 잃어버리는 건 제일 사소한 걱정거리에 불과했다. 노트를 잃어버린다는 건 재앙이었다.

송라인, 1987. 브루스 채트윈


브랜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은 브랜드에 기대합니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필요 Needs로 하거나 원하는 것 Wants을 얻거나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Desire 일 겁니다. 그들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것이 바로 브랜드가 그들에게 주는 가치 Brand Value입니다. 브랜드가 주는 가치와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들은 브랜드를 인지하고 인정하게 됩니다. 그들의 기대는 조금씩 높아지고 브랜드는 높아지는 기대를 만족시키면서 성장하고 진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브랜드 정체성은 명확해져 갑니다. 


귀 기울이는 그들과 관계 맺기

보이는 필요와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은 브랜드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위한 역할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품고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필요와 욕구를 찾아내어 충족시키는 것은 브랜드와 귀 기울이는 사람들 간 더욱 끈끈한 관계로 이어 줄 수 있는 브랜드의 행동 Brand behaviour 이죠.


창조 계층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글을 쓰는 사람은 각고하고 노력하여 만든 자신의 문학작품을 읽은 사람들이 인정해주길 원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자신의 그림을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알려져 사랑받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내가 쓴 음악이 사람들 곁에서 머물길 바라겠죠.

굳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한 일의 결과물이 가벼이 여겨지지 않고 과정과 노력이 그대로 담겨 간직되고 보였으면 하는 생각이 있을 겁니다. 창조계층의 숨겨진 마음을 몰스킨은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Detour



그들의 기록을 담은 몰스킨을 보내면 선정하여 세계 유명 도시를 다니면서 전시하는 행사입니다. 전 세계인에게 자신의 기록을 보이고, 자신의 족적을 남길 수 있는 기회인 겁니다. 캠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의 열정적인 참여를 통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뉴욕, 파리, 베를린 등 세계 유명 도시를 돌며 전시회를 하게 됩니다.


몰스킨 디투어

몰스킨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늘어난 그들의 수만큼 다양한 기록들이 몰스킨에 기록되고 있습니다. 쓰여지지 않는 책에 자신을 써 내려가기 위해서 말입니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알아보는 이들에게 자신 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어느 새인가 브랜드는 홀로서기를 끝내고 생명과 자아를 갖춘 하나의 인격체로 사람들이 인정하는 정체성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일련의 과정을 읽기는 쉽습니다. 행하기엔 너무 어려운 현실이 눈앞에 놓여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들을 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말과 당장에 도움이 안 된다는 말 들입니다. 

여러 사정으로 어렵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없기 때문에 귀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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