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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 May 13. 2024

한국 결혼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

내가 추구하는 결혼

‘결혼‘ 에는 개개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다. 다 같은 결혼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서 말을 하지만, 그 ‘결혼’은 각자의 생활에 있어서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나‘에서 ‘우리’가 꾸려 나가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에게는

결혼=법적으로 가족이 되는 것(혼인신고)

결혼식=정식으로 가족분들께 인사를 하고 결혼함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 평균나이가 한국보다 빠른 일본에서 10년 이상 생활 하면서, 만 28인 나이에 절반이상의 친구들이 결혼하는 것을 봤을 때, 한국과 일본에서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너무나도 다르다고 생각해 흥미로웠다.

•일본 (여자:29.5세 남자:31.0세)

•한국 (여자:31.3세 남자:33.7세)

(한국은 군대도 평균 나이에 한몫할 수도 있겠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대표했던 일본을 제치고 결혼 적령기가 지나도 결혼을 하지 않고 (못한다기보다 자발적으로 안 하는 것도 포함), OECD국가 중 일본을 넘어선 ’ 저출산일등 국가‘라는 타이틀까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결혼을 하기까지의 과정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본과 한국은 38개국의 꼴찌를 대표하는 두 나라로서, 도토리 키재기의 비교일 수 있지만.


일본에서 본 한국의 결혼은 너무 어려운 과제 같았다.

결혼하기 위해서 서로가 얼마가 있어야 하며, 결혼식에서는 결혼하는 당사자는 일면식이 없지만, 초대받아 어쩔 수 없이 함께 오신 직장 상사의 아내분들을 포함한 부모님의 지인분들, 누군지 모를 많은 하객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바로 신혼집과 신혼여행도 가야 하는 등, 결혼에 딸려오는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하  ‘마음‘ 보다 ’조건‘ 과 ’서로의 재정상황‘ 이 먼저인 것 같았다. 주인공인 신랑, 신부가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 보다 다른 사람에게 보였을 때 얼마나 반짝이며 아름답고, 사진에 예쁘게 나오기 위해 끼웠던 반지를 다시 꽂아 연출하는 것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또 이상한 건 막상 인사드리는 상대, 하객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축하하는 마음도 있지만, 돈, 시간도 같이 따라와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결혼식은 평균 200명, 최대한 많은 분들이 와주시고 축하를 해주신다. 다만, 하객분들이 많아질수록 아무리 먼 길을 그들을 보러 간다 해도, 그날의 주인공과 직접 이야기도 못할지언정, 식장에서도 다음 커플들이 기다리고 있어 빨리빨리 식순을 끝마쳐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하물며 200명을 채우지 못해, 하객이 많아 보이기 위해 생겨난 하객알바까지 생겨났다니..

 (이렇게 쓰고 있지만, 현재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으로만 느낀 인상이며, 많이들 바뀌고 있는 추세인 것 같긴 하다. )


모바일 청첩장안에 있는 계좌번호도 한몫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적어야 하는 입장,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은 수백 번 이해가 가지만, 얼굴 한두 번 본 모두에게 계좌번호가 적힌 청첩장을 돌리는 건.. 막상 받아본 입장에서 그렇게 좋은 인상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현대문명이니, 이렇게라도 인사를 하며 축의금을 계좌로 쏴서 보낼 수는 있지만.. 마음이라는 것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 내용물이 빠진 깡통 같은 기분도 들었다.


 무엇을 위한 결혼식일까.


내가 다녀온 일본 결혼식은 자신들이 원하는 소수의 가까운 지인들만을 위해서 진행하고 그분들에게 마음을 담아서 대답해 주는 그런 이벤트라고 느껴졌다. 사실 하객 입장에선 ’ 돈‘ ’ 시간‘은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다. 축의금 기준도 훨씬 비싸며, 시간과 옷, 화장등 룰이 한국보다 더 까다롭고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신 하객들에게 더욱 마음을 담아서 한 분 한 분께 마음을 전하고, 하객 또한 사랑이 느껴지며, 그만큼 가까운 분들만 오시니, 온 마음 담아 축하해 줄 수 있었다. 내가 참여했던 다른 독일, 일본, 남아프리카의 결혼식에서도 하객들이 다 같이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어서 한국의 결혼식보다는 자연스러운 파티 같은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어서 그렇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무조건 부정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많이들 쓰는 ‘보여주기식 결혼’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들었던 건 사실지만, 실제 한국에서 예쁘게 결혼식을 올리고, 너무나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친구부부들을 보면 마냥 한국의 결혼 시스템을 비판하거나 안 좋게 생각하는 것도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가면 이상하게도 자신감에 많이 위축되는 기분이 들때가 있다. 남들은 잘 살고 있다고 느껴지고 나는 그에 비해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살아왔던 방향이 남들과 다른, 정답과는 먼 삶을 살아와, 이게 정말 맞는 걸까 라는 의문이 생길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나를 다시 되돌아보고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결혼식을 한다면, 준비하는 과정이 소중한, 모두에게 진심으로 축복받으며, 다 함께 즐기는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 내가 특별하고, 남들과 달라서가 아닌, 그저 나를 위한 자기만족이며, 완벽하지 않아도 내가 꾸려나가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사서 고생하는 타입)


그렇기에, 나에겐 결혼식이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즐거우며, 힘들어도 내가 거쳐야 할 과정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유튜브에도 조금씩 결혼식에 대한 준비과정을 올릴 예정이에요:) 한국의 한옥, 야외, 스몰웨딩이 궁금하신 분들은 저를 따라와 주세요!

https://youtu.be/dKeVZeAG9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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