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_2
네가 잠을 잘 때 엄마 아빠가 행복에 겨워 얼마나 몸을 배배꼬는지 알고 있니? 눈을 마주칠 때 조용히 입꼬리를 씨익 올리는 너를 볼 땐, 엄마 아빠의 심장이 사르르 녹아내린다는 걸 알고 있니?
매일을 쪽쪽 물고 빨아도 이 사랑을 다 전할 길이 없어 애태우는 이 마음을. 과연 네가 알까?
아마도 모를 거야. 엄마도 그랬거든.
너를 마주하고 나서야 엄마가 기억하지 못하는, 깊고 깊은 사랑의 순간들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어. 엄마에게도 너처럼 엄마, 아빠가 있으니까 말이야.
얼마나 많은 사랑의 순간들을 잊고 살았던 걸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한없이 감사해하고 있어. 열심히 갚아도 못 갚을 사랑이란 걸 알기에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더 잘하려고 해. 그런데 옆에 있는 네 아빠가 마음에 또 걸려.
지금 엄마 곁에 있어주는 사람은 아빠인데, 혹시나 소외받고 있다고 느낄까 봐. 서운해 할 수 있는 네 아빠가 엄마에게 내색 한번 안 하고 있어. 서운하지 않은 걸까. 모르는 척 넘어가는 걸까.
이 고마움은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언젠가 너도 한 가정을 지켜야 할 가장이 되고, 아이를 품에 안는 날이 온다면. 네 아내가 어느 날부턴가 친정에 유난히 관심을 기울인다면. 잠시 시간을 주겠니?
불현듯 나타난, 감당하기 벅찬 사랑의 부채에 당황했을 거거든. 미안함과 감사함이 뒤섞인. 아마도 미안함이 조금 더, 아니 많이 컸을 거야. 엄마가 그랬듯이.
남들이 봤을 때 사이좋은 모녀 사이, 그리고 부녀 사이가 될 수 있었던 건. 내가 꽤나 괜찮은 딸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완벽한 오산이었고 오만이었어. 사이좋은 관계는 전적으로 부모님 덕분이었다는 걸 이제 알았거든.
훗날 우리가 좋은 모자지간이 된다면 그것은 엄마 덕분이야. 하지만 네가 꽤나 괜찮은 아이여서 그런 거라고 여겨도 좋아.
만약 우리가 괜찮지 않은 사이가 된다면 그것도 엄마가 부족해서야. 그러니 네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모든 것이 서툰 엄마지만 온몸을 다해 너를 사랑할 거야. 네가 자책하지 않도록. 돌고 도는 사랑의 힘을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