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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Feb 18. 2024

결핍을 넘는 이야기

부족함으로부터 오는 성장

아이는 한 가지 부족하게 태어나서 되려 나에게 항상 준비하는 마음을 준다. '새 학기'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마냥 신나고 설레는 일만은 아니다. 아이가 새로운 학급에 들어간다는 것은 매우 내향적인 내가 가깝지도 않은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하는 시기가 돌아왔음을 깨닫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말 주변도 없는 나인데 내 일이었으면 뒤로 숨었을 것을 아이 일이니 나는 신발 벗고 강으로 뛰어든다. 새 학기가 되면 나는 커피포트의 끓는 물처럼 분주해진다. 새로운 학교의 교장, 교감선생님 그리고 담임선생님 되실 분을 3월 전 2월 말에 만나 뵈려 학교에 전화를 걸고 상담 날짜를 잡는다. 2월이면 선생님들께서 더욱더 바쁜 시간들을 보내시는데, 눈치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요새같이 학교에 전화 한번 하기 어려운 시기인 줄 알면서도  엄마가 나서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내 아이 딱한 사정을 봐주는 이가 없음을 경험한 후로 내가 매년 하는 일이 되었다. 상담 날짜가 되기 전에 나는 아이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최대한 담백하게 준비하고, 선생님께 드릴 청각보조기기 책자도 준비한다. 나는 준비해 간 프레젠테이션을 감정 거의 섞지 않고, 팩트 위주로 객관적으로 설명한다. 내 아이가 어찌하여 청각장애를 얻게 되었고, 어떤 청각보조 기기를 사용하고 있고, 어떤 상황에서 잘 안 들리고, 학교에서는 어떤 지원을 해주셔야 하는지 등등을 설명하면 아직도 "청각장애가 수어만 사용하는 게 아니었군요."같은 구석기시대의 답변이 돌아올 때도 있다. 그러니 나는 매년 더더욱 여기저기 내 아이가 착용하고 있는 청각보조기기 "인공와우"를 설명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무장하게 된다. 새로운 기관에 들어가거나, 매년 새 학기가 되면 이젠 으레 적으로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만나 뵙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극 I 인 엄마인 나도 이제는 선생님들의 이야기까지 들어주는 수준이 되었으니, 매년 내 실력도 승진하는 것이 틀림이 없다. 아이의 부족함이 없었다면, 내가 이제껏 살아온 방식이 아닌, 마주해보지 못해 본 삶을 살아볼 수 있었을까?! 싶은 요즘이다. 완벽으로 가득 찬 세상만이 나의 세상을 온전하게 만들어 줄 줄 알았는데, 부족함이 있으니 되려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다다음 주에는 3학년 담임선생님을 만나뵈로 간다. 3월에는 선생님들의 정신이 더더욱 바쁜 시기니 학교에서 2월 말에 만나 뵙기를 주선해 주셨다. 만나 뵙게 해 주시는 학교관계자들도 감사하고, 특히나 매년 을이 되어 죄지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 마음을 붙들고 용기 내준 나 자신에게 아낌없는 감사를 보낸다. 장애아이를 키운다는 건 나의 부족한 부분을 바로 보고 인정하고, 조금씩 채워나가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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