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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공식 (2): 세이브 더 캣

할리우드 영화 수백 편의 성공 뒤에 숨겨진 비밀, '세이브 더 캣' 구조를 소개합니다. 주인공이 고양이를 구하는 작은 행동 하나부터 관객의 감정을 설계하는 15개의 정교한 '비트'까지, 그 강력한 원리를 파헤쳐 봅니다.


<원문> https://blog.naver.com/dr_techum/224077716302


<할리우드가 수십 년간 숨겨온 스토리텔링의 비밀>


“세이브 더 캣(Save the Cat)”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고양이를 구하라”는 뜻입니다.


주인공이 이야기 초반에 고양이를 구해 주듯, 누군가를 돕거나 약자를 위해 나서는 장면을 넣어 관객이 자동으로 “아, 이 사람 편을 들어도 되겠구나”라고 느끼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꼭 나무에 올라간 고양이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떨어뜨린 지갑을 주워 주거나, 따돌림당하는 아이 편을 드는 것처럼, 작은 행동 하나가 주인공에 대한 우리의 감정을 결정짓습니다.


블레이크 스나이더(Blake Snyder)의 '세이브 더 캣' 구조는 총 15개의 ‘비트(beat)’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비트마다 “독자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가?”가 정해져 있습니다. 관객의 심장을 두드리는 15개의 주문이라고 할 수 있죠.


1번 비트 오프닝 이미지(Opening Image)는 이야기의 첫인상을 책임집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떠올려 보면, 프리벳가 4번지의 삭막한 일상과 계단 밑 벽장에 사는 해리의 모습이 처음에 등장합니다. 이 한 장면만으로도 우리는 “이 아이는 지금 제 자리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직감합니다.


4번 비트인 촉발 사건(Catalyst)에서는 인생을 바꾸는 일이 일어나야 합니다. 해리가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를 받거나,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빨간 알약을 선택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이 순간 이후로, 인물은 더 이상 예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8번 비트인 재미와 게임(Fun and Games)은 관객이 극장에 온 바로 그 이유를 보여 주는 구간입니다.『백 투 더 퓨처』의 온갖 시간 여행 실험들, 『해리포터』의 퀴디치 경기와 마법 수업이 이 구간에 해당합니다. 콘셉트가 가장 신나게 폭발하는 부분이죠.


9번 비트 중간점(Midpoint)에서는 판이 한 번 크게 뒤집힙니다. 『타이타닉』에서 잭과 로즈가 “I’m flying!”을 외치며 최고의 행복을 누리는 장면은, 사실 곧이어 찾아올 비극을 준비하는 ‘거짓 승리’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은 더 강하게 조여 옵니다. 11번 비트 All Is Lost(모든 것이 끝난 듯한 순간)에서 이야기는 가장 깊은 절망으로 떨어지고, 12번 영혼의 밤(Dark Night of the Soul)에서 주인공은 “나는 왜 여기까지 왔는가”를 자신에게 묻습니다.


이 과정을 통과한 뒤에야 13번 3막 진입(Break into Three)에서 새로운 전략이 떠오르고, 14번 피날레(Finale)에서 주인공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주제를 증명합니다. 마지막 15번 Final Image(마지막 이미지)는 첫 장면과 거울처럼 마주 서며, 우리가 목격한 변화의 크기를 한 컷으로 보여 줍니다.


세이브 더 캣을 활용해 이야기를 구성할 때는 다음 질문을 던져 보시면 좋습니다.


- 중간점은 정말로 판을 뒤집는 사건인가?

- 피날레에서 주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되는가?

- 오프닝 이미지와 마지막 이미지는 서로 대조를 이루며, 주인공의 변화가 한눈에 보이는가?

- 각 비트마다 독자가 느껴야 할 감정이 분명하게 설계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이미 이야기는 독자의 마음을 붙잡는 15개의 마법 주문을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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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Save the Cat의 15비트



언어정보학 박사 Dr. James 엄태경


한국미래교육경영원 대표

AI 디지털 융합 교육 전문가

"기술보다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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