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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Mar 14. 2024

개별화 회의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특수 아동들은 매년 1학기에 한 번, 2학기에 한 번 개별화 회의를 한다. 처음 둘째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 개별화 회의를 한다고 해서 '그게 무슨 회의인가?' 감도 잡히질 않아 담임 선생님께 여쭈었더니, 특수아동을 위한 교육 방향을 잡는 회의인데 보통은 서면으로 싸인만 한다고 했다. 나는 그게 당연한 줄 알고 1학년 1학기 때 서면으로 싸인만 해서 보냈는데, 알고 보니,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담임선생님, 특수반선생님과 학부모가 모일 수 있는 유일한 자리임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후부터 지금까지 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개별화 회의는 보통 1학기 때는 3월, 2학기 때는 9월에 진행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의 참석을 요청드렸었는데도 감감무소식이었는데, 올해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새로 오신 후로는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두 분 다 참석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개별화 회의는 오늘 4시에 있었다. 2월 말 아이의 상황과 교실 내 필요 부분을 설명드리기 위해 담임선생님을 만났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2주가 지나가는 동안 아이가 집에 와서 주는 피드백을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 회장 선거날 회장 후보들에게 fm 송신기를 목에 걸어주셔서 또박또박 잘 들렸다는 이야기, 학교 텔레비전보다 전자칠판으로 바뀐 후 영상 소리가 훨씬 더 잘 들린다는 이야기, 교과 과목 (영어, 음악) 선생님들께서 fm 송신기를 착용해 주셔서 잘 들린다는 이야기, 그리고 급식실이나 모둠활동 할 때는 잘 안 들린다는 이야기. 이 모두가 개별화 회의 때 중요하게 쓰일 재료이다. 개별화 회의 때 나는 담임선생님께 묻는다. 2주 동안 아이가 잘 듣지 못하는 상황들은 없었는지? 다른 친구들과의 대화할 때는 어떠한지? fm 송신기 착용은 어떠셨는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의 듣기 환경을 위해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고 조율한다. 급식실에서의 fm 송신기는 당분간 사용하지 않아 보기로 하고, 모둠활동 때는 선생님께서 다시 한번 아이들에게 돌아가면서 이야기하기를 요청하신다고 하셨다.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서 참석하시니 더없이 훌륭한 개별화 회의가 되었다. 3월 개별화 회의는 좋은 점이 있다. 상담기간과 맞물려 상담까지 끝내고 올 수 있어서 좋다. 개별화 회의가 끝나고 선생님과 둘이 앉아 아이의 상담을 시작했다. 아이는 등교하자마자 fm 송수신기를 알아서 연결한다고 하셨다. 담임선생님께서 아직 익숙지 않은데, 1~2학년 때 보고 들은 게 있어 이제는 되려 아이가 연결을 해서 담임선생님께 전달드린다고 하셨다. 훈련이 참 잘 되어있다고. 3학년 때 가창시험이 있다고 하셨다. 가창시험을 다른 시험으로 대체하는 게 좋을지 여쭈셨다. 가창시험을 다른 악기로 대체했다는 선배맘들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아직 자신이 노래를 정말 잘한다고 착각하는 아이이기에 그냥 계속 착각하게 두시라고 가창시험을 그냥 보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그리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선생님께서 아이를 만나기 전에는 '의사소통이 가능할까?' 당연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셨다고 했다. 아이를 만난 후 선생님께서는 너무 놀라셨다고 하셨다.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어서 놀랬고, 더 놀랜건 솔직히 아이의 명랑함 때문이라고 하셨다. '어려움이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행복하고 밝을 수가 있을까?'라고 생각하시면서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이 같은 상황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할까? 아이를 저렇게 밝게 키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했다. 밝은 아이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이 공부를 잘한다는 말보다 더 좋았다. 우리 아이에게 장애쯤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확답받는 말로 들렸다. 그것도 담임선생님께. 새 학기 때는 담임선생님의 표정을 요리조리 살피기에 바쁘다. 혹시 내 아이를 맡으신 게 싫으신 건 아닐까? 눈치를 보게 된다. 다행히도 개별화 회의 때 담임선생님은 정말 활짝 웃고 계셨다. 내 아이가 선생님을 그렇게 힘들게는 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개별화 회의는 대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니 놓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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