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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Day Jan 20. 2023

 110cc 스쿠터로 1,700km 전국일주 ➂

안악해변에서 순천만습지까지의 여정

남해의 잔잔함 속에서 삶의 깊이를 느끼다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3일차 여행이 시작되었다. 남해는 거의 다녀보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거니와 이제는 스쿠터 여행과 캠핑이 제법 익숙해 진 것 같아서 자신감도 생겼다. 다만 팔목이랑 팔뚝에 통증이 가기 시작했다는 문제는 있었지만 조나단과 함께 넘어져서 다친 상처에 비하면 참을만 한 통증이었다.

첫번째 행선지는 송공리선착장 이었다. 이곳은 남해의 아름다운 섬으로 가기 위해 많은 차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었다. 스쿠터의 이점을 살려 이 차들을 앞질러 방파제에 다다랐다. 마음 같아서는 배를 타고 섬을 돌아 보고 싶었지만 일정상 그럴 수 없는게 아쉬웠다. 뭔가 아침을 먹을까 했지만 그럴 식당은 없는 것 같아 다시 다음 행선지인 수문해변으로 발길을 돌렸다.


송공리선착장에 베여 있는 바다의 아침기운을 마시고 힘차게 출발하다


수문해변으로 가는 길에는 많은 볼 것들이 있었다. 특히 스쿠터로 타고 오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하거나 잠시 서서 구경하지 못 할 뻔했던 장소도 있었다. 전남 목포시에 있는 다리에서 바라보는 잔잔한 남해바다의 모습이 그러했다. 고향인 울산에서 골리앗 크레인을 자주 보기는 했지만, 낯선 땅에서 보는 것은 또다른 느낌으로 밀려들었다.


전남 목포 잔잔한 남해바다의 풍경이 밀려들어오다


그리고 이 여행에서 가장 큰 수확인 곳에 다다랐다. 바로 전남 영암에 있는 영암태양광발전소 뚝방길이다. 사실 이곳은 네비게이션이 갑자기 꼬이는 바람에 이상한 곳에 들어가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곳인데, 내가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인적이 드문정도가 아니라 아예 나 혼자 밖에는 없었고, 길게 뻗어진 길에 잔잔히 흐르는 물줄기, 갈대와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어 잔잔함을 느낄수 있었다. 때문에 이 곳은 다른 곳보다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길가에 함참을 취해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길가에는 정말 확 트인 들길이 가슴을 확 뚫리게 해주었으며, 그 주변을 계속 질주하고 싶은 본능이 생겼다. 조금을 더 가다보니 왠 경비행기들이 날아다니길래 따라가보니 신한에어 영암비행장이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여기는 비행을 하면 기분이 엄청 좋을 것 같았다. 다음번에는 경비행기도 한번 타보고 정말 조나단 리빙스턴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비상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분위기에 취해 수문해변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정오를 훌쩍 넘긴 때였다. 이제야 허기가 져서 식당을 찾았으나 근처에는 마땅히 괜찮은 곳이 없어 씨앤문 이라는 카페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식사를 좀 하려고 했으나 지금 시간은 안된다고 하여 조각케익과 음료를 주문했다. 주인 아저씨가 골프선수였는지 액자에 본인 골프선수 시절 사진이 걸려 있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있어 볼거리가 되었고 밖에는 화단이 있었는데 나비가 날라다니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다음 행성지는 비봉공룡공원이었는데, 내가 공룡이나 화석 같은 것에 관심이 있기도 하고 전남 보성이 화석지로 유명하기도하여 한번 가볼까 해서 먼저 비봉공룡알화석지에 들렀다. 생각보다는 볼게 없어 실망했지만 아이들이 자연과 노니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기는 했다. 비봉공룡공원에는 각종 공룡 모형들이 있어서 박물관 같은 분위기를 풍겼지만, 아이들이 많이 와서 뭔가 딱히 들어가서 보고 싶지는 않아 그냥 주위만 둘러보다가 다음 행선지인 순천만습지로 조나단을 몰았다.



순천만습지는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고 습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최적의 날씨이기도 해서 목적지로 정했는데, 막상 가고 보니 워낙 관광객들도 많고 주차장도 협소해서 그런지 주차관리자와 관광객이 싸우기도 하고 뭔가 속시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순천문학관 쪽으로만 잠시 들렸다왔다. 뭔가 오전에 갔던 장소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자연환경임에도 그곳의 분위기나 환경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힐링이라는 것은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장소에서 충분히 즐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3일차의 마지막 밤은 경남 사천에 있는 솔섬오토캠핑장으로 잡았다. 원래 목적은 이곳이 노을이 멋지다고 하여 노을을 보기위해서였지만, 도착했을때는 이미 해가 진 상태였다. 처음에는 그냥 비용지급 없이 그냥 텐트치면 되는 건가 했는데, 주인처럼 보이는 분에게 물어보니 3만5천원을 내라고 했다. 현금이 3만원 밖에 없다고 하니 5천원을 깎아주었다. 오토캠핑장은 뭔가 편의시설이 구비가 잘 되어 있어서 (심지어 전자렌지도 있었다.) 햇반과 냉동심품, 찌게를 해서 저녁을 해결하고 전기도 리더선을 사용해 스마트폰과 세나, 보조베터리 등을 충전할 수 있어서 마음 놓고 푹 잠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3일차가 가장 좋았던 순간이었던 것은 맞지만, 가장 실망했던 순간이기도 했다. 진정한 힐링이라는게 무엇인지 비교해보며 찾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고, 새로운 것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3일차는 335km정도를 달렸던 것 같은데, 다음 일정이 고향인 울산까지 장시간을 가야하는 거리라서 서둘러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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