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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오 Nov 15. 2017

붉은빛 사연으로 얼룩진 황금빛 보석

세 가지 색깔 브랜드텔링 1.

러시아의 마지막 짜르 니콜라이 2세에겐 혈우병을 앓는 황태자 알렉스가 있었습니다. 알렉스는 황위를 물려받을 수 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었죠. 당시 혈우병은 불치병이었기 때문에 왕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료법을 찾으려 했지만 이렇다 할 방법이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1903년 제정 러시아의 수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한 수도승이 나타납니다.

그의 이름은 라스푸틴.

라스푸틴은 자신이 알렉스의 혈우병을 고쳐보겠다고 제안했답니다. 그리고 몇 달간의 기도 요법으로 알렉스의 병세를 완화시킵니다. 당시로는 기적 같은 일이었기 때문에 신이 내린 수도승이라 여겨졌을 겁니다.


(왼쪽)라스푸틴  (오른쪽)니콜라이2세 가족들


그 후로 라스푸틴은 황실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정사에 관여하기 시작하죠. 그런데 그 후 문제가 발생합니다. 서민들은 점점 더 니콜라이 2세 황실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수도승 라스푸틴에게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났죠. 거기에 라스푸틴의 행실 때문에 점차 황족과 귀족들은 그를 적으로 여깁니다. 그의 행실 중 가장 눈에 거슬렸던 것은 황족과 귀족의 아내들과의 스캔들이었습니다. 심지어 그는 황후와의 불륜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라스푸틴은 도를 넘어서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니콜라이 2세의 조카 이리나에게 추파를 던집니다.

이 사실을 안 이리나의 남편 대공 펠릭스 유스포프는 모욕적인 이런 행동에 분노하게 되죠. 가뜩이나 눈엣 가시인 라스푸틴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직접 겪은 이상 묵과할 수 없었던 유스포프는 몇 명 귀족과 라스푸틴의 암살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왼쪽)유스포프와 이리나 (오른쪽) 드미트리


1916년 12월 29일 라스푸틴을 이리나가 선상 파티에 초청합니다. 사실 이리나가 초청한 것이 아니라 유스포프 대공과 황제의 조카 드미트리 파블로비치가 라스푸틴을 암살하기 위해 꾸민 파티였죠. 라스푸틴이 도착하기 전 청산가리가 든 음식을 마련하고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총까지 준비했습니다.

파티에 도착한 라스푸틴 앞에 악수를 청하며 반겨주는 건 유스포프.

이상한 낌새를 직감했지만 자신이 낯설어하면 의심을 살 것 같아 내색 않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곧 차려진 음식을 먹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청산가리를 먹은 라스푸틴이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분명 치사량의 청산가리를 먹었음에도 멀쩡하게 살아서 음식을 먹어대는 겁니다.

이에 당황한 드미트리는 라스푸틴을 향해 총 한 발을 발사합니다. 그런데 그는 총을 맞고도 멀쩡하게 도망을 칩니다.

다시 총이 발사되고 그 총을 맞았음에도 그는 계속  도망칩니다. 마지막으로 유스포프가 쏜 총은 라스푸틴의 머리를 관통했고 그렇게 쓰러진 라스푸틴을 쇠사슬로 묶어 차가운 네바강에 던져버립니다. 나중에 부검 결과 사인은 미스터리 하게도 익사였다 합니다.

처참한 최후를 맞았던 라스푸틴은 정말로 미스터리 한 수도승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죽임을 당할 줄 알았던지 죽기 전 니콜라이 2세에게 예언을 합니다. 만일 자신이 황족에게 죽임을 당하면 니콜라이 2세 가문이 1년 안에 몰락할 것이라는 예언을 말이죠. 그래서, 니콜라이 2세는 유스포프와 드미트리에게 추방을 명하고 그들을 수도 밖으로 내칩니다.

그러던 1917년 러시아는 혁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니콜라이 2세 가족이 몰살을 당하는 그 혁명 속에서 유스포프와 드미트리는 혁명을 피하기 위해 각각 유스포프는 영국으로 드미트리는 프랑스로 망명을 떠납니다.


프랑스로 망명한 드미트리 대공은 파리의 파티에서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모자 부티끄를 운영하고 있던 그 여인은 향수 산업이 발달한 러시아의 조향 기술자를 드미트리에게 소개해달라 부탁하게 됩니다. 이색적인 러시아의 향수는 희소가치가 높았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소개받은 조향사는 러시아 황실 향수 제조 전문가인 어네스트 보우입니다.


(왼쪽) 드미트리와 사랑에 빠진 모자부띠크 여인 (오른쪽) 어네스트 보우


여인의 부탁을 받은 어네스트 보우는 스무 가지의 향을 만들어 내고 그중 10가지를 여인에게 샘플로 보냈습니다. 향수를 받은 여인은 조향사에게 10개의 향수 중 5번이라 적힌 향수를 선택한 후 사연을 적어 보냈다고 합니다.


저는 한 해의 다섯 번째 달인 5월 5일에 제 향수 컬랙션을 론칭할 겁니다. 
태어난 날짜가 이름이 될 향수의 번호 5는
우리 모두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겁니다.


1921년 5월 5일 파리의 캉봉가 31번지에 자리 잡은 그녀의 부티끄에서 향수 하나가 탄생합니다. 러시아 황제의 조향사가 만든 향수 No.5는 영롱한 황금빛을 띠고 방돔 광장의 다이아몬드형을 닮은 보석 같은 병에 담기게 됩니다. 향수를 지니게 될 사람들에게 귀한 보석 같은 행운을 주려는 마음이었을 겁니다. 


샤넬 No.5 병 디자인 모티브가 된 방돔광장


여전히 황금빛 보석 향수 샤넬 No.5는 100여 년 가까이 여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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