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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이 시대의 영웅들"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64 _ Zagreb, Croatia

by 김예담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첫 번째 이야기: 이 시대의 영웅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에서 출발한 기차는 천천히 크로아티아를 향해 가고 있었다. 동유럽에서도 특히 발칸반도에 있는 나라들은 매우 생소하다. 국제정세에서 유럽의 변방에 위치한 이 나라들은 다른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그 존재감과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이 사실이며, 최근 여행과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 혹은 유튜버들에 의해 소개되기 전까지 한국 사람들에게 불모지나 다름없는 낯선 국가들이다.


나에게도 이런 유럽여행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는 도시였거나 지역이었다.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사이에 굽이굽이 위치한 산들 사이로 천천히 움직이는 기차가 보여주는 모든 광경은 나에게 신기하고도 낯선 장면의 연속이었다. 중간중간 잠시 멈췄다 가는 정차역부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작은 마을들과 푸르른 나무로 가득한 숲들까지 크로아티아로 가는 여정은 모든 순간이 새로움이자 모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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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으로 이루어진 이 오래된 기차는 에어컨도 설치되어있지 않은 그야말로 찜통 열차였다. 내리쬐는 햇빛으로 달궈진 기차 내부는 창문을 열어 겨우 그 열기를 빼내고 있었으며, 잠깐씩 들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마치 선풍기 바람처럼 더위를 식혀주고 있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늘 그렇듯 오래된 물건을 아껴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는 특징상 이 기차도 상당히 오랜 기간 운행된 기차인 듯했다. 어느 순간 이 당연한 불편함에 익숙해진 나는 땀으로 좌석에 쩍쩍 달라붙는 살을 아무렇지 않게 떼내며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유럽 영화에서만 볼법한 칸으로 이루어진 기차는 낯선 이와 정면으로 마주 보고 앉아서 가는 내향인들에게 조금 부담스러운 기차다. 나도 극내향인으로써 맞은 편의 사람과 눈이 마주치거나 무릎이 닿을 때마다 어색한 인사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여행인으로써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마주 앉은 만큼 자연스레 말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고, 여행에 대한 정보나 상대방의 인생 스토리, 철학 등을 들어볼 수 있는 즐거운 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크로아티아로 향하는 기차 칸 안 맞은편에는 왠지 정체 모를 한 명의 백인 남자가 동행하고 있었고, 이동에 지루해져 갈 때쯤 그에게 괜히 말을 건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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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에 앉아있던 그는 아일랜드에서 혼자 여행 온 청년이었다. 어쩐지 슬로베니아나 크로아티아에서 봤던 사람들과 행색이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대학생이었고 문득 동유럽이 궁금해진 그는 방학을 이용해 혼자서 멀리 여행 온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는 크로아티아를 지나 헝가리로 가는 여정 중에 있었으며, 지금까지 여행한 동유럽이 기대 이상으로 즐겁고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심심했던 찰나 잘됐다는 듯 우리의 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각자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질문하기 시작했고, 여행하기 좋은 국가인지, 휴전국이기에 위험하지는 않은지, 추천하는 여행지는 어디인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행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일본을 여행하기 전 한국에 들르는 것을 생각 중이라 말했다. 또한 흥미로웠던 부분은 한국의 물가에 대해 설명하던 중 '빅맥지수'가 생각난 나는 햄버거 세트 가격을 이야기하니, 그 친구가 한국 물가 수준을 대략적으로 이해하는 게 재미있었다.


나도 반대로 아일랜드에 대한 질문을 거침없이 했다. '기네스' 맥주를 많이 좋아한다는 둥, 비록 이번 여정에 아일랜드 방문 계획은 없지만 추후 기회가 된다면 더블린에 방문하고 싶다는 둥, 그들이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영국으로부터 저항과 독립의 역사를 가진 것을 안다는 둥, 최근 기업에게 세금과 관련된 많은 혜택을 제공하며 국가 경제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 등을 이야기하며 그 친구의 다양한 의견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대화를 통해 또 다른 새로운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내가 알고 있는 세계가 조금씩 확장됨을 느꼈다. 우리는 이동하는 약 2시간 동안 틈틈이 즐거운 대화를 나눴고,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기차는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 도착해 있었다.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이 친구에게 고마웠다. 아쉬웠지만 각자의 길을 떠나기 위해 우리는 작별인사를 했고, 이렇게 나의 크로아티아 여정은 순조로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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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여행



자그레브에 도착하니 머무르는 숙소의 체크인 시간이었고, 짐을 숙소에 두고 편하게 바로 여행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숙소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 지도앱을 펼친 나는 생소한 크로아티아어식 도로명을 읽을 수 없었지만, 도로의 형태가 비교적 단순해 금방 쉽게 숙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숙소도 에어컨이 없는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이 또한 익숙해진 나는 이런 숙소도 여행의 묘미라며 짐을 침대에 던진 후 자그레브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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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는 처음에는 여행 계획에 없었던 도시였다. 보통 크로아티아를 떠올릴 때 사람들은 아드리아해를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주황 빛깔의 해안 도시들을 많이 떠올린다. 이런 해안 도시들은 유럽의 대표 휴양지들로써 많은 유럽인들이 여름에 크로아티아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가 있으며, 나도 원래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동쪽에 있는 자그레브가 아닌 남쪽에 위치한 해당 도시들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초창기 여행 계획에는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두브로브니크를 지나 몬테네그로 코토르를 찍고 다시 위쪽으로 보스니아의 모스타르,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를 방문하며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다시 돌아오는 대장정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과 비용이었다. 각 도시로 이동하는 데 있어 교통편이 잘 발달하지 않은 것은 물론 도시 하나 추가할 때마다 비용 또한 얼마나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또한 해당 지역의 여행 정보도 많이 없기에 괜히 방문했다 국제적 미아가 된다거나 가진 짐을 잃게 되는 등 각종 위험에 있어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기존 구상하던 계획을 과감하게 포기했고, 아쉬운 대로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를 방문하기로 여행 일정을 수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나중에 크로아티아를 다시 방문할 기회를 남겨놓았다며 스스로 위로했고, 방문하게 된 자그레브에서 후회 없이 여행하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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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레브 중앙역'에 내리자마자 제일 처음 들었던 생각은 도시가 매우 아담하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나라의 서울역과 같이 '자그레브'역은 한 나라의 수도 중심에 위치한 중앙역이며, 평일 오후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역 주위는 매우 조용하고 한산했다. 지난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도 작고 조용한 도시였지만, 왠지 모르게 자그레브는 더욱 작게 느껴졌다. 실제로 여행을 계획할 때도 많은 후기들을 참고했을 때 주요 관광지는 하루면 다 둘러볼 수 있고, 도시 자체도 규모가 작아 다이나믹한 여행을 하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라는 평가를 보았다.


또한 화려하게 채색된 오래된 건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알록달록한 색 사이로 벗겨진 페인트와 낡은 세월의 흔적은 음산하고 칙칙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여행 정보도 부족한 이곳에서 어떤 여행을 할 수 있을지, 짧은 일정동안 무엇을 최대한 경험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직관적으로 이곳만의 특별함이 바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이곳도 구석구석 집중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 이곳만의 매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조금씩 도시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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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자그레브



2018년 여름은 크로아티아 전국이 열광의 도가니로 들썩이던 시기였다. 2018년에는 러시아 월드컵 있었고, 당시 크로아티아 축구 국가 대표팀은 본선에 들어 숱한 연장전과 승부차기 끝에 겨우겨우 결승전까지 진출했던 시기였다. 물론 결과적으로 결승전에 패하며 우승은 프랑스에게 넘겨주었지만, 크로아티아가 축구 강국으로써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사실이다.


과거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해 '크로아티아'라는 국가로써 처음 월드컵 결승까지 올라가는 동안 모든 경기 과정은 치열했다. 많은 축구 전문인들도 크로아티아가 결승해 진출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고, 이런 반전은 늘 그렇듯 크로아티아 한 경기 한 경기 거듭할수록 세상은 크로아티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과거 2002년 우리나라가 4강까지 올라갔을 때 제일 열광한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이었던 만큼, 크로아티아가 경기를 승리할수록 제일 열광한 것은 크로아티아 시민들이었다. 모두가 국가대표 경기가 있는 날이면 다 같이 거리에 나와 응원을 하고, 경기 시청률이 지속해서 오르는 등 관심은 나날이 높아져갔다.


이 당시 우리나라는 월드컵 16강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축구를 좋아하던 나는 월드컵 경기 하이라이트 하나하나 챙겨보며 축구에 대한 관심이 많은 시기였다. 그러나 축구 경기보다도 지금 내 뇌리에 강하게 남겨진 다른 하나의 영상이 있으니, 바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한 소방서 영상이었다.


자그레브에 있는 소방서의 모습도 여타 크로아티아 시민들과 같았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그들도 여김 없이 티비를 틀어 월드컵 경기를 보며 응원하고 있었다. 특히 러시아와 8강전이 있던 날, 홈 어드벤티지를 버텨내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고 연장전을 거쳐 겨우 승부차기까지 끌고 간 상황이었다. 긴장감이 가득한 승부차기에서 한 점씩 계속 주고받은 러시아와 크로아티아는 이제 마지막 키커의 차례가 왔고, 마지막 골에 의해 두 대표팀의 운명은 갈리게 된다. 크로아티아 전 국민 그리고 자그레브 소방대원들도 모두 숨죽이고 마지막 슛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소방서에는 갑자기 긴급출동 경보가 울렸다. 소방대원들은 몇 초의 지체 없이, 마지막 슛을 볼 틈도 없이 즉시 달려 나갔고, 월드컵 경기 짜릿한 순간을 뒤로한 채 출동하는 영상이었다. 이 사연과 영상은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소개되며 크로아티아 전 국민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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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의 소방대원들이 갖고 있던 사명감과 책임감 있는 모습이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는 내내 떠올랐다. 또한 그 영상으로 인해 여행 내내 크로아티아에 대한 높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2018년 월드컵에서 보여준 모습이 여행에 투영되며, 나만의 시선으로 자그레브크로아티아매력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월드컵 결승까지 순탄치 못한 과정을 거치며 꾸역꾸역 올라온 크로아티아 대표팀처럼 크로아티아 역사에는 그들이 꾸역꾸역 나라를 지켜오고 만들어간 흔적이 느껴지는 듯했다. 크로아티아도 과거부터 유럽의 변방으로 여겨지며, 특히 중세시대 때는 오스만 제국과 국경이 가까운 변방, 1, 2차 세계대전과 근대사에는 유고슬라비아 내 변방으로 밀렸고, 그들의 중심을 찾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수많은 격변의 시기를 겪고 독립 전쟁을 치른 후에야 결국 하나의 독립 국가로 인정됐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을뿐더러 주변의 나라들과 서로 아픔을 주고받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자그레브 도시 안에는 지금까지 크로아티아가 밟아온 역사의 순간과 흔적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낡고 오래되어 보수되지 않은 채 방치된 건물들에는 과거에 그들이 겪었던 혼란과 변방이 아닌 중심이 되기 위해 앞만 보고 치열하게 싸워온 흔적이 녹아있는 듯했다. 그 와중에 홀로 우뚝 솟아오른 자그레브 대성당 및 각종 화려한 양식의 건물들은 그들의 자존심을 대변하는 듯 보였으며, 자그레브의 상징 '성 마르크 교회'를 통해 그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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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는 화려하지만 가까이서 볼 때면 발견되는 어떤 불완전한 흔적들은 그들의 역사와 정체성을 이해하고 덧붙여 볼 때에 오히려 완전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이라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보여준 자그레브 소방대원들을 떠올리며, 이 도시와 이 국가는 앞으로도 언제든 그들이 중심 되기 위해 스스로 지키고 영위하는 미래를 꾸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비록 잠깐의 짧은 자그레브 산책이었지만, 새로운 시선으로 크로아티아를 발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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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영웅들



최근 있었던 대선 개표 방송은 또다시 큰 화제가 되었다. 경합을 펼쳤던 두 대선 후보자의 득표 현황을 두고, 그래픽으로 만든 여러 유쾌한 장면들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개표 방송에서도 영화를 패러디하고 두 후보가 갑자기 K-POP 춤을 춘다는 등 코믹한 연출로 호평을 얻자, 이번에도 각 주요 방송사들은 시청률을 위해 다양하고 참신한 개표방송을 송출했다. 그리고 해당 방송들은 여러 외신에도 소개되며 각광받았다.


이전까지는 정치가 어딘가 무겁고 진중하며 엄격하고 딱딱한 이미지였다면, 해당 개표방송으로 인해 조금은 더 친숙한 이미지로 바뀌어갔다. 아무리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개표방송이 궁금해서라도 한번 더 찾아보게 되고, 각 후보가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가게끔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나라 최고 권력가인 대통령을 과거와 같이 어떤 권위적인 어려운 존재가 아닌 친근하고 국민을 위해 근무하는 인식을 줄 수 있음에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대선 개표방송에서도 각 대표 후보자들이 유아용 목마를 타고 경주를 한다거나, '오징어게임' 드라마를 패러디한 것 같은 연출 등 다시 한번 박장대소를 일으킬만한 장면들이 많았다. 이런 익살스러운 장면 속 뇌리에 남을만한 인상 깊은 장면들도 많았는데,'S'사에서 각 지역별 개표 현황을 알려줄 때 그 지역과 관련된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를 알려준다거나, 'M'사에서 개표방송 직전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레 이어주며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연출은 내가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의 장면이다.


이렇듯 과거의 위인들이 있었고, 그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다. 다만, 우리가 익히 알고 들어온 위대한 업적을 이룬 유명한 위인들도 있지만, 해당 개표방송을 통해 우리가 잘 몰랐던 위인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더라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나라를 지켜낸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영웅'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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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나 영웅은 존재한다. 혼란의 세계 속 빛처럼 나타나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 그렇게 동시대 사람들과 후손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선물한 사람들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더욱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 기억되는 특별한 영웅들도 많지만, 사실 그들의 업적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만큼 많은 활약을 펼친 숨겨진 영웅들도 많다. 어쩌면 그런 숨겨진 영웅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였기에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큰 대의를 이룰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인간의 기억력 한계로 인해 그들 모두를 기릴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난세는 현재도 지속된다.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경제적 불황으로 인해 삶이 어려워지는 등 끝없는 갈등과 불안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과거에 비해 점점 공동체라는 개념이 퇴색되고 개인주의와 각자도생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작게는 개인, 크게는 국가별로 경쟁하고 우리의 삶과 재산을 영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세상에서도 다른 사람을 위한 이타적인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먼저 직업적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대표적으로는 의료계 종사자나 경찰, 소방대원, 군인 등 국민을 위해 근무하시는 분들, 그리고 사회 속 소외된 사람들을 보살피는 많은 직종에 계신 분들이다. 이분들은 사회 속 사람들을 살리는 역할을 하며 영웅으로 불리기에 그 자격이 충분하다. 극단적 상황에서 본인의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다른 이를 살린다는 것은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두 번째로 위와 같이 직업적 사명감이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위기상황에 갑자기 나타나는 영웅들이다. 쓰러진 사람을 심폐소생술로 되살리거나, 지하철 선로에 빠진 사람을 구한다거나,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아주는 등 또 다른 숨겨진 영웅들이 존재한다. 일상 속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때면 이타적인 선택과 순간적 기지를 발휘하여 다른 이들을 살리고 보다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행동 또한 어떤 개인적인 신념 혹은 이타적인 사명감 없이는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마지막으로 진정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영웅들이다. 이들은 흥미롭게도 그들 스스로도 본인이 영웅인지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바로 각자의 자리에서 본인이 맡은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가족 안에서의 역할이든, 직업 안에서의 역할이든, 혹은 공동체, 사회, 지인들과의 등 어느 곳이든 자신이 맡은 역할에 책임감을 가지고 수행하는 사람들.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더라도, 크게 느껴지지 않더라도 이런 숨겨진 영웅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본인의 역할을 잘 해내주기에 지금의 사회가 지속될 수 있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LIFE'지 모토


행복노트 #61

고귀한 헌신과 책임 그리고 이타적 신념을 가진 모든 이가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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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ki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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