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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Apr 02. 2024

장애가 불쌍한 거니?

인공와우가 창피한 거니?

오늘은 둘째네 반에 청각장애이해교육이 있었다물론  아이 반에는 강의를 가지 않는다눈물  터질까 봐.. 대신 서울지역 어벤저스 강사님   분께서 강의를 해주셨다너무 든든하다 매년이다. 등교 전에 둘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청각장애이해교육 선생님이 도윤이네 반에 오실 거야. 도윤이가 1 동안 오해 생기지 않고 친구들과   지내기 위해 선생님이 설명해 주시러 오시는 거야  들리는 상황들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주시고 도윤이 수술했던 사진도 보여주시고." 요즘 누구에게도 주목받는  싫어하는 둘째는 사진이 올라간다는 말에 “안돼!”라고 했지만... ”도윤이가 이렇게 용감하게 수술받고 언어치료받은 거 친구들이 알면 좋을 것 같아.”라고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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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후 강사님과 커피 한잔을 마셨다. 평소에도 친분이 있는 강사님이기에 강사님도 보고 싶었고, 둘째네 반 분위기가 궁금해서였다. 강사님의 콘텐츠는 아이들 눈높이에 찰떡이다. 강의도 얼마나 재미있게 하시는지 안 봐도 비디오다. 재미있었을 것을 기대하며 후기를 들었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하셨다. 강의 중에 도윤이네 반 어떤 남자아이가 “장애인은 불쌍하다. 내가 인공와우를 하고 있다면 창피했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셨다. 강사님께서 유연하게 잘 넘기셨지만 강의 중 도윤이의 표정이 웃다가 어두웠다가 했다고 잘 살펴달라셨다. 당장이라도 하교하는 그 친구를 붙잡고 "장애가 불쌍한 거니? 인공와우가 창피한 거니?"라고 묻고 싶었다. 초등3학년 아이를 붙잡고 "이 녀석! 네가 도윤이가 이제껏 겪었던 과정을 알아? 얼마나 사랑받고 멋진 아이로 자라고 있는데..."라고 윽박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줄넘기가 끝나고 셔틀에서 울면서 내리면 그 자리에서 당장 담임선생님께 전화하려고 했다. '둘째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줄넘기를 끝내고 집으로 온 도윤이랑 아파트를 돌며 오늘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00가 “불쌍하다”라고 이야기했다고 둘째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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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 말 들으니깐 기분이 어땠어?” 

도윤: “뭐.. 상관없었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건 걔 마음이니깐.” 


나: "도윤아~ 와우는 어때? 와우가 창피할 때가 있어?" 

도윤: “아니, 전혀. 그냥 잘 듣게 해주는 고마운 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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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맘 상해서 울면서 셔틀 내리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도윤이는 뭐 너무나 기분 좋게 줄넘기를 다녀왔다. 아직도 나는 내 아이를 잘 모른다. 걱정은 항상 소심한 엄마의 몫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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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년에도 청각장애이해교육 할까? “ 했더니 

도윤: 응.. 애들이 와우에 대해 더 이상 안 물어보니깐 편해."

얘는 그냥 반 친구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애다. 아마 강의 중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했던 건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자신의 사진을 친구들이 본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기 때문이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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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다”는 말을 들었던 게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말도 들으며 커야지 싶다. 어차피 세상은 정글이고 언제까지 아름다울 수는 없으니.. 불쌍하다는 이야기도 들어보고, 장애인이라는 말도 들어보고, 어차피 ㅂㅅ이라는 말까지 들어보게 될 텐데 크면서?.. 착하기만 한 세상은 아니니깐… 그래… 그런 말 다 들어도 결국은 내 마음을 꺾는 건 친구의 상처되는 말도, 나를 불쌍하게 보는 눈도..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비 온 뒤 마음이 더욱 단단해지기를.. 그렇게 자라기를 바란다. 사춘기가 와도 음치 노래를 친구들 앞에서 당당히 부를 수 있도록! 


이렇게 청각장애이해교육을 하고 나면 도윤이와 수술 때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제 많이 컸으니 수술 때 나의 마음을 이제는 공유할 때도 되었다. 

나: “엄마는 이때 정말 마음이 미어졌어. 너 미어졌다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아? 찢어지는 마음이었어.” 

도윤: “역시 나를 생각해 주는 건 엄마 밖에 없어. 나 눈물 난다.” 

'너를 눈물 나게 하는 게 친구의 상처되는 말이 아니라서… 또 엄마의 마음 알아줘서….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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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에게도 강의 후기를 들려주었다. 첫째는 어느 순간부터 내 편을 참 잘도 들어준다. 

"엄마! 그렇게 이야기 한 애가 더 불쌍한 애야." 첫째의 사이다 발언에 가슴속 고구마가 쑤욱 내려갔다

마음을 쓸어내린 하루였지만, 담임선생님의 깊은 관심 아이들의 수준 높은 이해도즐거운 강의 덕분에  감사한 하루가 아닐 수 없다. #이런말쯤은끄떡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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