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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Day Feb 08. 2023

픽션과 논픽션 사이 #1. 후회


Fiction #1. 후회 

 

오후의 햇살이 기분 좋게 내리 쬐던 주말 오후. 카페에 앉아 서로 딴짓으로 시간을 보내던 중 그녀가 물었다. 


"후회 하지 않아?" 


"후회 하다니 뭘?" 


"그동안 참고만 살아온거 후회 하지 않냐고." 


"후회 안해." 


"왜?" 


"넌 제발 왜라고 묻지좀 마. 인생 뭐 그리 복잡하게 살아?"


그녀의 미간이 약간 찡그려졌다. 더 이상 건드리면 폭발할 거란걸 알기에 억지로 살짝 웃어보였다.

 

"난 후회 하거든."

 

"뭘 후회 하는데?"

 

"왜 난 좀 더 웃지 못했을까. 좀 더 울지 못했을까. 좀 더 화내지 못했을까. 좀 더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을까."

 

"그거 뿐이야?"

 

"아니. 너무 많아. 누군가에게 용기내서 좋아한다고 고백하지 않은거. 비 올때 우산 없으면 밖에 나가지 않은거. 도서관 가는 길에 핀 크로바 밭에서 네잎크로바 하나 찾지 않은거. 그리고, 뭐 하나에 미쳐보지 않은거."

 

그녀는 웃음을 머금고 있던 입술을 굳게 닫으며 말했다.

 

"생각해보면 무슨 일이든 하고 나서 하는 후회는 반성이 되어 앞을 바라보게 하지만, 하지 않고 나서 하는 후회는 미련이 되어 뒤를 돌아보게 하는 것 같아."


어떤 책에 적혀 있던 좋은 글귀였기에 공감 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어디서 본 글귀를 자기가 생각한 것처럼 말하는 버릇이 있어 약간은 퉁명스럽게 받아주었다.

 

"그러니까 미련을 가지고 싶진 않다?"

 

"응, 젊을 때는 사람들 눈치보지 않고 내 마음 가는데로 다 해보고 싶어."

 

"그래? 그럼 지금 제일 하고 싶은게 뭔데?"

 

"너한테 욕하고 싶어."

 

"뭐?"

 

"앞으론 나에게 좀 더 다정하게 말해. 이 새끼야."

 

그녀는 다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웃음으로 넘어가려는 수작이다.




지난 날을 후회하는 그대를 위한 시



가을의 꿈

-송지범

사랑해야 했으되 사랑하지 않았던 날들
사랑하지 않았어야 했되 사랑했던 날들
이별이 다가왔음에도 이별하지 않았던 날들
아직 미련이 남았음에도 이별했던 날들
봄이 왔음에도 이내 질 것이 두려워
꽃 피우지 않았던 날들
가을이 와 낙엽 질 것을 알았음에도
처절하게 붙들고 있던 날들

그러나 그런 꿈 같은 날들이 있었기에 
나 여기 봄 같이 생생히 살아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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