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편지
그때 우리는 매일 힘겹게 은하수를 건넜다.
우리 앞에 놓인 은하수는 나날이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었다.
남편은 대학병원에서 퇴원 후 재활 병원으로 옮겼다.
대학 병원보다는 병원 방문이 좀 편해져서 출근 전에 매일 남편을 보러 갔다.
머리를 감겨주고, 휠체어를 태워 함께 공원 산책을 하고, 함께 텔레비전을 보기도 했다.
귀찮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병원 면회를 하는 시간만은 오로지 남편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그렇게 서로의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을 때 우리의 앞에 새로운 은하수가 생겼다.
"코로나"였다.
코로나는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어놓았지만,
남편에게는 완벽한 세상과의 단절이었다.
그나마 나를 통해서 세상과의 문을 조금쯤 열어두고 있었는데, 그 누구와도 연락할 수 없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나 또한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몹시 불편한 시간이었다.
이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1년이 되고, 2년이 지나고...
이때 남편에게 손 편지를 썼다.
매일매일 세상과 소통하라고
날짜별로 편지를 쓰고, 간식을 챙겨서 곱게 가방에 넣어 병원에 가지고 갔다.
물론 직접 전달할 수 없고, 병원 입구에 놓아두고 오는 거지만,
난 그렇게 내 마음을 전했고,
남편은 그렇게 아주 조금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남편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사진 인화기도 마련했다.
예쁜 꽃 사진, 주변 풍경 사진, 우리 집 반려동물 콩이와 도도의 사진 등을 인화해서 편지에 붙여 보냈다.
그렇게 "코로나"라는 우리의 은하수를 하루하루 힘겹게 건너고 있었다.
못 건널 강은 없는 걸까?
그렇게 코로나가 끝나고 그러고 나서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직접 남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함께 우리의 은하수를 건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