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개별적이다. 죽음은 각자의 몫이다. 죽음은 가장 꺼림칙한 주제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우리 곁에 웅크리고 있다. 세계적 문호 톨스토이는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죽음의 과정을 사실적이고 흥미롭게 묘사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잘 나가던 법원 판사였던 이반 일리치는 어느 날 갑자기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게 된다. 이반은 처음에는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가를 거듭 반문하며 신과 운명을 저주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죽어야 할 이유도 잘못한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반은 혼잣말로 '왜 내가 이렇게 됐는지 그 이유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다면 가능하지만 그것만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라고 고통스럽게 되뇐다.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어! 고통과 죽음...도대체 왜?'라고 외친다. 이반은 몇 번이고 죽음에 저항하려 했지만 결국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대신 죽어가는 자신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족을 보며 분노를 드러낸다. 그러나 죽음은 어차피 이반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인간은 갑작스러운 죽음의 예고에 절망한다. 죽음을 직접 맞닥뜨리게 되면 다섯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처음에는 '왜 하필 나인가?'라며 죽음을 강하게 부인한다. 그리고 분노하고, 타협과 우울의 과정을 거쳐 결국 죽음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반도 이런 유사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반은 임종을 목전에 두고서야 가족에게 가졌던 분노 대신 연민을 느끼고, 그 자신도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된다.
마지막 순간 이반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며 숨을 거둔다. '끝난 건 죽음이야. 이제 더 이상 죽음은 존재하지 않아.' 죽음은 죽음으로써 죽음의 종말을 맞게 된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은중과 상연>에서도 이반 일리치의 죽음처럼 삶의 종말을 앞둔 상연의 고뇌와 이를 바라보는 친구 은중의 모습을 비교적 담담하게 그려냈다. 안락사를 통해 '내가 나일 때' 죽음을 맞이하려는 상연의 의연한 태도는 죽음 앞에서도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보편적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은 스스로에 대한 자의식을 잃는 순간 인간만의 고귀한 가치는 사실상 상실된다. 그걸 알기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가 그렇게 되는 걸 두려워한다. 우리는 죽음을 잘 마무리함으로써 우리의 삶이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