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예의일까
나는 말수도 많고, 밝고, 친구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가족보다 친구가 전부라고 생각해서 살아온 학창기 유년시절도 있었다.
필터를 거치지 않고 생각하는,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을 친구들에게도 말하고 다녔다. 근데 성인이 되어 생각해 보니, 나에 대해 말하고 다니는 건 아주 잘했지만 상대의 말을 듣는 건 못하는 아주 전형적인 이기적인 인간이었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고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예의와 필터라는 것들이 쌓여 어쩔 수 없는 눈치 보는 단단한 어른이 되어갔다.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너무 내 이야기만 하는 나를 마주했고, 통화를 마치고 기분이 뒤숭숭했다. ‘너무 내 얘기만 했네’
너무나 정보가 많고 자신의 할 일도 많은 아주 바쁜 정보화시대에, 몇 년 전부터 나온 신조어 TMI (Too much information)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다.
혹시나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건 아닐까.라고 깨달았던 순간순간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안 좋아한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만 갖고 있어도 될 정보를 남에게도 얹어버리는 아주 이기적인 행동인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엔 두꺼운 필터를 거쳐서 꼭 필요한 말만 하는 것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만들지 않을까, 멋대로 생각해 봤다.
나는 비밀과 거짓말이 없는 사람이고, 거짓말을 정말 못한다. 하지만 그것도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는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을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다.
걱정거리를 나누지 않는 것은 당연히 정답이 아니다. 털어놓을 수 있는 무언가에는 당연히 해소를 해야 하지만 그것이 꼭 주변 지인, 하물며 가까운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이런 매개채 혹은 운동, 또는 밤마다 쓰는 일기장이 될 수도 있다.
단, ㅆrㅇl월드 감성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자.
이렇게 단단하지만 뭉그러진 어른이 되어가는 거겠지.
혹시 이 생각들.. 너무 일본인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