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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아래 Jul 18. 2023

내가 사랑하는 토론책 시간

-진 스타포드의 <나쁜 성격>-

진 스타포드의 <나쁜 성격>을 수업할 차례다.

수많은 책들 중에 유독 내가 좋아하는 책이 있기 마련이다

나중에 내가 동화를 쓰게 된다면 <나쁜 성격>과 같은 책을 쓰고 싶다.

이 책이 재미있기 때문에 수업 전에 자신 있게 물어본다.

"이 책 재밌었어?"

한 아이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한다.

"별로요"

나는 말문이 턱 막힌다

괜히 내가 거부당한 느낌마저 들면서 섭섭하기 그지없다.


"이 책을 재미없다고 한다면 대충 읽었거나 제대로 안 읽은 거야"

 터무니없는 편견 가득한 말을 뱉고 말았다.

독서논술교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아~니, 누구나 좋고 싫음이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똑 부러진 아이.

밉다.

내가 들어올 때 책을 겨우 읽어내고 숨이 턱에 닿은 것을 눈치채서 한 말인데 아이는 합리화로 자신을 보호한다.

그러나 분위기는 항상 즐겁게 가야 한다.

그래야 책에 젖어들며 좋은 기억으로 글을 잘 쓸 수 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럼 우리 이 책에 대해 토론해 볼까? 재미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재미없었던 책이라도 토론은 할 수 있으니"

힘차게 토론을 이끌어 본다.

독서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토론하면서라도 이 책의 매력이 아이에게 닿기를 소망하면서.


열한 살 여자아이인 에밀리는 친구와 잘 놀다가도 혼자 있고 싶어질 때면 말투가 거칠어졌다.

되돌릴 수 없는 욕과 끔찍한 독설로 에밀리 곁에 남는 친구는 없었다. 친구는 오직 성질머리 까칠 한 고양이 머프 한 마리뿐.


그때 로티가 에밀리 집에 들어와 도둑질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에밀리에게 들킨 로티는 놀러 왔다고 거짓말로 둘러대며 자신과 놀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미치도록 외로운 에밀리한테.


로티가 잘할 수 있고 재밌어하는 놀이란 도둑 질 뿐이었다, 자신과 친구가 되기 위해선 도둑질을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밀리는 로티를 따라 할인마트로 가서 본격적인 도둑질을 하게 된다.

에밀리는 불편한 상황을 둘러 대지 못한 성격이다.

도둑질하고 있는 로티를 향해 멍청하다는 독설을 날린다.

이 고함은 점원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아무리 날고뛰는 놈이라도 두 손을 위로 올리고 기권을 외칠 것이다.

그러나 로티가 누구인가?

도둑질뿐 아니라 거짓말의 귀재이다. 또한 임기응변의 달인이다.

갑자기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연기를 그럴싸하게 해 대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수군거린다

"저런~~ 불쌍한 아이에게 도적질을 시켰구먼"


에밀리는 판사님의 훈계와 아버지 어머니께 꾸지람을 받고 도적질을 했다는 딱지를 붙이게 되었다. 나쁜 성격에 못된 행실까지 구제불능 에밀리.

그런데 로티와의 경험 이후 에밀리는 변한다.

혼자 고 싶을 때는 '빌어 먹을'이라고 욕하지 않고, 치과에 가야 한다는 말로 둘러댈 줄도 알게 되었다. 에밀리는 비로소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된 것이다.


'에밀리는 로티와의 경험 이후 왜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되었는가?'

이런 논제에 자기 관점으로 얘기를 나누게 된다

비로소  이 책이 재미없다고 말한 아이도 활기를 띠며 에밀리의 변화에 대해 얘기한다.


이 책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뭔가 신선함을 던져 준다.

그게 뭘까?

바로 일탈의 경험이다.

친구와 놀기 싫어질 때면 "빌어먹을"하며 욕을 하며 기어이 친구를 울려 버리는 에밀리의 과부하성격이 대리 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도 바로 일탈 그것이다.

하루 종일 공부, 학원, 숙제에 둘러싸인 아이들에게 도적질이란 엄청난 간접경험을 에밀리를 통해 하는 것이다.

물론 그 경험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지만 쉽사리 느껴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리라

어떤 아이는 에밀리의 성격을 '발동 걸렸다'로 표현했다. 자동차 엔진처럼 후끈 달아오르면 부르릉 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에밀리는 감정조절이 되지 않는 아이일망정 못된 아이는 아니라는 결론을 얻는다.

게다가 로티와의 경험 이후 무엇이 옳고 그른지 깨달아 가는 과정을 통해 자기 절제능력도 갖게 되었다고 기뻐한다.

급발진 에밀리도 친구를 사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못된 아이는 로티란다. 도적질도 나쁜 짓이지만 친구에게 덮어 씌우는 것은 더 나쁜 짓이라고 성토한다.

이렇게 아이들은 책을 통해 사람을, 인생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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