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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Mar 20. 2024

사춘기와 장애

당사자 말고 알지 못해요.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청각장애이해교육이 시작된다. 오늘 둘째의 학교 참관수업을 끝내고 아이를 학원에 들여보내고 강의 준비가 한창이다. 3월부터 6월까지는 청각장애이해교육  극성수기이다. 매년 신청이 늘어나고, 작년에 신청했던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다시 신청해 주시니 그 관심이 감사하다. 교육은 3월 초 새 학기보다는 3월 말~ 4월 초를 권유드린다. 아이들이 서로 조금 익숙해지고, 난청아이에게 조금의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가 그때쯤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 시기를 추천드린다. 유치원이나 저학년 난청아이가 있는 반에 가면  즐거움과 기대로 수업을 준비하는데, 사춘기 난청아이가 있는 반에 가기로 결정이 되면 고민이 깊어진다. 강의 전 난청 아이의 어머니하고의 통화 후에는 마음이 더욱더 무거워진다. 특히나 그 아이가 여자친구라면 더욱더. 다음 주에는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양이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있는 6학년 여자아이네 반에 강의를 간다. 아이가 초등 저학년 때는 참 밝고 명랑했는데, 요즘 아이는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다고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기기가 살짝만 보여도 (엄마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데) 아이는 머리로 기기를 자꾸 가린다고 하셨다. 사회와 영어 수업이 힘들어 5학년 때까지는 해보겠다고 시도했던 아이가 발표하는 것에 스트레스받아 몇 과목은 특수반에서 듣겠다고 자청했다고 한다. 친구들이 소곤소곤하면 자신의 험담을 하는 느낌까지 드는 그 친구에게 마음이 쓰인다. '사춘기와 장애가 섞이면 아이는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나도 장애를 직접 겪은 것이 아니니 그 어머니의 마음은 되려 만 프로 공감이 되는데, 그 아이의 마음은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그 공감도 엄마 입장에서의 공감 수준일 테지. 어머니에게서 최대한 아이가 했던 말들을 전해 듣고, 아이의 마음을 잘 전달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강의하는 동안 아이는 특수반에 내려가 있기로 했다. 반 친구들이 아이에 대해 수업 듣는 것도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그 아이가 받았던 오해들... 의사소통의 오류들을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전달하고자 강의는 더 진지하게 준비된다. 오늘 둘째의 학교 참관 수업을 가있는 동안 아이가 혹시 티가 나게 못 알아들을까 봐.. 선생님의 지시에 혼자 딴 행동을 할까 봐 전전 긍긍하며 내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조마조마했다. 나는 건너건너 아는 엄마들에게 굳이 내 아이의 장애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다니..) 매년 나는 다른 부분에서 참관 수업 때 마다 걱정이다. 다행히 아이는 튀는 행동 하나 없이 적극적이고 밝게 수업에 참여했다. 그 수업을 참관하며 6학년 난청아이가 생각났다. 그 아이도 초등 저학년 때 저런 적극적인 모습이었을 텐데... 마음이 어렵게 변한 연유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 아이의 어머니는 참관 수업 때 마음이 어떠셨을까도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둘째도 사춘기 때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으니까. 6학년 때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고, 자신도 부정해 보고 그렇게 땅을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을 지나... 장애 정체성의 혼동의 터널을 얼른 통과해 자신의 어떠한 모습도 잘 받아들이게 되길 바란다. 꼭 그렇게 되기를 엄마 마음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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