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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야 Feb 17. 2023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현실육아

학부모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학교라는 곳의 어떤 행정적인 절차와 처리들을 생각하면 관련 종사자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화가 나거나 아쉬움이 클 때가 많았다. 지금은 고학년에 접어들며 학부모인 내가 학교와 직접 관련된 일이라고 하면 담임 선생님과 1년에 두 번 하는 상담이나 녹색학부모 일이 전부이지만 린아가 학교를 막 입학했던 1학년 시절에는 담임 선생님이 아닌 '학교' 때문에 속상한 일이 더러 있었는데 학부모도 아이도 낯선 학교 생활을 시작하며 전달받는 여러 공지들이 일방적일 때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린아가 입학할 당시에는 코로나19 이전이었기 때문에 특히 모든 행정적인 업무들을 학교에 직접 방문하여 처리해야 했는데 입학 전 돌봄 교실을 신청하는 것부터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것, 돌봄 교실 추첨에 참석해야 하는 것 등이 맞벌이 부모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었다. 이 모든 것이 2월 마지막 2주 간에 진행이 되며 최소 3번의 반차 또는 휴가를 쓰며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시간 내 학교를 방문해야 했기에 우리 부부 모두 휴가를 낼 수 없었던 어느 날은 돌봄 교실 신청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1시간 거리에 사시는 시어머니께서 시간을 내어 와 주신 적이 있을 정도였다.


학교도 누군가에게는 직장이고 당연히 근무시간에 일 처리를 해야 한다는 점은 너무나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지만, 내가 속상했던 부분은 왜 이 모든 일들이 온라인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신청할 수 있고, 서류를 제출할 수 있는 이 시대에 단 5분의 일 처리를 위해 직접 방문을 할 수밖에 없게 하는지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비대면 업무 처리가 일상이고 당연시되는 IT업계에 오랜 기간 종사하고 있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부분도 웬만하면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것에 익숙한 세대라 그런지 더욱 이런 부분들을 비효율적이라 느꼈고, 교육계가 일반 관공서보다 이런 행정적인 처리가 뒤처져 있음을 직접 경험하니 적잖이 충격을 받기도 했었다.


이 외에도 돌봄 교실에서 하원할 때는 반드시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는 학교의 방침이나 학원을 본격적으로 보내기 시작하면서 평일에 보러 다녀야 했던 영어, 수학 학원 레벨 테스트 등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워킹맘이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본격적인 학부모가 되면서 시작되었고, 보육 위주로 아이를 잘 맡아주기만 해도 감사하던 어린이집 시절이 너무나 그리웠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나마 나는 운이 좋게 정신없는 입학 시즌을 간신히 보낸 후 육아 휴직을 쓰게 되어 평일 오전에 주로 했던 엄마들과의 반 모임에도 나갈 수 있었고 긴긴 방학에도 마음 졸이지 않고 린아를 돌 볼 수 있었다.


육아 휴직을 하지 못했더라면 부모님이나 돌봐주시는 이모님을 구하지 않고서 1, 2학년 저학년 생활을 무탈하게 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엄마들과의 네트워크를 견고히 구축하는 일도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학교가 보육이 목적인 어린이집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느 것도 혼자 해내기 아직은 버거운 1, 2학년의 자녀를 맞벌이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거나, 아이의 학업과 보육 때문에 경력 단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부모의 스트레스를 이제는 정말 해결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워킹맘의 경력 단절이나 출산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몸소 경험해 보기 이전에 학교라는 곳이 워킹맘에게 이렇게까지 친절한 환경이 아닐지는 그 누구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고, 아이의 교육과 보육을 위해서는 내 한 몸을 불사르며 뒤쫓아 따라다니던지(하루에도 몇 번을 학원 라이딩 대기를 타야 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부부가 버는 돈의 절반을 이모님에게 갖다 바쳐야만 하는 학부모의 현실 세계를 경험하며 아직도 큰 변화가 없는 지금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아이가 학교와 선생님과 반 친구들을 정말 좋아하고, 즐겁고 건강한 학교 생활을 하는 모습에 우리 부부는 안도한다. 내가 늘 주변 동생들에게 해주는 진리의 한 마디는 결국 시간은 간다는 것이다. 아이가 대부분의 활동을 스스로 할 수 있는 3, 4학년이 되면 엄마와 아빠는 다시 자기 자신을 찾고 일에 좀 더 정진할 수 있는 시기가 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사회 시스템의 도움으로 이 시간을 지나는 것이 아닌 오롯이 부부와 아이가 함께 짐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것이 가슴 시리지만, 그래도 3월이 되면 학부모가 될 후배 부모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지금까지도 참 수고했다 토닥토닥 응원의 마음을 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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