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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아래 Jul 05. 2023

중학교를 보고 왔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첫 중학교에 배정받았던 그날

학교는 왁자지껄 난리가 아니었다

좀 잘 나가는 아이들은 다 'Y여중'인 것 같다

나는 'M여중'

쬐그마한 쪽지처럼 생긴 종이에 적힌 몇 글자가 우리의 3년을 책임질 학교란다

운명은 포춘쪽지처럼 뽑기로 되는 것 같았다


나의 내성적인 성격으로 친하게 지내지 못한 H의 중학교를 물어본다

 'Y여중'이란다.

'아쉽다'

M여중은 여자깡패가 많아서 골목을 조심하라고 아이들이 말한다

면도칼을 씹어 뱉는 선배가 있다카더라 한다

새로운 삶은 언제나 두려움반, 설렘반 반반이다.


남자들을 구경할 수 없는 여자중학교.

한창 이성에 눈 뜰 때인데  남자는 신비로운영역으로 접어둔다.

TV에서 키스 씨도 부끄러워 못 보고 채널을 돌릴 때 아닌가.

초등학생티를 못 벗은 중학생들.

교복세대가 아니라 잔뜩 멋을 내고 등교한 친구들을 둘러보며 나의  새로운 친구를 찾기에 설레었던 시절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골목골목을 걸어 집까지 가는 동안 두 개의 상점이 나오는데, 상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집에 갈 때가 제일 좋았다.

어머니는 일 나가실 때 간혹 용돈 500원을 화장대 위에 두고 가곤 했는데 그 돈으로 준비물을 사거나 하굣길에 맛있는 군것질을 하곤 했다.


마산에서 부산까지 1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인데도 35여 년이 지나도록 찾아와 보지 못했다.

내친김에 학교에서 옛날 집까지 천천히 걸어 보았다.

상당히 많이 변해버린 풍경들.

그러나 지금 나만큼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어릴 때로 돌아가 걸으며 보는 모든 것들은 정지하고 있었다.

50대 행인 한 명이 버스를 기다리는데 그 아저씨마저 중학생의 모습으로 바꾸어 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참 인생은 짧다

지나고 보면 찰나라는 말이 실감이 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나도 순식간에 미래로 가있겠지.

그니까 잘~살자

순간순간에 환호하며 기뻐하며.

어렵거나 슬픈 날들은 기도하며.

작은 일도 의미 있게 나누며.


내가 죽음의 문턱에 가 있을지라도

참 잘 살았노라고 고백할 수 있도록.


중학생 친구들의 수업에 들어가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 사람마다 자신의 시간 속에 사는 것 같다

동시대에 같은 공간에  숨 쉬고 있다 살지라도 각자의 처한 현실은 다르다.

나는 중학생의 그 시절을 지나 대학교시절을 지나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많은 시간을 보낸 후

교사의 입장으로  그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는다.

그러나 기억은 언제나 나를 중학생이 되게 하기도 하고 대학생이 되게 하기도 한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를 보면서 비로소 중학교시절을 매듭지은 느낌이다.

대나무처럼 커가는 내 삶에 하나씩 매듭짓는 작업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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