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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Aug 09. 2023

나와는 무관했던 장애

내 아이의 장애와 마주한 시간

초등학교 교실에 가서 청각장애이해교육을 하게 되면, 반짝반짝하는 눈에 손도 적극적으로 들어주고, 대답도 서로 하려고 하는데, 중학교 2학년 교실부터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내가 왜 이 수업을 듣고 있어야 하지?' 하는 표정으로 수업 중간쯤이 되면, 마이쭈를 손에  쥐어 줘도 다들 졸고 있다.. 앞에서 내가 생쇼를 해도 그들의 눈꺼풀은 한 없이 무너진다. 수학, 영어 공부해야 하는데 장애이해교육은 못 잔 잠을 푹 잘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하도 나와는 무관한 일로 생각하길래, 청각장애이해교육 중간에 '청각장애의 원인' 부분에 "청소년의 소음성난청의 심각성'의 기사와 뉴스를 보여주며, '너희들도 듣기에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청소년 10명 중 2명은 이어폰으로 듣는 큰 음악으로 소음성 난청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초등학교 아이들처럼 눈이 번쩍이느냐... 그것도 아니다..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아.' 하는 눈초리다. 나도 그랬다.. 장애는 내 인생과는 무관한... 어느 누구도 내 주변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없었으니, 장애인은 티브이에나 나오는 길에서 거의 마주칠 수 없는 연예인쯤으로 생각이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마주한 내 아이의 장애... 

그렇게 마주쳤다. 아무런 예고도 경고도 없이...


아이 4살 때.. 어린이집을 찾고 있던 그때.. 나는 그때까지는 아이의 장애에 자신이 없었다. '과연 기관은 다닐 수나 있는 걸까?' 내 열등감은 가정어린이집 원장님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선생님, 저희 아이가 와우라는 기기를 착용하고 있는데요... 아직 말은 잘하지 못하고요... 잘 부탁드립니다." 하며 머리를 얼마나 조아렸는지 모른다. 나는 원장선생님과 상담을 했고, 그동안 아이는 담임되실 선생님과 미끄럼틀을 타고 놀고 있었다. 20분간의 상담을  끝내고, 원서도 쓰고 몇 주 뒤 등원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왔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어머니... 담임선생님께서 도윤이랑 놀아보니, 도윤이가 눈도 못 마주치고, 대답도 안 하고, 어머니랑은 눈은 마주치나요?.. 기기도 걱정이 되고, 들어오게 되면... 나이를 한 살 낮춰 3살 아이들과 지내야 할 것 같아요. 안 그러시면 저희 원에서는 생활하기가 어렵겠네요.." 말 배우려고 어린이집 보내는 거였는데, 잘 걷지도 못하는 아이들과 지내라니...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어른이 문제구나... 편견. 선입견...' 구청에 전화해 민원을 넣을까 하다가... 그 생각 하루아침에 고쳐질까 싶어 그만두었다. 그렇게 마주했다. 내 아이의 장애.. 4살 때부터 가로막힌 진입장벽! 


그 후로 며칠이 지나고 주변 친구가 놀이학교를 권해주었고, 우리 형편에 무슨 놀이학교일까?! 싶었지만,  상담은 받아보기로 했다. 놀이학교 원장님과 상담하는 동안 아이가 다른 선생님과 놀고 있었다. 상담 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원장님의 말씀... "걱정 마세요 어머니, 도윤이 저희가 잘 키워 볼게요.. 도윤이 노는 거 보니깐, 사회성도 좋고요... 어머니.. 겉으로 보이는 장애가 문제가 아니에요. 문제는 마음의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더 원생활 하기 힘들어요"라고 해주셨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놀이학교 생활 2년... 그 2년 동안 도윤이는 사랑도, 자신감도 밀착케어를 받으며 정말 많이도 성장했다. 4살 때 입학해 거의 아무 말도 못 하던 도윤이는 5살이 조금 지나고 말을 하기 시작했고, 그 2년 동안 담임선생님은 정말 도윤이의 말을 잘도 알아주셨다.


그렇게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고 앉아서 나의 아이의 아픔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반응에 의한 마주함이였다면, 이젠 나 스스로 바로 볼 수있는 내 아이의 특별한 점. 나와는 상관없을 것만 같았던.. 불현듯 나에게 왔던 내 아이의 장애와 나는, 우리 아이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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