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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편선 Jan 16. 2024

친절한 네비양

아침 먹을 곳을 찾아가며

차박을 하고 아침은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함께 온 지인이 사준다니 이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가!

그래서 열심히 검색을 해 왜목 해수욕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가기로 했다.




핸드폰에 주소를 입력하고 출발했다.

대략 2킬로미터 정도.

10여분 내외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시골길이다 보니 한적했다.

한쪽 방향이 일차선인 시골길은 통행량도 거의 없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운전을 했다.




그런데, 중간에 전화가 와서 잠깐 네비 보는 것을 놓쳤다.

처음 가는 길이라 전적으로 네비양에게 맡겨두고 있었는데.

사실 정확하게 듣지 못해 좌회전 해야했었구나 하는 것을 시간이 좀 지나서야 알았다.

전화를 끊고 다시 화면이 제대로 돌아오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재탐색을 해서 친절하게 알려주는 네비양.

나는 그녀를 믿었다.




그런데, 분명 10여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가 30여분으로 늘어나 있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처음 가보는 식당이고,

처음 가보는 길이기에.

좀 돌아서 다른 길로 안내하나보다 싶었다.




10여분 쯤 운전을 했더니 결국은 뺑 돌아서 아까 좌회전을 놓친 곳으로 안내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친절한 네비양이.




이 허탈함.

아는 길이었다면 과감하게 불법 유턴이라고 했을 것이다.

어쨌든 적당한 곳에서 방향을 틀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친절한 네비양은 통성 없게 너무나 정석대로 안내했다.

그래.

사실 네가 옳은거지.

우리의 친절한 네비양이 잘못할 리가 있나.

친절하고 정의로운 네비양이 불법 유턴을 하라고 할 수는 없었을테니.




인공지능이 더 발달하면 친절한 네비양도 적당히 정의감을 버리고,

통성 있게 될까?

그런 날이 오면 어떨까?

약간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우리의 친절한 네비양이 적당히 통성을 갖추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친절한 네비양.

이리 와서 좀 앉아봐.

너 오늘 나랑 대화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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