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 Mar 07. 2024

손님, 그럼 이렇게 하실까요?

그냥 이걸로 해.

한국에 왔다. 오랜만이라 할 수 없겠지만, 열흘이상 있는 건 오랜만이다.


한국에 오면 기를 싹 빼놓는 문장이 있다.

‘그럼, 이렇게 하실까요?’

‘이렇게 하시면 될까요?’

‘이걸로 하실 건가요?’


백화점에서 ‘이건 가격이 어떻게 돼요?’라고 물으면 ’이건 이만 원입니다 손님, 이걸로 하시겠습니까?‘

라는 말을 아주 많이 들었다.


즉, 바로바로 구매까지 유도시키는 말이다.

나는 조금 더 고민하고 싶은데, 조금도 기다려주지 않고 즉각 손님에게 어떤 대답을 듣고 싶어 하는 듯했다.


가게 직원이 한두 발자국 더 앞으로 나와 아주 적극적이게 영업을 해주시는 것 같지만, 원래 이랬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적극적이었고, 일본에 오래 생활한 나로서는 살짝 적응이 안 됐다.


일본에서는 보통 고객이 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이걸로 하겠습니까?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더욱 어색했다.


이런 상황에선, 고민할 새도 없이 일단 다른 곳으로 자리를 재빨리 이동을 한다. 평소에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잘하고, 궁금한 건 재빨리 물어보는 나에게도, 일단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구매하고 싶어도 일단 자리를 피하고, 다른 곳에서 고민한다. 행여나 바쁘시고 다른 손님이 계실 수도 있는 와중에 앞에서 고민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한편엔 있는 것 같았다.


최대한 정말로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고민한 후, 질문을 하도록 하려고 한다. 특히, 이 마트 같은 대형 슈퍼에서도. “이 고기 얼마예요”라고 질문하면 “100그람에 만원, 몇 명이서 드셔요? 100그람으로 하시겠어요?” 까지.


아무래도 손님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고민하게 만들 틈도 없이 구매하게 만드는 하나의 영업 전략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영업전략은 정말로 먹히는 걸까? 나같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나 있지 않을까? 가게 안에까지 들어가는 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인 게, 과연 손님한테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이런 질문에도 뻔뻔하게(?) 앞에 서서 조금 더 고민할 시간을 갖기까진 내성이 더 생겨야 할 것 같다.


일본 거주 11년 차인 이나입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느끼는 양국 간의 차이, 외국에 나와 있으므로써 느낄 수 있는 재밌는 차이점을 찾아 글로 쓰고 있어요.


영상으로는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외국생활을 하는 저를 그리고 있답니다! 아래 유튜브에도 놀러 와주세요!

https://youtube.com/@inalee?si=pDNP1d-Fz_SCM85Z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